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8년 9월 15일 (토) [금요무박]
o 날씨: 비/흐림
o 산행경로: 개금고개 - 엄광산 - 구덕령 - 구덕산 - 대티고개 - 괴정고개 - 봉화산 - 아미산 - 몰운대
o 산행거리: 22km
o 소요시간: 8시간 40분
o 지역: 부산
o 일행: 서울올빼미산악회 낙동정맥종주대
o 코스정보: 엄광산, 구덕산, 몰운대, 대티고개, 아미산, 감천문화마을
o 트랙: 낙동정맥_개금고개_몰운대_20180915_043247(jbha3309-20180915_131449).gpx
▼ 코스지도
어느새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백두대간 천의봉에서 분기한 낙동정맥이 460km을 달려와 부산 몰운대에서 그 맥을 다하는데,
오늘은 그 장도를 마감하는 개금고개에서 몰운대까지 약 22km의 마지막 구간입니다.
새벽에 비가 그친다고 했는데...
새벽 3시가 지났지만 가랑비는 오히려 굵어지고 있네요.
▼ 개금고개 (들머리)
서울에서 내려온 산악회버스를 개금고개에서 합류... 부산백병원입구까지는 버스로 올라왔습니다.
비가 온다는 핑계로 수백m는 편안하게 시작한 셈입니다. ^^
부산백병원 동편으로 엄광로4번길을 따라가면 백병원 후문주차장에서 산길이 시작됩니다.
비옷을 입었더니 비는 막았는데 흐르는 땀을 막을 방법이... ㅉ
엄광산으로 올라갑니다.
오늘 구간중 최고의 된비알 구간이며, 고도차는 400m 정도...
비옷이 너무 더워 비옷을 약간 벗었더니 땀으로 흥건이 젖은 몸에 이제는 비바람이 달려듭니다.
지엔장...
돌탑을 지나고...
임도를 얼마간 따라가니 엄광산 정상입니다.
정상석과 함께 '무심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맑은 날씨면 이제는 여명이 밝을 시간도 됐는데... 안개 때문에 아직은 한밤중의 느낌입니다.
무심정...마음을 비운다는 의미일텐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마음을 비운다' vs. '생각이 없다' 참 알쏭달쏭하네요.ㅎ
산아래 사상구에 엄궁동이 있어서 엄궁산으로 알았었는데... 엄광산이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부산 서구와 부산진구 그리고 동구의 경계가 되는 산이라고 합니다.
▼ 엄광산 (개금고개에서 2.4km)
엄광산을 지난 등로는 구덕령을 향해 급강하...
그 아래가 구덕꽃마을, 구덕령입니다.
▼ 구덕꽃마을 (구덕령, 엄광산에서 1.6km)
비바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구덕령에서 구덕문화공원을 통과하여 구덕산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제법 까칠한 오르막길이네요...
이미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은 한번 더 땀으로 목욕을 합니다.
등산화는 투명스패츠 덕분(?)에 아직은 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구덕산 정상부는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펜스 왼쪽으로 우회해야 하며,
그 뒤쪽에 구덕산 정상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 구덕산 정상 (구덕령에서 2km)
구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방향의 조망이 쥑이는데...
오늘은 언감생심, 한치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네요.
▼ 구덕산에서 바라본 부산항 방향 (2016년 12월 촬영)
구덕산 바로 아래에 기상레이더관측소가 있으며, 시약산 정상이기도 합니다.
시약산에 서면 해운대에서 다대포로 이어지는 부산 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하지만 오늘은...
▼ 기상레이더관측소
▼ 시약산에서 바라본 부산 영도 방향 (2016년 12월 촬영)
정맥길은 이제 대티고개를 향해 급강하 합니다.
앞으로 200m급 봉우리가 두개정도 더 남아 있지만 지금부터는 트레킹같은 정맥길입니다.
부산 앞바다를 감상하면서...
대티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흐릿하게 나마 조망이 열립니다.
대티에서 괴정을 거쳐 하단으로 이어지는 사하구시내...
부산신항과 감천항 그리고 다대포항까지...
박씨 가족묘에서 좌측으로...
▼ 대티고개 (시약산에서 2.4km)
대티고개에 있는 시약산 천마다리를 건너 아미동 야산과 아미까치공영주차장을 지나 옥녀봉으로 이어갑니다.
등로의 좌측 아래는 감천문화마을이며
그 뒷편으로는 부산경제의 심장인 남포동이 내려다 보입니다.
감천문화마을은 산 기슭을 따라 밀집한 슬라브의 작은 집과 좁은 골목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이었으나,
도시재생사업과 미관개선작업을 통해 지금은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집들이 모여있는 '부산의 마추픽추', 이탈리아의 '친퀘테레'를 닯은 마을 또는 '레고 마을'로 불리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 감천문화마을
부산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용두산 공원도 내려다 보이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그렇습니다. ㅎ
▼ 용두산 타워
이곳은 도심속 시골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깁니다.
고구마, 땅콩, 열무배추 등 진초록의 텃밭에서...
다닥다닥 붙은 작은 슬라브 집들과 좁고 굽은 골목에서...
▼ 부산남항과 영도(뒤)
걷다보니 우정탑이라는 돌탑이 세워져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이곳이 옥녀봉인데... 표지석이나 표지판은 보이지 않네요.
옥녀봉에서 등로는 이제 괴정고개로 내려갑니다.
빗방울은 잦아 들었지만, 남아 있는 습도는 축축하기 그지 없습니다.
