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살게 되었다. 경북 영천에서 군대 생활을 하였고, 서울의 경제기획원에 잠시 재직하다가 경남 진주의 경상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고 2001년 서울과기대로 직장을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2년부터 고향 전북의 새만금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서울과기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절친하게 지냈던 전북대 교수 한 분과 전북도청 새만금담당과장이 총장실로 방문하였다. 김완주 전북지사가 서울 권역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새만금 사업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가칭 「새만금정책포럼」을 구성하여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종합개발계획(Master Plan) 수립과 함께 제대로 추진되는 듯 했지만 4대강 사업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2013년 정권 교체 이후 새만금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새만금개발을 전담하는 중앙부처의 설치가 필요하고 예산도 확보해야 하므로 가급적 전북출신이 아닌 전문가들로 포럼위원을 선정하여 활동해 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
당시 우리 대학문제에 전념하기 위하여 외부자문 활동을 줄여나가는 중이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여태까지 고향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였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내가 한국행정학회장으로 일했던 2008년도 춘계학술대회를 전북대학교에서 개최할 때 김완주 전북지사의 지원을 받아 학회 회원들과 함께 막 완공된 새만금방조제를 방문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고향을 위해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전북도지사의 부탁을 받아들여 2012년 8월 8일 전라북도지사로부터 새만금정책포럼 위원장으로 위촉받았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가장 긴급한 현안은 새만금개발청의 설치였다. 후보시절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모두 대선공약으로 채택하였지만 실제로 차관급 중앙부처 신설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선거 직전인 12월 11일 여야 합의로 새만금개발청 설치를 위한 새만금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 여러 부처로 나누어진 새만금개발체계로는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새만금개발청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새만금정책포럼에서는 2013년 초에 포럼주제로 한국행정학회와 공동으로 새만금개발청 설치 문제를 다루었고, 우리나라의 행정중심복합도시개발청 또는 미국의 TVA 즉, 테네시밸리개발청과 같은 형태의 새만금개발청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013년 1월 16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한국행정학회 기획세미나 개최). 2013년 9월 12일에 국토교통부의 외청으로 새만금개발청이 설치되었다.
새만금개발청이 설치된 후 포럼의 임무가 완수되었으므로 포럼 해체를 논의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하진 지사가 새만금포럼을 계속 운영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여 현재까지 포럼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지사는 남성중학교 1년 선배로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였다. 새만금정책포럼은 1년에 34회 포럼을 개최하여, 새만금과 관련된 정책이슈에 관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중앙정부의 정책의제(policy agenda)로 설정하는 데 주력하였다. 새만금정책포럼에서는 전라북도가 새만금지역에 2023년 세계 잼보리 대회를 유치하기 위하여 활동할 때 외곽에서 지원하였다.
새만금개발청이 설치된 이후에도 새만금 내부개발은 지지부진하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된 종합개발계획(MP)에서 민간 사업자를 유치하여 내부수면을 매립한 다음 이를 분양하도록 하였는데, 초기 투자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위험부담 때문에 국내외에서 선뜻 나서는 민간사업자가 없었다. 새만금 정책포럼에서는 국회에서 열린 공개 정책토론회(2016.12.15)에서 그간 금기시(?)되었던 정부주도 용지매립 방안을 최초로 공론화하였다. 이를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받아들여 2018년 9월 새만금개발공사가 출범하게 되었다. 나는 새만금개발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초대 사장으로 건설교통부 본부장 출신으로 역량을 검증받은 남성고 후배인 강팔문 사장을 추천하여 임명되었다.
새만금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내부 수변도시매립공사는 지난해까지 25% 진척되었고, 올해 95%, 2023년 5월에는 100% 매립이 완료될 예정이다. 새만금 내부에 동서도로가 이미 완공되었고, 남북도로도 곧 완공될 예정이다. 포럼위원장으로 되돌아보면 9년째 여러 가지 계획들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점차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때마침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ESG 경영이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새만금 산업단지(5,6공구)에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 RE100이 실현되는 스마트그린 산업단지가 육성되면 낙후된 전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졸업50주년행사 추진위원회에서는 5월 21일(토) 모교에서의 졸업50주년 행사에 앞서 20일(금)에 새만금, 고군산군도 및 변산 지역을 거쳐 모항해나루호텔에서 1박하면서 전야 행사를 가지기로 하였다. 지난 1월 22일에 집사람과 함께 승용차 편으로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된 고군산군도를 방문하였고, 부안 격포를 거쳐 변산 모항해나루 가족호텔에서 1박하였다. 이 행사를 앞두고 사전 답사를 해 본 것이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 등 여러 섬들이 군도를 이룬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는데, 이제 차편으로 편리하게 갈 수 있다. 섬들이 많이 모여 산처럼 보인다 하여 군산도라고 불렸다고 한다. 선유도는 고려시대 송나라와의 무역기항지였을 뿐 아니라 수군을 두고 군산진이라 하였다. 조선 세종때 수군기지가 육지로 이전하면서 '군산'이라는 원래 이름은 기지가 옮겨간 육지로 가고, 이 지역에는 이름 앞에 옛 '고'자가 붙었다고 한다. 고군산 8경의 경관이 특히 아름답다.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이 선유도에서 열하루 동안 머물며 전열을 재정비했다고 한다. 이번 답사여행 시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바닷바람이 거세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집사람과 모처럼 1박 2일 고향의 바닷가를 둘러보아 힐링이 되었다.
졸업50주년 전야행사를 가질 모항해나루 가족호텔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물이 넘실대는 해넘이 최고의 명소 변산 모항에 자리잡고 있다. 추진위원회에서는 150명 이상의 동기들의 참여를 예상하여 숙박시설을 예약하였고 대규모 연회 행사장인 해나루홀에서 전야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5월로 성큼 다가온 50주년 행사가 준비한 대로 진행되어 최대한 많은 동기들과 어울려 고군산, 새만금, 변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즐기고, 모교를 방문하여 우정을 되새기는 의미있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