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월성윤정위도문익奉呈月城尹鄭衛道文翼」
경주 부윤 정위도 문익에게 올림.
落落休休世未看낙락휴휴세미간
마음이 너그럽고 기백이 씩씩한 사람 세상에서 못 보았는데
薄雲高義擅長安박운고의천장안
구름처럼 높은 의기 온 장안에 떨치었네.
彈琴大府民心悅탄금대부민심열
큰 고을에서 선정善政하여 백성이 기뻐하며
仗節孤城賊膽寒장절고성적담한
고성의 체찰사 되니 외적들 간담이 서늘하였네.
犬豕窟中樞密富견시굴중추밀부
오랑캐에 사신 갔던 부필富弼의 외교수완과
瘴炎鄕外侍郞韓장염향외시랑한
풍토병 걸린 한유의 선정이 있었네.
當今更有斯人否당금갱유사인부
지금 이런 사람 또 있을까만
何幸吾生得賜顔하행오생득사안
다행히 내 생에 만날 수 있었네.
* 정문익(鄭文翼, 1571-1639) :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초계(草溪). 자는 위도(衛道), 호는 송죽당(松竹堂). 첨정 응탁(應鐸)의 아들이다. 1606년(선조 39) 진사가 되고, 1611년(광해군 3) 별시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사간원정언·이조좌랑을 거쳐 홍문관교리가 되었다. 1612년 영창대군(永昌大君)을 무고하여 강화로 몰아냈던 대북의 영수 이이첨(李爾瞻)으로부터 박승종(朴承宗)과 유희분(柳希奮)의 심복이라 하여 미움을 받았다. 1616년 이이첨의 사주를 받은 한찬남(韓纘男)의 상변사건(上變事件, 海州獄事)에 연루되어 진도로 유배되었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풀려나와 죽산부사로 있던 중 이괄(李适)의 난 평정에 공이 컸으며, 1628년(인조 6) 회답사(回答使)로 심양(瀋陽)에 다녀와 충청감사를 지냈다. 저서로는 《송죽당집》이 있다.
* 낙락(落落) : 흉금을 터놓는 사람. 너그러운 이.『삼국지(三國志)』 권10 「촉지 ․ 팽양전(蜀志 · 彭羕傳」에 “만일 조정에서 이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다면, 반드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간언을 받게 되는 영예를 얻을 것이다(若明府能招致此人 必有忠讜落落之譽).”라는 대목이 있다.
* 휴휴(休休) : 너그럽고 기백이 씩씩함을 말함.『서경』「진서(秦誓)」에 “그 마음 너그러워 모든 것을 포용할 것이다(其心休休焉 其如有容).”라고 하였다.
* 장절(仗節) : 장절부부(仗節剖符)의 줄임말. 장절은 절월(節鉞)을 잡았다는 뜻으로, 곧 어사(御使)ㆍ체찰사(體察使)ㆍ안찰사(按察使) 등이고, 부부는 인부(印符)를 쪼갠다는 뜻인데, 수령방백(守令方伯)이 부임하게 되면 나라에서 대나무에다가 표를 하고 쪼개서 한쪽은 나라에 두고 한쪽은 수령 방백에게 주어서 증거로 한 것인데, 수령 방백을 말한 것이다.
* 견시(犬豕) : 비루하고 천한 외적을 말함. 두목(杜牧)의 「송심처사부소주리중승초이시증행(送沈處士赴蘇州李中丞招以詩贈行)」에 “심 처사가 늘 하는 말이, 패잔한 포로는 개돼지와 같다(處士常有言 殘虜爲犬豕).”라고 하였다.
* 부필(富弼, 1004-1082) : 서하(西夏), 요(遼), 송(宋) 삼국의 긴장 국면을 완화시킨 인물이다. 외교수완이 뛰어난 송나라의 명재상이다. 송나라 신종(神宗, 1048―1085) 조욱(趙頊)이 오랑캐가 자주 침범하는 변방의 일에 대하여 묻자 부필이 말하기를 “폐하가 제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마땅히 백성에게 덕과 은혜를 베풀어야 합니다. 앞으로 20년간은 군사에 관한 일은 입 밖에 내지 마시길 바랍니다(陛下臨御未久 當布德惠 愿二十年口不言兵).”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욕할 때면 못 들은 척 했고 실제로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행동했다. 한번은 아주 흉악한 사람을 만났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그에게 욕을 해댔다. 곁에 있던 누가 보다 못해 그에게 일러바쳤다. “저 사람이 지금 선생님을 욕하고 있어요!” 그러자 그는 도리어 정색하고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으니 부필이 꼭 나라고 할 수 없겠지요.” 욕설을 퍼붓던 그 사람은 부필이 끝내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자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이상 욕을 하지 않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송사(宋史)』 卷313.
* 장염(瘴炎) : 덥고 습한 지방에서 생기는 풍토병. 한유가 원화 14년(819년) 「논불골표(論佛骨表)」로 헌종(憲宗, 778-820)이 불사리(佛舍利)에 참배한 데 대해 끝까지 간(諫)한 일로 인하여 1년 동안 조주자사(潮州刺史)로 밀려나 있으면서 선정을 베풀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