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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자공고39회동기회 원문보기 글쓴이: 신영구 (통3반)
1 글쎄 무슨 말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하나? 허락도 없이 내 청춘을 가로질러버린, 이 무례한 사람들에 대하여...내가 이들을 처음 만난 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니 벌써> 때문이 아니다..포터블 녹음기에에 의존하며 음악을 찾아듣던 그 시절...나는 언제나처럼 음악을 흥얼거리며 마루에 뒹굴거리고 있었고, 누나가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테잎 2개를 사왔다...그 중 하나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산울림의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였다...근데 이 음반 하나가 내 삶의 방향을 틀어놓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란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인트로가 꽤나 긴 편이다. 트로트가 판을 치던 당시, 그들의 긴 인트로도 충격이었지만 묘한 리듬감에 실린 구어체의 신선한 가사는 감수성이 예민한 나에게 '파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핏대를 세우며 열창하는 조용필의 <창 밖의 여자>도 좋았지만, 내게는 마치 어린애처럼 옹알거리는 김창완의 노래가 더 맘에 와 닿았다..이렇게 시작된 그들과의 만남...
2 2008년 1월...정규앨범 13장과 동요음반 4장을 발표하며 근근히 활동하던 산울림의 막내 '김창익'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충격적인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그것도 고국이 아닌 낯선 이국에서 밴쿠버에서 식품도매업을 했던 고인의 나이는 향년 50세..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장수 락그룹으로서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히트곡을 양산했던 그들이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특히 그의 심플하면서 힘이 넘치는 파워드러밍을 좋아했던 나에게 그의 죽음은 산울림과의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가슴 한켠이 무너지는 충격을 맛봐야 했다..이제 정말 그들의 음악은 들을 수 없는 것일까? 물론 그동안 산울림 정규음반이 늦게 발매될때면, 간간이 김창완의 솔로 앨범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김창완 개인의 음반이지, 산울림 음악은 아니다...산울림이야말로 형제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 위력과 광휘가 빛나는 그런 그룹이다..많은 팬들이 산울림을 떠올리면서 그들의 초기작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한국 록 음악의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데뷔 앨범 <아니 벌써(77)>를 비롯하여, 그들의 열정과 섬세함이 고스란히 반영된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78)>, 그리고 같은 해에 파격적인 실험을 가미한 3집 <내 마음은 황무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초기작은 분명 록 팬들에게 주는 지상 최대의 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산울림의 음악을 한마디로 단정짓기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일이다..어찌보면 사이키델릭하고, 또 어찌보면 펑크록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하다가 또 한편으론 프로그레시브하기도 하다..그만큼 이들의 음악이 다양하다는 말인데, 간혹 '산울림'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산울림의 음악을 록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발라드에 치중하는 그룹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순수 록 팬들은 <산울림>의 음악을 푸대접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말은 결국 산울림의 음악이야말로 '싱글' 위주의 감상 보다는 '앨범'에 수록된 곡 전체를 감상해야 그들의 음악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의 다양한 음악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록으로부터 포크, 발라드, 민요,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들려주는 음율이야말로 보물창고와 다름없다.. 이런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게 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맏형인 김창완의 섬세한 정서가 기저를 이루고 있지만, 형과 닮은 음악성을 고수하면서도 거기서 조금 비켜난 듯한 창훈-창익 형제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김창익의 죽음이 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3 <산울림>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왜 그들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순수'란 단어를 거론한다..무작정 데모 테잎을 들고 '서라벌 레코드'사를 찾아가 음악을 시작하게된 동기부터 그러하거니와 이후에 보여준 그들의 행보는 분명 대중과 영합하여 '인기'를 끌려는 불온한 기미는 발견할 수가 없다..따라서 괜히 록을 한답시고 겉멋에 치중하여 가죽의상에 쇠사슬을 매다는 푼수 짓을 하거나, 젊은이의 방황, 열정, 청춘 운운하며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가사도 그들에겐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덧없이 흘려보낸 아쉬운 기억들을 더듬어낼 뿐이다..그들이 동요집을 별도로 제작하긴 했지만, 굳이 동요-가요 분간할 필요가 없는 것도 어쩌면 그들이 지닌 순수성에 기인한다. 그들에게는 국내 가요계에서 숱하게 자행되던 억지눈물의 강요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또 틀에박힌 선율로 청자를 우롱하던 식상함도 찾아볼 수가 없다..사람들에게 <산울림>의 히트곡을 열거하면 깜짝 놀란다..<산울림>이란 이름을 들어봤지만, 이게 과연 그들의 곡이었는지는 잘 몰랐다는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인상에 남을만큼 크게 히트친 것은 아니지만, 문득문득 길을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곡들이 다름아닌 '산울림'의 곡이라면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록을 하는 그룹으로서 이렇게 많은 히트곡을 양산해 낸 그룹이 대한민국에 존재하기는 한걸까?
