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무더운 장마철입니다. 식중독 사고 소식도 연일 들려옵니다.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고 사장님 회사 구내식당의 위생상태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기업이 표적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경쟁적 지위에 따라 택해야 할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같은 시장 내에서 경쟁하는 처지라 하더라도 각 기업이 처해 있는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입장이 다르면 구사하는 전략도 당연히 달라져야겠지요.
크고 강한 기업과 작고 자원이 부족한 기업의 전략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선발기업과 후발기업의 시장공략 방법이 같을 수 없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의 전술이 같아서도 안 되겠지요. 경쟁이란 상대가 있는 법인만큼 시장상황과 기업의 역량에 따라 자신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택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처한 상황에 따라 4가지 타입으로 분류하고 각 타입의 기업들이 택해야 할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을 시장점유율에 따라 시장선도자, 시장도전자, 추종자 및 틈새기업 등으로 나눕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도자는 통상 시장점유율이 40% 내외인 기업이고 도전자는 30% 내외, 추종자는 20%, 틈새기업은 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시장선도자의 전략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시장을 지배하는 강자인 선도기업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경쟁사들에게는 항상 도전의 대상이며 모방의 대상이기도 하고 때로는 기피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콜라 시장의 코카콜라, 운동화 시장의 나이키, 햄버거 시장의 맥도날드, 면도기 시장의 질레트 등이 그런 기업입니다. 이들 기업은 각 시장의 선두기업으로서 가격 변화라든지 신제품 개발, 유통범위 확대, 촉진활동 등을 앞장서서 주도해 나갑니다.
시장선도자의 길은 편안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험난한 측면도 많습니다. 그들은 항상 경쟁자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리는 데에다 조금만 방심하면 선두자리를 빼앗기고 2, 3위 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부동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GM과 포드의 위상이 최근에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나 아스피린이 타일레놀에 진통제 시장의 왕좌를 내준 것, 몽고메리 워드가 2차대전 직후 소매유통 업계의 선두자리를 시어스에 빼앗기고 시어스는 1980년대에 이르러 다시 그 자리를 월마트에 넘겨준 것 등은 선도기업 교체의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일본 맥주시장의 절대강자였던 기린이 아사히에 자리를 빼앗긴 것이나, 우리의 맥주시장에서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시장점유율 1위를 양보하지 않던 OB가 하이트에 선두자리를 내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들이지요. 그렇다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그런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택해야 할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도기업이 택해야 할 전략에는 기본적으로 ① 총수요의 확대 ② 시장점유율 방어 ③ 시장점유율 확대 등 세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먼저 총수요 확대 전략은 시장의 파이 전체를 키우는 전략입니다. 시장선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선택이겠지요. 전체 수요가 커지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기업은 당연히 시장선도자가 될 테니 말입니다.
시장의 전체 수요를 늘리는 방안으로는 ① 새로운 사용자의 개발 ② 새로운 용도의 개발 ③ 사용량의 증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이해하는 데는 긴 설명보다는 실제 사례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존슨앤존슨은 출산율 저하로 자사의 베이비샴푸에 대한 총수요가 줄어들자 "아기에게 좋은 순한 베이비샴푸는 어른에게도 좋다"라는 캠페인으로 전체 시장의 크기를 늘린 바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사용자를 개발한 사례이지요. 요즈음 화장품 회사들이 남성용 화장품을 많이 출시하여 화장품 시장의 전체 크기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의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용도 개발의 사례로는 암앤해머가 식용으로 쓰이던 베이킹 소다를 냉장고 탈취제로 용도를 바꿔 그 매출을 크게 신장시킨 예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암앤해머는 그 후에도 베이킹 소다를 치약 원료, 검 원료, 세척제 원료 등으로 계속 새로운 용도를 추가 개발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C 제품인 레모나가 초창기의 피로회복에서 피부미용, 감기예방 등으로 그 용도를 추가해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사용량 증대의 사례로는 P&G가 자사의 비듬용 샴푸인 헤드앤숄더가 한 번 감는 것보다는 두 번씩 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광고해 사용량을 크게 늘린 적이 있습니다. 미셸린 타이어가 유럽 곳곳의 유명 레스토랑들을 소개하는 책자(미슐랭 가이드)를 발간해 음식을 즐기는 그곳 사람들의 장거리 운전을 유도함으로써 타이어 사용량을 늘린 것은 고전에 속하는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스퇴르가 요구르트를 '하루에 5병씩 일주일을 마시면 변이 황금색으로 변합니다'라는 장 건강 캠페인으로 대량소비를 유도한 적이 있지요.
시장선도자는 총수요를 확대시킴과 동시에 경쟁자들의 공격으로부터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쟁자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선도자의 약점은 도전자에게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선도자는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자신의 가치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제품의 가격수준이 고객이 인정하는 제품의 가치수준과의 일관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고객과의 돈독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 또한 대단히 중요하지요.
최선의 방어전략은 공격입니다. 선도기업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업계를 리드하며 경쟁자들을 제압해 나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항상 경쟁자보다 앞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며, 유통효율성 제고와 원가 절감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시장선도자는 점유율 확대 노력을 통해서도 성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따라서는 약간의 점유율 증가가 엄청난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시장점유율의 증가는 이익률의 상승과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을 채택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점유율 증가를 위한 노력에 드는 비용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잠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많은 시장선도자들이 점유율을 늘리려다 이익률이 떨어져 낭패를 겪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도전자와 추종자 및 틈새기업의 전략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