신발도 빗물이 새어들어 찜찜하고...
▼ 감천항
▼ 괴정고개 (감천삼거리)
괴정고개 돼지국밥집에서 요기를 하였습니다. 막걸리에 소주도 한잔하고...
우리는 일부러 돼지국밥집을 찾아갔는데,
일행 중 서울분(?)들은 비위에 맞지 않은지 설렁탕집으로 몰려갔네요...ㅎ
괴정고개에서 다시 야산 속으로...
체육시설과 예비군훈련장을 거쳐 구평고개로 이어갑니다.
▼ 대동중·고등학교
▼ 장림고개 (구평고개)
▼ 장림산업단지 방향
장림고개를 지난 정맥길은 봉화산을 지나고
구평가구단지를 통과하여 낙동정맥의 마지막 봉우리 아미산으로 향해 갑니다.
고도는 점점 낮아지면서 낙동정맥은 바다와의 합체를 준비합니다...
▼ 구평가구단지 방향
서림사 입구에서 부터 아미산까지는 다시 약간의 오르막길입니다.
먼지털이 기계를 이용하여 온몸에 엉겨붙은 물기를 털어냅니다. 조금 뽀송뽀송(?) 해 졌습니다...ㅎ
아미산은 응봉봉수대가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시야가 넓게 확보되는 곳이겠지요...
이곳 동네이름의 아미골이라서 아미산이라고 한다네요.
산의 모습이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
▼ 아미산에서 바라본 황령산 방향 (중간)
▼ 아미산에서 내려다 본 다대포항
정맥길은 이제 낙동정맥의 끝 몰운대를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갑니다.
오늘 내 핸드폰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모델은 백티님과 테마님입니다.
늘~ 선두에 서시는 분들이 오늘은 어째 발걸음이 한가합니다.
그럼에도 숏다리로 따라가자니 애로가 있습니다... 에구...
▼ 홍티고개(홍치)
홍티고개에서 다대포해수욕장까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한남정맥이나 한북정맥처럼 부산지역의 정맥길도 도시화의 그늘을 피하지 못했네요...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칠수 있나요.ㅎ
정맥산행길에서 돼지국밥도 사먹고 커피도 사먹고...
여행 같은 산행입니다.
다대포 앞바다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저 건너편으로는 가덕도가 보이고...
거의 다왔습니다.
한마리 학이 나는 모습의 몰운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 몰운대
▼ 다대포해수역장역
이미 도착한 일행들은 망중한을 즐기고 있네요...
버스에 베낭을 벗어놓고 다대포해변공원을 따라 산포하듯 몰운대로 고~
몰운대 표지석에서 낙동정맥 최후의(?) 인증샷을 남김니다.
졸업이라는데...
대간은 빼 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아서 죽자 살자 개근을 했고
호남정맥은 몇번 빼 먹었지만 그래도 추억이 많은데
낙동정맥은 왠지 2% 부족한 느낌입니다.
빼 먹은 구간이 많아서 졸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그나마 나홀로 선빵이나 땜빵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인지...
산행후기를 쓰는 것이 갈수록 귀찮아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른분들의 현란한 산행기를 보면서 기(氣)도 죽고...
이제는 생각이 약해지다 보니 소재도 딸리고...
무엇보다 했던 말 또하고 또하기도 민망하고...
아... 변화가 필요해...
沒
雲 臺 (몰운대)
浩蕩風濤千萬里 (호탕풍도천만리) 호탕한 바람과 파도 천리요 만리
白雲天半沒孤臺 (백운천반몰고대)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
扶桑曉日車輪赤(부사효일차륜적) 새벽 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常見仙人駕鶴來(상견선인가학래)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
九畹 李春元
朝鮮 宣祖
四十年 東來府使
▼ 다대포 객사
▼ 몰운대 전망대
몰운대 전망대...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낙동정맥도 여기서 460km의 대장정을 마감했습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이라 하나요?
삼라만상은 또 돌고 돌겠지요.
나도 남아있는 9정맥을 따라 돌 것이고...ㅎㅎ
몰운대는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에는 섬 전체가 안개와 구름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며,
학이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몰운대는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의 선봉장인 정운장군이 이곳에서 500여척의 왜선과 싸우다 전사하였으며,
1983년에는 북한의 무장간첩선이 이곳으로 침투하다 괴멸된 곳이라 군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역입니다...
▼ 몰운대 이모저모
졸업식이 거하게 열렸습니다.
낙동정맥을 완주한 올빼미들도 많고,
오늘로 9정맥을 졸업하신 분도 3명이나 되네요...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축제'라는 명분하에 나도 졸업장을 받았지만,
결석많은 졸업장이라 좀 그렇고 그렇습니다.
뭐... 땜빵이야 하게 되겠지요 ㅎㅎ
AㅏC~~ 내일도 또다른 산행이 예약되어 있어 술을 마시면 안되는데...
오늘 같은날 안 마시면 언제 마시나요 ㅋ
우연찮게 따라 나선 낙동정맥 460km...
'올빼미는 지치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산에서도, 뒷풀이도 남 다름을 보여주신 올빼미님들,
산악회를 진두지휘하신 질풍노도 회장님,
늘 선봉이 되어 거미줄과 씨름하신 산본리 대장님,
살림살이 두톱 지평선너머 총무님과 반바지 총무님,
그리고 최고 연장자이시자 이번에 9정맥을 졸업한 큰오래비 님 등등
모두에게 감사와 노고의 말씀을 다시한번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