4 <산울림>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거의 대부분, 신규 앨범이 발표될 때마다 레코드 샵으로 달려나간다. 물론 이런 현상은 수록곡 전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는 근원적인 이유도 있지만, 앨범 자켓에 김창완이 손수 그린 그림 때문이라는 사람들도 많다...마치 유치원생이 크레파스로 아무렇게나 도화지에 그린 듯한 어설픈(?) 그림...정감있는 어설픔이 '순수'와 결합되면서 괜한 수집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mp3로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일 수 없었던 시절, 앨범의 표지는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음반을 알리는 가장 소중한 도구였다..당시만하더라도 국내에서 발매되는 앨범 대부분은 촌스럽게 찍힌 자신의 얼굴로 대신하는게 관례였고, 이때 그들의 음반 표지는, 촌스럽게 그려진 그림과는 달리 '세련미'가 흠씬 묻어났다...나의 경우도 이런 기이한 수집욕에 휘말려 한동안 그들의 발매한 LP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사 모아둔 적이 있다..물론 그 습관은 LP대신 CD가 발매되면서 중단되긴 했지만, 지금도 벽장 속에는 그때 모아둔 LP들이 소중하게 쌓여있다...(CD의 경우 크기가 작아 표지 감상에는 적당하지 않다. 지금도 매니아들이 LP에 집착하는 것은 아마도 표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은, 그들이 그동안 발매되었던 음반에 어떤 노래들이 수록되었었는지에 대한 감상과 아울러 표지에 사용된 그림들은 어땠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엄청난 스크롤 압박에 주의!!)
5 바람의 전설..
1. 아니 벌써 2.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3. 골목길 5. 그 얼굴 그 모습 6. 불꽃놀이 7. 문 좀 열어줘 9. 청자(아리랑)
아니 벌써 (1977)
지금은 한국 록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획기적인 데뷔 음반이지만, 이 음반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계획적인 의도라기 보다는 우연에 기댄 흔적이 역력하다..<산울림>의 맏형인 김창완은 당시만 하더라도 록커가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고, 대신 자신을 비롯한 형제들의 추억의 소산물로 음반을 간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1972년, 처음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게 된 김창완은 동생들과 함께 집에서 연주하기 시작했고, 1977년 mbc 대학가요제가 시작되자 무이(無異-다름이 없다)라는 이름으로 출전을 하게된다..당시 그들은 예심 성적 1위라는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지만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가 2위) 김창완이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탈락하게 되었고 대신 기념음반 발매로 방향을 틀었다..그래서 그럴까? 앨범에 수록된 트랙들은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녹음상태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경박한 소리를 내는 드럼도 그렇거니와 언제 삑사리(?)를 낼지 모르는 김창완의 보컬은 지금들어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하지만 이 음반을 당당하게 '명반' 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리듬과 생경한 가사들의 향연에 있다..이런 신선함은 기술적인 재앙마저 끌어안을 정도로 그 파괴력이 대단했는데, 특히 '아니 벌써'에서 보여준 상쾌한 리듬감과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에서 보여주는 몽환적인 느낌은 향후 한국 음악의 발전을 앞당기는 초석이 되었다...1집에 수록된 모든 트랙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니 벌써'의 후광에 가려 뒷전으로 밀린 4번 트랙 '안타까운 마음'을 권하고 싶다...조금은 쓸쓸한 듯한, 그러면서도 흥겨운 리듬을 잃지않는 이곡이야말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와 함께 그들의 데뷔 앨범을 장식하는 백미가 아닐까? ★★★★
▶ 산울림 1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1|2|3|4|5|6|12|13|14|)-추천곡 '안타까운 마음', '골목길','소녀'
6 찻잔에 이는 바람, 태풍이 되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1978)
▶ 산울림 2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15|16|17|18|19|20|21|22|23|24|)-추천곡 '안개 속에 핀 꽃', '기대어 잠들어 버린 아이처럼',
7 황무지에 부는 바람
1. 내 마음(내 마음은 황무지) 2. 아무 말 안해도 3. 한 마리 새 되어 4. 아무도 없는 밤에
내 마음/그대는 이미 나(1978)
