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4월 24일,
아버님께서 숙환으로 고생하시다가 별세하신 날이다.
식음을 전폐하시다 싶이 10여일을 고생하며 지내시다가, 이 날 밤 10시 경에 다사다난한
일생을 마감하셨다. 아침에 보은중계소에서 근무를 마치고서 집에 퇴근해 오니, 아버님의
얼굴 모습이 전날 보다도 많이 상(傷)해 보이셨다. 직감적으로 오늘 큰 일을 겪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면서 조금이라도 도와 드릴 방도를 찾았다.
우선 건너 마을에 가서 보건소장을 모시고 와서 영양제를 놓아달라 부탁을 드리니, 수액
주사를 한 시간 쯤 맞으셨는데 힘이 드셨는지 자꾸 사양하시기에 주사기를 뽑아 드렸다.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에는 동네 분들과 집안 어른들께서 문병을 다녀 가시느라, 온 집안이
복잡하고 분주하였다.
저녁 무렵에 어머님께서 차려주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날이 어두워지며 집안은 더욱
적막해 진다. 방에서 누워계신 아버님을 주시하다가 어머님과 함께 찬송을 불러드리기 시작
하였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부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차게 찬송을 하였다.
아버님의 임종 시간이 다가 옴을 느끼면서 나와 어머니는 서글픈 마음을 안고 눈물을 훔쳐
가며 찬송을 하였다. 이 때에 불러 드린 찬송이 바로 아래애 열거한 찬송들이었다.
이 곡들 외에도 이 세상을 마지막 떠나시는 길에 아버님께 힘이 되실 곡들을 찾아 어머님과
함께 간절히 불렀다.
예수 앞에 나오면 (287장/통일 205장)
1) 예수 앞에 나오면 죄사함 받으며 주의 품에 안기어 편히 쉬리라
2) 예수 앞에 나와서 은총을 받으며 맘에 기쁨 넘치어 감사 하리라
3) 예수 앞에 설 때에 흰옷을 입으며 밝고 빛난 내집에 길이 살리라
(후렴) 우리 주만 믿으면 모두 구원 얻으며 영생복락 면류관 확실히 받겠네
이 몸의 소망 무언가 (488장, 통일 539장)
1) 이 몸의 소망 무언가 우리 주 예수 뿐이라 우리 주 예수 밖에는 믿을이 아주 없도다
2) 무섭게 바람부는 밤 물결이 높이 설렐 때 우리 주 크신 은혜에 소망의 닻을 주리라
3) 세상에 믿던 모든 것 끊어질 그 날 되어도 구주의 언약 믿사와 내 소망 더욱 크리라
4) 바라던 천국 올라가 하나님 앞에 뵈올 때 구주의 의를 힘입어 어엿이 바로 서리라
(후렴) 주 나의 반석이시니 그 위에 내가 서리라 그 위에 내가 서리라
하늘가는 밝은 길이 (493장, 통일 545장)
1)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2) 내가 염려하는 일이 세상에 많은 중 속에 근심 밖에 걱정 늘 시험하여도
예수 보배로운 피 모든 것을 이기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이기리로다
3) 내가 천성 바라보고 가까이 왔으니 아버지의 영광 집에 나 쉬고 싶도다
나는 부족하여도 영접하실 터이니 영광나라 계신 임금 우리 구주 예수라
찬송 소리에 힘을 얻으셨는지 잠시 찬송을 쉬고 있던 나에게 아버님께서 더 불러 달라고 말씀을
하신다. 이에 더욱 힘이 나 다른 찬송들도 열심히 불러 드렸다.
그 후에는 아버님의 신앙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하나님께 아버님을 위한 기도를 간절하게 올려
드렸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아버님은 숨을 거두셨다. 아버님의 삶의 마지막 시간을 그 옆에서
모시고 있었다는 것이, 그래서 천국 가시는 길을 안내해 드렸다는 것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일
이었다. 자비하고 은혜로우신 하나님께 감사 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