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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학
고대 중국의 문명은 황하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생하였는데, 이 황하강에서 과거 3천년 동안 2년에 한 번꼴로 부정기적인 홍수가 일어나 중국에서는 치수 문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치수 사업과 관련된 각종 공사의 자재, 동원 인원 수, 소요 일수, 경비, 동원 병사의 휴가 등을 관리하기 위해 수학이 발달하였다. 한편 국민들에게 조세를 거두어들이거나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수학이 필요하였으며, 이것도 수학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예는 뒤에서 소개될 것이다.
하지만, 고대 중국의 수학에 관해서는 그 근원적인 본질에 관한 어떤 것도 전해진 것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고대 중국인들이 그들의 발견을 영구보존할 수 없는 대나무 위에 기록했다는 것과 기원전 213년에 진시황의 명령에 의한 분서갱유 사건이었다. 분서갱유 사건 이후에 기억에 의존하여 상당부분이 복원되기는 했지만, 이 사건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떤 것도 그 진위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각종 참고 문헌의 기록을 바탕으로 중국의 수학을 주대에서 당대까지와 당대에서 명대까지의 두 시기로 나누고, 그 당시에 출간된 것으로 전해지는 도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역사의 주요 시대는 주(周, B.C. 1030 - B.C. 221), 한(漢, B.C. 206 - A.C. 222), 수(隋)와 후한(後漢, 222 - 약 600), 당(唐, 618 - 909), 오조(五朝, 907 - 960), 송(宋, 960 - 1279), 원(元, 1260 - 1368), 명(明, 1368 - 1644), 청(淸, 1660 - 1911) 등으로 이어지는데, 한에서 수까지의 약 800년을 중국 수학의 골격이 형성되었던 청년시로, 송에서 원까지의 약 400년을 중국 수학의 황금기로 볼 수 있다.
주대에서 당대까지
주대 이전부터 중국의 기수법은 10진법이었으며, 그 후도 주로 10진법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숫자를 나타내는 한문을 그대로 계산에 사용할 수 없어서 중국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산목(算木)을 이용하였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수학책은 한대에 쓰인 구장산술이며, 구장산술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책으로 주비산경이 있다. 주비산경은 천문학에 관계된 책으로 일부만 수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논한 것이었으나 증명은 없다.
구장산술은 고대 중국의 수학책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9장에 걸쳐서 246개의 문제와 그 해법을 싣고 있으나 그리스식의 증명은 없다고 한다. 각 장의 제목은 제1장 방전(方田, 38문항), 제2장 속미(速米, 46문항), 제3장 쇠분(衰分, 20문항), 제4장 소광(少廣, 24문항), 제5장 상공(商功, 28문항), 제6장 균수(均輸, 28문항), 제7장 영부족(盈不足, 20문항), 제8장 방정(方程, 18문항), 제9장 구고(句股, 24문항) 등으로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방정」은 여러 가지 형태의 토지의 넓이 계산으로 토지의 모양은 직사각형, 삼각형, 사다리꼴, 원형, 반원, 활꼴, 도너츠형 등이 있고, 원주율은 실용성을 고려해서 3을 썼다. 대표적인 문제는 36번 문제로 지금 활꼴의 농토가 있다. 현(弦)은 30보(步), 시(矢)는 15보이다. 넓이는 얼마인가?가 있으며 이에 대한 답 1무(畝) 97보 반이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c가 현을, b가 시를 나타내며 이를 계산한 공식은 S = 1/2 * b(c + b)로 경험에서 추정된 공식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분수의 약분에 대한 문제의 해설에서 유클리드의 호제법과 같은 원리로 설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2장 속미」는 곡물을 교환할 때의 환산법에 관한 문제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제3장 쇠분」은 차를 두어 분배하는 계산법이 주제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베를 잘 짜는 아가씨가 있다. 매일 전 날의 두 배씩 짜서 5일 만에 5척(尺)의 베를 만들었다. 이 아가씨는 매일 얼마씩 짰는가?와 같은 문제가 있고, 그 답으로 첫날은 1치(寸) 31분의 19를 짜고, 다음 날은 3치 31분의 7을 짜고, 다음 날은 6치 31분의 14를 짜고, 다음 날은 2척 5치 31분의 25를 짰다.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풀이 방법은 매일 짜는 양을 1, 2, 4, 8, 16으로 놓아 이를 합하고, 5척을 앞에 5개의 수에 각각 곱한 후 곱하여 얻어진 수를 앞에서 합한 31로 나누어 매일 짠 양을 구하는 것이다.