<산울림>의 초기작 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3번째 앨범은 평론가들 및 팬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어떤 이는 B면 전체를 한곡으로 채울만큼 자신감(혹은 모험?)을 예로들며 '불후의 명반'이라고 칭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그저 밋밋하게 전개되는 곡 구성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둘 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하지만 논쟁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대곡 위주로 앨범을 평가하려는 잘못을 저지르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감을 씻을 수가 없다.('아무도 없는 밤에-8분 56초'와 '그대는 이미 나'-18분 40초') 많은 평론가들의 지적처럼 곡이 길다고 모두 명곡이 되는 것은 아니다...어느 누구도 '아무도 없는 밤에'와 '그대는 이미 나'가 산울림의 명곡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것은 '그대는 이미 나'는 산울림의 매니아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트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기현상은 왜 발생하게 되었을까? 팬들도 트랙들이 가진 어설픔을 잘 안다...하지만 팬들은 <산울림>의 어설픔마저 사랑할 정도로 이미 그들의 매력에 흠씬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품질 보다는 그들의 어설픈 시도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실패가 무서워서 시도조차 안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최선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바로 이 지점이 그들의 세번째 앨범을 '저주받은 걸작'으로 칭하게 만든 것이다..사실 말이 나왔으니깐 하는 말인데, '그대는 이미 나'의 경우 한곡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전반부의 분위기와는 전혀다른, 서정적인 소품이 중간에 삽입됨으로써 마치 두 곡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한다. 어쩌면 이렇게 말도 되지 않게 막무가내식 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반감보다 호감을 나타내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 갖는 생각일까? 그러나 정작 3집에 숨겨진 보석들은 '내 마음(내 마음은 황무지)'에 이어지는 "아무 말 안 해도"와 "한 마리 새 되어"다...특히 김창훈의 가래끓는 목소리로 시작되는 '내 마음'의 경우 1996년 영화 <정글 스토리>에 삽입되면서 뒤늦게 음악다방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는데 이 곡은 한국음악의 갖는 기존 관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산울림 3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25|26|27|29|265|)-추천곡 '내 마음' '아무 말 안해도' '한마리 새 되어'
8 바람, 쏜살처럼 달리다
1. 특급열차(속에서) 2.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8. 우리 강산 9. 여운
특급열차/우리 강산
산울림의 음반 중, 수록곡들의 질(?)에 비해 가장 푸대접을 받고 있는 음반이 지금 소개하는 4집이다...아마도 그것은 영화나 연극, 드라마와 같은 매체에 사용했던 곡들을 모아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또 다른 이유로는 창훈-창익 형제가 군복무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김창완' 혼자 앨범을 제작했던 '솔로 앨범'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특급 열차(속에서)'와 '카멜레온'은 연극 음악, '유리인형', '어디로 갈까', '내일 또 내일', '바람 부는 강 언덕'은 영화 [내일 또 내일]의 삽입곡이다. TV 및 라디오의 드라마에서 사용된 곡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풋내기들의 합창', '가을에 오시나요'를 비롯해, '거인의 숲'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 단점이 장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특히 어느 곡 하나 버릴 게 없는 앨범이 바로 4집이라는 점에서 이런 생각은 더욱 신빙성을 갖는다..'특급열차'나 '카멜레온'과 같은 트랙에서는 막가파식 록을 감상할 수도 있고, 또 '우리 강산'과 같은 흥겹게 연주하는 김창훈의 색다른 베이스를 감상할 수도 있다....또, 다른 앨범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의 서정을 자극하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여운','가을에 오시나요'등의 트랙에서 풍겨나는 쓸쓸함을 감지한다면 우리가 왜 <산울림>과 함께 청춘을 보내야만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음반의 최대 성과는 '거인의 숲'과 같은 '동요적 성격'을 지닌 곡들을 수록했다는 것..어린이 드라마 음악에 참여하면서 비로서 자신들의 가진 장점을 '동요'에까지 확장하는 놀라운 번식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면 관계 상 여기서는 소개할 수 없지만 4장의 동요앨범 (하긴 산울림의 음악을 굳이 가요-동요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순수성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세상 어린이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이다. ★★★☆
▶ 산울림 4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30|31|32|33|34|35|36|37|38|39|40|41|42|)-추천곡 '풋내기들의 합창', '내일 또 내일'
9 나른한 모래바람..
