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원 이야기 --
내가 국가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오늘(6월 1일) 합격 통보를 받았다.
무슨 시험이냐 하면, ‘사’자 들어가는 자격증 시험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한의사, 세무사, 회계사처럼 분명 ‘사’자 들어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것이다.
너무 기분 좋아서 동네잔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동네 주민들이 마을 어귀에 나의 요양보호사 합격 축하 플래카드를 걸어주면 좋겠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무슨 요양보호사란 말이냐, 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병원에서도 남자 간호사들이 있듯이 요양원에서도 남자 요양보호사들의 존재 가치는 있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정년퇴직하고 혹시 필요할지 몰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꼭 요양보호사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요양보호사 일을 하게 된다면 몇 년 요양원에서 일하다가 요양원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한 권 쓰려고 한다. 물론 요양원 책이라고 해서 요양원 이야기만 쓰지는 않을 것이고, 마라톤 이야기도 끼워 넣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끼워 넣으려고 한다. 책이야 어떻게 쓰든 그건 책 쓰는 사람 마음이다.
나의 관심사가 요양원 그리고 요양보호사라서 요양보호사가 쓴 요양원 책을 몇 권 읽어보기도 했는데, 얼마 전에는 남자 요양보호사가 쓴 요양원 책이 있다고 해서 잔뜩 호기심이 발동하여 읽게 되었다.
고재욱이라는 남자 요양보호사가 쓴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라는 책이다.
요양원 책을 쓸 정도라면 고재욱 작가 나이가 적어도 60은 되는 줄 알았는데, 웬걸, 나보다 한참 젊은 72년생이란 사실에 일단 놀랐다.
게다가 고재욱 작가는 20대 시절에 이미 커다란 시련을 겪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사업은 부도나고 파산했고 이혼까지 하고 나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마포대교 위에 올라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진 시련을 20대 시절에 다 겪은 것이다.
그 후 고재욱 작가는 노숙인들을 돌보는 생활을 하다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이니, 고재욱 작가 인생은 책으로는 모자랄 지경이고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재욱 작가는 책에서 과연 좋은 요양원은 어떤 요양원인지 말해주고 있다.
시설이 훌륭하다고, 음식이 잘 나온다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고, 물리치료와 응급처치가 잘 이뤄진다고 좋은 요양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녀들이 자주 들를 수 있는 가까운 요양원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퇴근길에 들러 부모님 안부를 묻고, 주말이면 부모님 좋아하시는 반찬 따뜻하게 해서 가져갈 수 가까운 요양원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 좀 있다고 부모님을 시설 좋은 먼 곳에 있는 요양원에 모시기보다는 따뜻한 반찬 들고 언제든 찾아뵐 수 있는 가까운 요양원이 좋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입소시키면 자녀들은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고 죄책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사실 부모님이 일단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면 집으로 복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가끔 외출은 할 수는 있겠으나,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재욱 작가는 자녀들이 부모님을 입소시키고 그렇게 자책감을 갖거나 괴로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거나 노인성 질환 증세가 심하다면 어차피 집에서는 케어하기가 힘드니 요양원에 모시고 요양원과 보호자가 함께 환자를 돌본다는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뵈면 된다는 것이다. 나도 작가의 주장에 200% 공감한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잘 구분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으로 설명을 해보겠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이고, 요양원은 병원이 아닌 말 그대로 요양원이다.
즉 요양병원은 병원이기 때문에 의사.간호사가 있고, 요양원은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간호사가 없어서 의료 처치를 거의 할 수가 없다.
요양원에서는 그저 어르신들 케어해주고 같이 놀아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양원 어르신들은 대부분 거동은 하실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을 비롯한 직원들의 케어를 받으며 지내지만, 의사가 없기 때문에 만약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어르신을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요양원에서 지내시다가 거동을 못할 정도가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지병이 악화되면 요양병원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비용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요양원은 비용을 국가에서 80% 부담하고 이용자는 20%만 부담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큰 부담이 안 되는데, 요양병원은 비용이 비싸다.