「제4장 소광」은 주로 넓이의 문제를 다루며 뒷부분에서 부피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데, 1장과 다른 점은 넓이가 주어졌을 때 각변의 길이를 구하는 문제가 많아 계산이 역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5장 상공」에서는 토목공사와 관련하여 정사각뿔, 원뿔대, 원뿔, 직육면체를 비스듬히 이등분한 형태의 입체, 밑면이 직사각형인 사각뿔을 4등분한 입체 등의 부피를 정확히 계산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6장 균수」에서는 조세와 관련된 문제로 몇 개의 현으로부터 좁쌀을 일정한 곳에 있는 창고까지 운반하는데, 각 현의 호수라든지 창고까지 가는 데 소요되는 일수 등을 고려하여, 운반해야 할 좁쌀의 양, 동원해야 할 수레와 인원 수를 공평하게 차출하는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제7장 영부족」에서는 과부족에 관한 셈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예를 들면, 지금 공동으로 물품을 구입하는데 각자 8전씩 돈을 내어놓으면 3전이 남고, 7전씩 내어놓으면 4전이 부족하다. 사람 수와 물품의 값은 얼마인가라는 문제와 답으로 7명, 물품값 53전을 싣고 있다. 이 문제를 이원일차연립방정식이 아니라 산술로 풀고 있다. 즉, 각자가 내어놓은 액수 8, 7에 각각 과부족수 3과 4를 바꾸어 곱하여 얻어지는 32, 21을 더한 수 53을 내어놓은 액수의 차인 1로 나눈 것이 물품값이고 과부족수의 합인 7을 차인 1로 나눈 것이 사람 수이다. 이는 아라비아 수학책에 실린 내용과 동일하다고 한다.
「제8장 방정」에서는 일차연립방정식으로 해를 구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현대적으로
3x + 2y + z = 39
2x + 3y + z = 34
x + 2y + 3z = 26
과 같은 문제를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풀고 있다.
3 2 1 39 3 2 1 39 3 2 1 39
2 3 1 34 → 0 5 1 24 → 0 5 1 24 → z = 99/36 = 2 * 3/4
1 2 3 26 0 4 8 39 0 0 36 99
마지막으로 「제9장 구고」에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응용해서 푸는 문제가 나와 있는데, 주로 직각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를 주고 나머지 한 변의 길이를 구하는 문제가 실려있다. 구장산술 이후로 유희의 해도산경이 나왔는데 여기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응용으로 측량에 관한 문제를 담고 있으며 구장산술의 마지막장인 구고의 부록 구실을 하기 위해 엮은 것이다. 유희는 264년에 원주율 ∏의 값을 192각형을 사용하여 3.141024 < ∏ < 3.14159를 얻었고, 3072각형을 사용해서 ∏ = 3.14159를 얻었다고 한다. 또한 구의 부피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무한급수의 합을 셈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한대의 순체가 구장산술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손자산경을 저술하였는데, 여기에서는 현대의 개념으로 1차 합동식에 해당하는 문제가 수록되어 있는데, 곧 3으로 나눌 때 2가 남고, 5로 나눌 때 3이 남고, 7로 나눌 때 2가 남는 어떤 미지수가 있다. 그 중 가장 작은 수는 무엇인가?라는 부정방정식이다.
손자산경과 비슷한 시기에 저술된 책으로 장구건산경, 오조산경, 하후양산경, 오경산술 등이 있다. 이 중 장구건 산경과 하후양산경은 각각 장구건과 하후양의 저술로 보이나 따로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고, 오조산경을 전조, 병조, 집조, 창조, 급조의 5개의 조로 나누어 각 관청에서의 실무적인 계산기술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으나 전체의 분량도 지고 내용도 내단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책이 5세기 말에 나온 조충지의 철술이다. 철술은 전해지지는 않고 있으나 저자인 조충지와 그의 아들 조항지가 ∏가 대략 355/113이며, 3.1415926 < ∏ < 3.1415927)이는 유럽에서는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도달할 수 있었던 정확한 값이며 중국에서 ∏의 값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원칙적으로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한다. 그리고 625년에 왕효통이 집고산경을 지었으며, 여기서는 구장산술에 있는 x3 = a 보다 복잡한 최초의 삼차방정식을 다루고 있다.