1. 한낮의 모래시계 2. 오솔길
한낮의 모래시계/이렇게 갑자기
갑작스런 두 동생의 빈 공백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앨범이 바로 5집 <한낮의 모래시계>다...김창완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이 시기에 나온 앨범들은 '사생아'일지도 모른다. 처음 데뷔 때 보여준 '패기'도 발견할 수 없고, '신선함'도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앨범은 전문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맞게 감상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그래서 그럴까? 앨범 타이틀처럼 나른한 오후에 감상하면 정말 딱인 트랙들이 대부분이다....<산울림> 초기 음반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아마츄어적'인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약간 거친 듯하면서도 흥겨운 리듬, 그러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 당돌한 가사, 그리고 무엇보다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청춘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산울림>은 이제 더 이상 녹음상태를 핑계댈 수도 없게되었고, 톡톡튀는 가사들로 사람들을 놀래기엔 한계가 있었다...그래서인지 '쓸쓸함'과 '나른함'을 느낄 수는 있으되, 초기 록적인 '악동'끼가 실종되어버린 음반이 바로 5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퇴보로 본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란 생각을 한다..조금은 기가 죽은 듯한 느낌이지만 여전히 '연 띄워라'에선 록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김창완의 힘겨운 노력이 엿보이고, '백자'와 같은 트랙에서는 우리 전통 가락을 록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묻어있다. 또한 1집에서 선보였던 '청자'와 짝패를 이루는 '백자'에서는 <산울림> 특유의 퍼지톤의 기타와 귀에 착착 달라붙는 리듬으로 무장되어 그런대로 들을만하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평들이 나오게 된 것은 아마도 뒤에서 코러스를 받쳐주던 형제들의 목소리가 없어서 허전하게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이건 사담이지만, 나는 이 앨범의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특히 '포도밭으로 가요'에서 보여주는 밋밋한 구성과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 그리고 나른함 등은 당시 국내 가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분위기로서 오수를 즐길 때 주로 애청하곤 했다...또한 '왜 가'에서 보여주는 애절함은 그동안 감정을 절제했던 <산울림>의 발라드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감정 표출이었기에 한층 더 친숙한 느낌을 갖게된다.. ★★★☆
▶ 산울림 5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43|44|45|46|47|48|49|50|51|) 추천곡-'오솔길', '왜 가'
10 바람, 해바라기를 흔들다.
1. 조금만 기다려요 2. 못 잊어 7. 어느 비 내리던 날 8.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9. 빨간 풍선 10.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11. 찻잔 12. 오후
조금만 기다려요/못잊어/어느 비 내리던 날
보통 5~6개월 정도면 한개의 음반을 발매하던 <산울림>으로서 동생들의 군복무는 꽤나 지루했을 법 하다..따라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김창완으로서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이 자명하다..김창완은 여기에 대한 고육책으로 이때쯤 세션맨들을 고용하여 <산울림>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그래서 그런지, 이 음반이야말로 <산울림>의 냄새가 모두 사라진 음반으로 기억될 것이다...따라서 <산울림>의 앨범이라기 보다는 <산울림>의 6집은 이후에도 간간이 시도하던 '김창완 솔로 앨범'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게 옳다...개인적인 경우 <산울림>이야말로 대중과 야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랬는데 이 앨범에선 그런 불온한 혐의까지 포착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거의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 서정적인 소품들로 채워졌고, 연주도 영민하고 민첩하게 진행된다...그래서 그럴까? 이런 그의 힘겨운 노력에 힘입어 이 음반에서는 여러 곡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졌는데 특히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와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은 소녀팬들을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역활을 수행하기도 했다....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은 대체적으로 연주도 무난하고 여러가지 정서가 골고루 형상화되면서 안정된 느낌을 갖게한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드는 건 위에서 언급한 이유, 즉 음정도 어긋나고 튜닝과 박자도 엉성하지만 막무가내로 달리던 산울림의 매력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록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소리만 크면' 그것을 '열정'이라고 오인한다. 하지만 열정이라는 것은, 퍼포먼스나 목소리, 실력이 아니라, 음악에 대하여 얼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느냐하는 것이다..열정이 사라지면,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처음'으로 되돌릴 수가 없다..조금은 삐걱거리더라도 <산울림>을 사랑했던 이유는 각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
▶ 산울림 6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52|53|54|55|56|57|58|59|60|61|62|63|) 추천곡-'어느 비 내리던 날', '빨간풍선'
11 합류된 바람, 새롭게 불어오다..