우리같은 급여 생활자나 자영업자가 내는 의료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이란 항목이 있어서 매달 월급에서 일정액이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이 세금으로 국가는 요양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월급명세서에 장기요양보험료 명목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정확히 무슨 용도인 줄 모르다가 이번에 책을 읽고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
작가는 7년 넘게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100명 넘는 어르신을 저세상으로 보내드렸다고 한다. 이야기가 감동적이면서도 위트와 유머까지 있다.
좋은 책을 써서 세상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복 짓는 일이지만, 좋은 책을 세상에 알리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선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고재욱 작가에게 커피 한잔, 막걸리 한잔 뺏어먹은 일 없다. 나는 고재욱 작가와는 일면식도 없다.
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으니 나중에 늙으면 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으로 아내를 케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단언컨대 나중에 늙으면 아내가 나를 케어할 가능성보다는 내가 아내를 케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나는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근력운동까지 하고 있다. 거의 매일 새벽 달음박질을 하고 있고 매일 턱걸이를 15개씩 해서 상체 근력을 유지하고 있고 매일 플랭크를 6분씩 해서 허리건강을 지키고 있다. 플랭크가 허리 통증에는 최고의 스트레칭이라는 걸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내가 2년 전, 갑작스럽게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생겼었다.
병원 가서 진찰받으니 의사로부터 척추협착증에다가 허리디스크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절망에 빠진 것이다. 허리라는 것이 한번 다치면 잘 낫지도 않고, 또 나았다고 해도 재발되기 쉽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가 문제가 생기니 당연히 달리기는 못 하는 처지가 되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달리지 못하는 인생 무슨 재미로 사느냐 이거다.
그런데 다행히도 추나 치료를 잘하는 한의사를 만나 허리 통증은 40일 만에 완치가 되었다. 완치되었다고는 해도 언제 또 허리 통증이 재발할지 두려워서 그때부터 열심히 플랭크를 해주고 있다. 처음 플랭크를 시작할 때는 3분이었지만 지금은 7~8분은 할 수 있다. 컨디션 좋으면 10분까지 할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플랭크를 하는 덕분에 나의 허리는 통증이 재발할 기미가 전혀 안 보이고 오히려 내 허리는 다치기 전보다 더욱 강해져서 지금은 내 허리가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생생한 나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니 허리가 안 좋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나는 매일 열심히 달리기 때문에 심폐기능 좋고 하체 좋고 혈액순환 잘 되는 데다가 매일 턱걸이를 해주기 때문에 상체 근력도 좋고, 또 거기에다가 플랭크까지 해줌으로써 허리까지 세계 최강이니 나의 건강은 어디 한 군데도 빈 틈이 없다. 단 한 가지, 내가 너무 술을 마셔대서 알콜성 치매 걸릴 가능성 빼고는.
나의 아내는 달리기를 하라는 남편의 명을 거역하고 있고, 달리기가 그렇게 싫으면 근력운동이라도 열심히 하라는 명도 거역하고 있고, 건강도 그리 썩 좋지도 못하다. 겨우 살살 걷는 정도가 운동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살살 걸어서는 운동 별 효과가 없다.
이러니 나중에 늙으면 누가 누구를 케어하게 될지는 뻔한 것이다.
내가 이처럼 매일 달리기를 하고 근력운동까지 하기 때문에 100살까지는 살 수 있겠는데, 내가 너무 술을 마셔대고 고기를 좋아하고 똥배(‘똥배’라 쓰고 ‘똥빼’라 읽는다) 나오고 체중조절에 실패해서 90살까지밖에는 못 살 것 같다. 사실 90살까지만 살아도 별 여한은 없다.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충렬 작가의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이란 책이다.
그림에 입문하고 싶거나 집에 괜찮은 그림 한 점 걸어놓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21년 6월,
『마라토너와 사형수』 저자 남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