이상에서 나온 10권의 문헌은, 당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수학교육이 제도화되어 신학이라는 학교가 국가에서 설립되면서 산경십서라 하여 교과서로 이용되었다. 산학의 수업연한은 7년으로 학습내용이 따라 다음과 같이 두 조로 나뉘었다.
[제1조] [제2조]
손자, 오조 1년 철술 4년
규장, 해도 3년 집고 3년
장구건 1년
하후양 1년
주비, 오경 1년
당대에서 명대까지
송에서 원에 이르는 시기가 중국 수학의 황금기였으며 특히 송대 후반기(13세기 중엽)에서 원대 전반기(14세기 초)에 이르는 약 반세기 동안 절정을 이루었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주요 저술로는 진구소의 수서구장(1247), 이야의 측원혜경(1248), 익고연단(1259), 양휘의 양휘산법(1261, 1275), 곽수경의 수시력(1289) 등이 있다.
진구소는 수서구청에서 순체가 남긴 부정방정식을 다루었으며, 중국 최초로 영을 표시하는 독립된 기호로 원을 사용했다. 또한, 고차원방정식에서 제곱근을 뽑아내는 방법을 일반화시켰는데, 이는 영국에서 1819년에 발견된 호너의 방법과 똑같은 대수방정식의 수치적 해법이었다. 이야는 측원해경에서 고차방정식을 유도하는 기하문제를 다루었으며, 특히 산목으로 표시한 숫자의 마지막 자릿수에 대각선으로 획을 그어서 음수를 표기하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또한, 구장산술에서도 일차연립방정식이나 일원이차방정식의 문제는 다루어지고 있었으나 미지수를 사용하여 대수적으로 방정식을 처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양휘는 양휘산법에서 오늘날과 같은 방법으로 소수를 능숙하게 다루었다. 또한 파스칼의 삼각형에 대해 의존하는 가장 오래된 설명을 구했는데 이는 그 뒤에 주세걸의 사원옥감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는 이항정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사원옥감에서는 급수가 등장하는데, 급수를 구하는 39분제가 다루어지고 있으며 유형별로는 다음의 7가지로 나뉘어진다.
① ∑n ② ∑n(n + 1) / 2
③ ∑ n/6 * (n + 1)(n + 2) ④ n/4! * (n + 1)(n + 2)(n + 3)
⑤ n/5! * (n + 1)…(n + 4) ⑥ ∑n(1 + 2 + … + n)
⑦ ∑n(1 + 3 + … + n(n + 1)/2)
이러한 눈부신 수학활동은 원대 말기부터 갑자기 시들기 시작하였고, 명대에 이르러서는 산학이 폐지되었고 민간에서의 수학연구도 침체되었다. 하지만, 상업의 발달과 더불어 주산이 민간에 보급되었는데, 주산에 의한 계산법을 논의한 정대위의 산법통종(1592)은 주목할만한 책으로, 주산에 의한 산법을 논의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다.
중국의 전통수학이 쇠퇴하게 된 명대 말에 선교사들에 의하여 유럽의 수학이 수입되어, 마테오 리치와 서광계가 유클리드의 원론을 번역한 기하원본(1611)과 이지조의 동문산지(1614) 등의 번역본이 저술되었으며, 매곡성이 수입된 수락을 집대성하여 53권으로 된 수리정은 (1723)을 엮었다. 이 수리정은에는 차근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고차방정식이 있었으며 권말에 삼각함수표와 로크표 등이 실려 있다. 또한 수리천문학에서도 유럽쪽의 지식이 도입되고 선교사를 중심으로 서양신법역서(1631), 역학회통, 역상고성(1723), 역상고성 후편(17420 등이 저술되어, 산술, 대수, 기하, 삼각법, 로그 등을 포함한 근세 유럽 수학의 성과가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전달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양수학의 연구는 중국인의 전토의식을 자극하여 중국 본래의 수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으며, 이 속에서 사고전서의 수학부분을 담당한 대진이 산경십서를 발굴하여 세상에 알림으로써 전통수학의 제인식, 더 나아가서는 수학의 복고시대를 만든 계기를 가져왔다.
청대 말에 가까워지면서 여러 학자들이 유럽수학의 성과를 받아들이면서 독창성 있는 연구가 싹을 트기 시작하였으니, 얼마 있지 않아 아편전쟁, 개항, 청 말을 맞이함으로써 중국 수학은 유럽계의 수학에 완전히 자리를 내주며 표면상으로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서동엽/서울대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