1. 가지마오 2. 먼 나라 이야기
가지 마오/하얀 달/청춘
드디어 김창완-창훈-창익 형제가 돌아왔다...4-5-6집으로 이어지면서 혼자서 <산울림>의 대문을 쓸쓸하게 지켰던 김창완으로서는 동생들의 복귀가 어느 누구보다도 반가웠을만한다..또한 환경적으로도 '서라벌 레코드'에서 '대성' 쪽으로 옮겨가면서 홀가분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암튼 이렇게 시작된 7집은 <산울림> 초반부(1-3집)까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반영한 중반기 명반이다...또한 군복무를 끝낸 창훈-창익 형제의 연주실력이 한층 탄탄해졌다는 것도 특이할만하다. 따라서 그들의 단점을 커버하던 오르간 소리를 자제하고, 대신 쭈욱 스트레이트로 내달리기에 적합한 기타-베이스-드럼으로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 포문을 여는 앨범의 오프닝 '가지마오'에서 부터 '그대 창가로 와요', '하얀달', '꿈꾸는 인형'등은 왜 그들이 뭉쳐있어야 진정한 <산울림>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트랙이라 하겠다..한가지 눈여겨볼만한 것은 그동안 기름끼(?)가 낀 김창완을 대신하여 '독백'에서 김창훈 특유의 걸쭉한 보컬로 지루함을 덜어낸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김창훈이 초병시절 만들었는데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렇게 불러도' 가수가 될 수 있단 희망(?)을 안겨준 문제작이다...이 앨범에서 김창완는 '먼나라 이야기'에서 김창완은 '죽음'이란 주제에 접근하는데 언뜻 청춘의 아이콘인 <산울림>과 죽음은 결코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여겨지나 심드렁한 김창완 입에서 흘러나온 죽음은 이상하게 섬뜩하다기 보다는 일종의 방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어린이를 위하여 동요를 만들만큼 순수를 간직한 그가 죽음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언급할 수 있는 김창완의 이중성은 세상에 대한 냉소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어쨌든 이 앨범에서 그들은 초창기의 서두른다는 느낌이 덜하고 안정된 연주를 선보인다...그들의 이런 완숙미가 결코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제 정말 세월이 흐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
▶ 산울림 7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64|65|66|67|68|69|70|71|72|73|) 추천곡-하얀 밤', '하얀 달'
12 바람의 안간 힘
1. 새야 날아 5. 지금은 잘 생각나질 않네 9. 사랑하니까
새야 날아/내게 사랑은 너무 써
<산울림>의 8번째 앨범은 전문가나 팬들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정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초기 앨범에 대한 부담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주지하다시피 7집에서 동생들과 합류하면서 록팬들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마추어'적인 기질로 승부를 걸기엔 그들은 이미 록씬에서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음악은 이제 더 이상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들려주기 위한' 음악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군대까지 제대한 동생들의 생계를 고려한다면 김창완의 입장에서는 예전의 순수성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데뷔 당시 가졌던 순수함을 포기하기도 어렸웠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A면에는 초반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배치하고 B면에는 대중들이 좋아할 발라드를 배치함으로써 음악성과 대중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 초강수를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너무 조급하게 덤벼든 까닭에 A면에선 그들의 지닌 발랄함이 실종되었고, B면에선 대중과 타협한 흔적이 묻어나는 졸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산울림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공이라든지, 혹은 음악적인 성취라든지 하는 ‘불순물’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데 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조급증에 걸리게 하였을까? 그나마 위안이라면 A면에 수록된 몇곡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리듬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것은 분명 지금껏 해온 스타일과는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뭐랄까? 같은 록을 연주하면서도 홍키통크와 같은 초기 로큰롤로 복귀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한다..이는 어쩌면 지금껏 철모르고 연주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좀 더 체계적인 음악을 하려는 힘겨운 발디딤일지도 모른다...★★★
▶ 산울림 8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74|75|76|77|78|79|80|81|82|83|) 추천곡-'그럴 수도 있겠지', '지금은 잘 생각나질 않네'
13 바람의 종착
1.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2. 더 더 더 3. 소낙비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멀어져간 여자
