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3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 여기저기서 벚꽃이 핀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말에 약속이 있어 밖으로 나온 나는 정말 벚꽃이 피었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약속 장소 근처 가볼 만한 곳을 검색했고, 근처에 관덕정이 있음을 깨달았다. 탑동 근처에 있는 관덕정은 올레 17코스를 걸을 때 잠깐 봤던 곳인데, 제대로 본 적은 없어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보고 약속 장소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한 시간가량을 관덕정에서 보냈고, 도시 속 과거를 만났다. 마치 경복궁처럼 현대와 과거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 그곳이 이곳 관덕정과 제주 목 관아에 있었다.



관덕정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 19 관덕정
관덕정은 조선 세종 때인 1448년 안무사 신숙청이 병사들을 훈련 시키기 위해 세운 제주도의 대표적 건축물로서, 제주목 관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건립 이후 그 원형을 유지하며 여러 차례 수리되어 오던 중 일제강점기인 1924년 일본인이 수리하면서 지붕처마가 2척 정도 잘려 변형되었으나 2006년 보수를 통해 원래 모습을 다시 찾았다. '관덕'이란 명칭은 '활을 쏘는 것은 높고 훌륭한 덕을 쌓는 것이다.'라는 예기의 내용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평소에 마음을 바르게 하고 훌륭한 덕을 쌓는다.'는 뜻이며 문무의 올바른 정신을 본받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제주 목 관아
탐라이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제주 목 관아는 1434년 (세종 16년) 관부의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타 없어진 뒤 바로 역사를 시작하여 그 다음해인 1435년에 206칸의 관아 건물이 세워졌으며, 조선시대 내내 증, 개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이곳의 관아를 헐어 콘크리트 건물로 제주도청, 제주도경찰서를 설치한 뒤 이어 제주지방법원과 제주지방경찰청을 이곳에 배치함에 따라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크게 세 번에 걸쳐 재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1~3차에 걸친 발굴조사에서는 제주 목 관아의 중심시설인 동헌지와 내아건물시설은 물론, 중대문 - 동헌지 마당으로 연결되는 중심도로가 밝혀졌다.또한 1998년도 4차 발굴조사에서 외대문, 중대문지를 비롯하혀 홍화각, 애매헌, 호고, 호적고, 우연당, 향리방, 영리장방, 성내연못, 우물 등의시설물과 이를 둘러썬 담장지가 확인되었다. 제주 목 관아는 위와 같은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초석, 기단석 등과 탐라순력도 (1702)와 탐라방영총람 (1760) 등의 고문헌을 토대로 2002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여기서 제주의 '목'이란?
목이란 고려, 조선시대의 지방행정 단위로서, 지방의 중요한 지역에 설치되었다. 고려 성종 2년 (983)에는 12목, 현종 9년 (1018)에는 8목을 두었고, 태종 13년 (1413)에는 전국을 8도로 나누고 여기에 20목을 두어 각 목에는 정3품의 지방관인 목사를 파견하였다. 제주 목과 함께 전라도에 소속된 목에는 광주 목, 나주 목, 능주 목 등이 있었다.
이후 태종 16년 (1416) 제주목사 겸 도안무사 오식의 건의에 의해 제주의 지방행정구역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 삼으체제로 개편되었다. 시기에 따라 삼읍의 경계 및 행정구역의 범위에 다소 변화가 있었으나, 조선말기까지 이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제주에 찾아온 봄
관덕정 여행기
관덕정을 중심으로 구시가지가 형성된 이곳은 탑동, 그리고 동문시장 등 여러 여행지가 있는 곳이다. 컬렉터 '씨킴'은 죽은 구시가지를 살리게 위해 아라리오 타운을 형성했고, 국내에선 보기 힘든 여러 예술 작품을 전시한 뮤지엄을 만들었다. 그를 중심으로 '힙'한 여행지가 산지천을 따라 하나 둘 형성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은 옛 감성과 함께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급 부상하고 있다.
그런 구시가지의 중심은 당연히 관덕정이라 말할 수 있다. 매번 버스를 타고 탑동을 가려면 관덕정은 늘 지나는 길목에 있었고,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옛 전통 건축물이 당당히 서있었다. 이곳 관덕정은 제주의 많은 사람에게 추억이 깃든 장소였고, 이제 막 이주한 내게도 친근한 장소였다.


관덕정은 현대와 과거 그 사이에 있는 곳이었다. 걷는 내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축물과 여러 전통 체험, 그리고 제주의 역사까지 하나하나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관덕정은 내게 즐거운 여행지였다. 그렇게 한 바퀴를 크게 돌았을 때 나는 벚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었다.
봄이 오면 제주는 벚꽃 명소들이 분홍빛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그런 여행지 중 이런 전통 건축물들과 어울리는 장소들이 더러 있는데, 삼성혈도 그중 하나이다. 기와와 잘 어울리는 벚꽃. 그 벚꽃이 이곳 관덕정에도 있을까 궁금해 나는 약속 시간 보다 미리 이곳을 와 천천히 관덕정, 그리고 제주 목 관아를 곱씹으며 여행했다. 흐린 날씨라 아쉬움이 있었는데, 제주는 늘 날씨가 기적같이 변하는 곳. 이곳 관덕정의 날씨도 흐린 하늘 속에 갑자기 파란 하늘이 나왔고, 그 사이에 살짝 핀 벚꽃이 이곳 관덕정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아직 완벽히 흐드러지게 피진 못한 벚꽃이지만, 다음 주쯤이면 확실히 필 것 같은 관덕정의 벚꽃. 서귀포는 한 그루 두 그루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는데, 제주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벚꽃이 피는 시기, ,조금 바쁘게 움직이며 제주의 벚꽃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