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골
<시냇물 흐르는 교회> 소식 - 그 아홉 번째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1987. 12. 7
<마리아는 해산 할 날이 되어 첫 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습니다.
여관에 그들이 들어갈 방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눅 2:6,7)>
** 크리스마스에 얽힌 이야기 하나 -
6.25 동란 당시 그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날, 혈혈단신 만삭된 어느 부인이 도움의 손길 찾아 평소 알고 있던 선교사댁을 찾아 진통의 발걸음을 황급히 재촉했으나 빤히 뵈는 계곡 위 저 집을 못 미쳐 그만 계곡의 다리 밑에서 옥동자를 낳고 말았습니다. 살을 에는 혹한 풍설에 갓 태어난 아기에게 덮어 줄 것이 전혀 없어 자신의 걸친 옷을 죄다 벗어 아기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습니다. 추위와 산고로 지친 부인은 다리 밑 나뒹구는 삼베조각을 끌어 다가 자기 몸을 덮은 다음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선교사 부인이 지나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다리 밑의 배고파 울고 있는 아기와 그 곁에 얼어 죽은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선교사 부부에 의해 자라난 아기는 자기가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열두 살이 되는 생일이자 크리스마스 날 비로소 선교사 부부는 어머니의 무덤으로 소년을 데리고 갔습니다. 무덤 앞에서 눈물 흘리며 고개를 떨구고 서 있던 소년은 입고 있던 웃옷부터 하나하나 벗어 무덤을 덮고 벌거벗은 채 눈 위에 꿇어 앉아 통곡하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 때문에 얼마나 추우셨어요? 그 때는 이보다 더 추우셨지요? 어머니 어머니...>
** 구유로 오시오 -
그 때도 빈방 없어 구유에 뉘신 예수, 이즈음 빌딩 숲 우거지고 장식의 극치가 춤추는 도시에선 골동품 가게에 경매되는 구유, 아기 예수 맞을 구유 찾기 힘든데, 아직 남아 있는 구유 시냇물 흐르는 교회 외양간에 맹글어 두었습니다. 풀 내음, 흙 내음으로 빚은 구유, 오실 주님 꿈꾸고 있습니다. 눈 덮인 논길 걸으며 청산 골 성탄 새벽 송 같이 부르지 못해도, 천사 노래 듣고 구유 찾던 목자처럼 하늘 음성 아니 들어도, 동방박사처럼 보배 준비 하지 못해도, 언제나 있는 그대로 냉큼 오셔서 가난한 마음 같이 나누고 사랑을 나눌 당신을 초대합니다. <구유로 오세요!>
** 소식 몇 가지 **
* 서투른 농사 경험에도 금년 농사 보람 꽤 있어, 고구마 한 가마 반, 들깨 참깨 각 한 말 반, 콩 반 말, 땅콩 반 가마, 달랑 무 백 단, 그리고 자주색 가지는 서리 내릴 때까지 꾸역꾸역 열렸습니다.
* 지난 추수감사예배에 장영일 목사님께서 <작은 예배당>에, 이종성 목사님과 미국 애틀란타의 <서머나 교회> 전종운 집사님 일행은 <시냇물 흐르는 교회>에 오셔서 흠씬 축하해 주셨습니다.
* <작은 예배당>은 내년 봄 약 20평정도(예산 1,200만원)의 다각 운영의 사택을 짓기 위해 모금중인데 현재 교우들이 손수 농사지은 무 값 99만원과 쌀 네 가마 값 포함하여 이미 4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교육을 담당하던 이두식 전도사님은 12월 첫 주 후 입대합니다.
* 금동은 들어간 지 1년이 넘은 이제야 겨우 주일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방 한 칸을 빌렸고,
* 11월 넷째 주일부터는 이항복 선생 사당과 화산서원이 있는 약 170호(주민 742명)의 유서 깊은 마을인 가사면 방축 리에 들어가 소나무 숲속에서 아이들의 모임부터 시작했습니다.
* 금년 성탄절에 계류리와 갈월리 250세대 주민들에게 88년도 교회 달력을 선물할 계획입니다.
* <시냇물 흐르는 교회>는 가능한 이번 겨울에 교회 터를 구입할 예정인데 건축헌금은 작년 이맘때의 두 배인 2천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의 손길이 눈덩이처럼 이렇게 불어나 곧 시골정취를 살린 초가모양의 교회당이 아담하게 지어질 것입니다.
1987년 성탄에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에게 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두메 산 골 구유에 모인 무리들,
김해실, 박은영, 조일숙, 주칠옥, 최보인, 홍윤주,
강인철, 김진석, 양영준, 이두식, 이승훈, 정기덕 일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