동생들과 만든 중기의 산울림의 앨범(7-8-9-10집) 중 이번 9집 앨범은 전작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느낀 <산울림>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야심찬 의욕을 갖고 제작한 음반이다...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전작에 비해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그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후 창훈은 대학에서 전공을 살려 해태상사에, 창익은 대우 자동차에 입사하면서 산울림 9집은 실질적으로 중기 <산울림>의 마지막을 고하는 앨범이 되고 말았다....물론 이후에 창훈-창익 형제가 녹음에 참여함으로써 형제들의 이름을 내건 10집이 마지막 앨범으로 기록되곤 있지만, 이 음반은 실제적으로는 김창완 솔로 음반의 연장선으로 보는게 타당하다..하지만 이 앨범은 <산울림> 매니아들에게는 초창기의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사뭇 의미심장하다. 특히 김창훈의 샤우트 창법으로 내질러대는(?) '소낙비'와 같은 트랙에서 더욱 그러한데 이 음반의 흥행실패로 <산울림> 활동이 의기소침해진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신촌블루스가 자신의 2집 앨범에 리바이벌 했던 '황혼'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록을 연주하면서도 산울림의 트랙에서 '블루스 록'의 체취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김창완은 이번 9집을 통해 '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지는 '블루스 록'에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한다. 물론 보컬이나 블루지한 기타 톤이 2% 부족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무난하게 처리한다..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신촌블루스 정서용이 부른 황혼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신촌블루스-황혼듣기 ▶http://blog.daum.net/venus6027/16862054) 만일 이 앨범의 성공했었더라면 가요계의 판도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70년 후반~80년 초반기를 기점으로 이은하나 김완선 등이 육감적인 몸짓으로 '댄싱퀸'으로 대접받는 시기였다..<산울림>의 실패는 그룹사운드의 몰락을 불러왔고, 상업주의에 연연한 가요들이 판을 치는 암흑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 시대적 조류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산울림 9집은 녹음, 연주, 그리고 실험성인 시도 등 여러가지를 비교하더라도 초창기 명반에 결코 뒤지지 않기에, 그래서 이 앨범의 흥행 실패가 더욱 아쉬운 것이다. ★★★★☆
▶ 산울림 9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84|85|86|87|88|89|90|91|92|93|94|) 추천곡-'소낙비', '멀어져간 여자','황혼'
14 바람은 여전히 그치질 않고..
1. 춤추는 밤 2. 꿈이야 생각하며 잊어 줘
너의 의미/지금 나보다/꿈이야 생각하며 잊어줘
앞선 음반의 실패로 동생들을 떠나보낸 이후 '김창완'은 예전처럼 쓸쓸하게 <산울림>을 지켜야하는 운명에 놓여있었다..그래서 그럴까? 세션맨(김정택과 이치현)까지 동원하며 '신나게 춤을 추자'는 김창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의 분위기는 '쓸쓸하다'..어쩌면 두번째 트랙의 제목처럼 지금까지 <산울림>의 발자취를 꿈이라 생각하며 잊어야 될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아-너무 지쳤어'로 시작되는 가사들은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시대의 조류에 밀려 조금씩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것일까? 우리는 이때쯤 '김창완'이 <산울림>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진지하게 재조명해야 한다. <산울림>은 형제밴드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동생들이 떠났다고 <산울림> 외양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건 이미 전례를 통해서 증명되었지만, <산울림>을 좋아하는 팬들은 그저 동생들이 없는 <산울림>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산울림>은 김창완의 능력에 동생들이 가진 역량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던 그룹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능력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장된 몸짓없이 '록의 원형질'을 보여주었던 <산울림>의 업적 뒤에는 모두 그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등 어느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은 자유분방한 스타일은 김창완의 음악적 역량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음악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그 천재성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물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규 음악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가진 감수성만으로 가요계의 판도를 뒤바꾼 인물은 세계적으로도 흔치않다..<산울림>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너의 의미'와 '지금 나보다'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산울림 10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 추천곡-'독수리가 떴네', '지금 나보다' '여기 있어 그대',
15 비에 젖은 바람
1. 슬픈 장난감 2. 비의 마음 7.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꺼야 8. 도시에 비가 내리면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슬픈 장난감
▶ 산울림 11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 추천곡-'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안녕',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꺼야'
16 바람소리 들리지 않고.
