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정년 퇴임을 하고 집에 있으니까 심심했다. 몸은 불편해도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심 끝에 노인전문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까 점심시간이었다. 한참 후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수화기 저 넘어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까 점심시간이라서 전화를 못받았어요. 여기 노인전문상담소인데 어떻게 전화하셨어요.” 아 예 저도 봉사할 수 있는지 어쭤보려고 전화했어요 저는 몸이 불편한 장애자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보려구요.“예 그러세요 일단 상담소로 한번 나와보세요.” 노인 상담소가 집근처에 있어서 위치도 알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 상담소 방문을 했다. 소장님과 상담 후 독거 어르신들께 안부전화 드리는 일을 하는 자리가 사람이 필요한데 할 수 있겠는가 물어보셨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앞에 먼저 하신 선배님들께 배워서 열심히 했다. 전화수화기도 왼손으로 들고 전화를 했다. 오른손은 장애가 있어서 귀까지 수화기가 닫지를 않는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독거어르신 명단을 받고 순번대로 전화를 돌린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노인전문상담소입니다.하루업무는 이렇게 시작이된다.어르신 식사는 하셨어요. 몸은 아프지 않으세요.약은 잘 챙겨드셨어요? 등등 안부전화를 드린다. 어르신들께서도 “아이고 딸보다 났네 자식보다 났네” 하시면서 “새댁은 아프지 말고 복 받으소” 덕담도 해주신다. 보이지 않으니까 목소리만 듣고 내가 건강하고 젊은 사람인줄 알고 계신다. 이렇게 어르신들께 봉사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받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든다. 몇 년동안 할배 할매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내가 얻은 것이 더 많다. 이때까지만 해도 몸이 많이 불편했다. 전화상담 내용을 쓰려고 하면은 손에 힘이 없어서 볼펜은 내생각과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간다. 글자는 삐뚤 빼뚤이다. 그래도 소장님의 배려로 계속 일을 했다.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할배 할매들의 덕담에 힘입어 몸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같은해 5월에는 구미상록학교 문을 두드렸다. 나의 모교이기도 했다.교장선생생님과 상담후 야간반 우리글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교장선생님께서 하시던 일을 저에게 주셨다.처음에는 칠판에 글을 쓰려고 하니까 오른쪽팔이 칠판 중간까지만 올라갔다. 마음속으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인데 못할 것 같은 생각이들었다. 어차피 시작한거 하루하루 하다보니까. 팔도 칠판 위에까지 올라가고 할 수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학생들과도 소통이 잘된다. 옛날에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꼭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웠던 삶의 이야기도 나눈다.우리 어린시절 이렇게 살았지요. 추운 겨울에는 고무다라이도 없던 시절이다. 나무통에 따뜻한 물 부어 양잿물풀고 빨래거리 넣어서 버럭버럭 치대서 머리에 이고 시냇가로 간다.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이라 손이 시려워 호호불면서 빨래했던 이야기 하면 “선생님도 그랬어요?”하고 물어본다. 그럼요 저도 그렇게 살았어요.배움의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가끔은 삶의 이야기도 나누는 것을 좋아하신다.상록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경북평생교육봉사단체에 가입해서 수년간 활동을했다. 낮에는 노인상담소에서 밤에는 상록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사자성어가 생각난다.그러던 중 어르신의전당 평생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할배 할매 우리글 강사로도 강의를 했다.주3일 5회 10시간 강의로도 받았다.옛날에 가정이 어려워서 딸로 태어나서 학교문앞에도 못가보고 생각해보면 그 동안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답답했을까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서 할배 할매들의 마음을 보듬었다.나역시 초등학교만 졸업했기에 늘 배움을 갈망했고 열심히 공부했었다. 배우지 못한 한풀이도 이만하면 한 것 같다. 아동센터 한문강사로도 2년동안 강의를했다.여기서도 강의료를 받았다. 이렇게 저는 어디라도 기회가 되면 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족함이 많고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가면서 했지만 역시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어떤면에서 인생은 계속해서 자신을 수신하는 과정의 연속일지 모른다. 나의 봉사활동은 계속 이어져갔다. 노인을 상대로 봉사를 했지만 나름 잘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평가는 남이 하는 것 항상 마음이 부자인지라 앞만보고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왔다.이제는 느림의 미학으로 세상을 되짚어보고 주변을 살필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