1. 꿈꾸는 공원 2. 내가 돌아갈 곳은
Adagio(꿈꾸는 공원/불안한 행복/동창생)
<산울림> 음반 발매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12집은 전작이 발표된지 무려 5년이 지난 후에야 발매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철학이 부른 원인도 있겠지만, 김창완 본인 스스로가 음악적 갈피를 잡지못하고 방황한 탓도 있는 것 같다..이제 <산울림>의 노래에서 더 이상 '청춘'이니 '열정'이니 하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쓸쓸하고 고독하게 늙어가는 중년의 굽은 등만이 보일 뿐이다..그토록 순수하게만 보이던 김창완도 이제는 세속에 물들어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일까? 혹은 '성숙'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아야하는 것일까? 이런 정서는 앨범에 수록된 트랙만봐도 알 수 있다. '불안한 행복'이나 '동창생'처럼 중년의 푸념이나 넋두리조의 곡들이 포진되고 또 나머지 여백은 '누나야'와 같은 동요풍의 트랙들로 채워지면서 예전의 발랄함과 치기는 실종되고 말았다..그나마 이채로운 것은,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 가요의 흔적들을 대거 발견할 수 있다는 것...그동안 <산울림> 노래에서 기존가요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12집에서 단연 귀에 들어오는 트랙은 '사랑의 종곡'이다. 트로트의 냄새가 물씬나는 '사랑의 종곡'은 그들의 색다른 시도라 눈길이 간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피터팬 신드롬'을 연상할만큼 순수했던 그가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중년의 시선으로 변했음을 알려주는 반증과도 같은 트랙이라서 그럴 것이다..시간은 이처럼 영원할 것 같은 <산울림>의 감각을 무감각하고, 무덤덤한 시선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 산울림 12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 추천곡-'추억', '사랑의 종곡', '누나야'
17 다시 부는 바람
1.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 5. 무지개 6. 외출 7. 오줌싸개 11. FAX 잘 받았습니다 12. 내 마음은 황무지(Live)
무지개
어느날,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를 들었다. 전작이 발표되고 나서 워낙 많은 시간이 흐른 뒤라 더 이상 <산울림>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던 차였다. 갑자기 김창완의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기도하고, 전작들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기도하고 암튼 여러 상념들이 교차하였다. 산울림의 13집 <무지개>는 전작 발표된지 6년 만에, 또한 삼형제가 헤어진지 13년만에 다시 모여 만든 소중한 앨범이다..지금 시점에 그들이 왜 세상에 다시 등장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불필요하다. 다만, 여전히 우리는 <산울림>의 향취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러나 막상 두껑을 열어본 그들의 13집은 초기 음반(1집, 2집, 3집)이나, 중기 산울림 음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7집, 9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처음 그들의 앨범을 CD매장에서 찾았을 때,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앨범 표지와 달라 당황했음을 고백한다..그러나 이런 이질적인 표지를 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전작과의 차별성을 위한 것이지, 그들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음악 노선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13집 앨범의 키워드는 단연 '변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그러나 그 변화라는 것은, '전복'의 의미가 아니라 '혁신'의 성격이 짙다. 즉 지금껏 자신들이 지녔던 아마추어리즘을 버리고 보다 성숙한 사운드를 들려주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이해해야한다.. 김창훈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오프닝 트랙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정신없이 내달리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예전 산울림의 정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고, 강력한 기타음으로 시작하는 '나도 너처럼'은 과거를 고집하지 않고 현재의 감각을 체득하려는 그들의 노력처럼 보이는 부분이다..특히 'FAX 잘 받았습니다'에서 보여주는 기타 리프는, 이게 과연 김창완이 연주하는게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강력하다. 그외에 산울림 트레이드 마크인 '무지개'와 같은 발라드의 애잔함도 여전하고, '오줌싸게'와 같은 동요적 성격의 트랙, 그리고 '외출' 같은 곡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익살끼도 여전하다. ★★★★
▶ 산울림 13집 노래 전곡듣기 (http://www.changwan.com/album/doplay.php?mid=&midk=&tm=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 추천곡-'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 '무지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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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