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96/ 아론이 죽은 곳은 호르산인가 모세라인가?
이스라엘 자손이 브롯 브네야 아간에서 발행하여 모세라에 이르러 아론이 거기서 죽어 장사되었고 그의 아들 엘르아살이 그를 이어 제사장의 직임을 행하였으며(신 10:6)
분명히 아론은 호르산 정상에서 죽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아론과 그의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산에 올라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조상에게로 돌아가리라”(민 20:25~26)고 명하셨다. 모세는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아론과 엘르아살을 데리고 "회중의 목전에서 호르산에" (27절) 올랐다. 그리고 “모세가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매 아론이산꼭대기에서"(28절) 죽었다. 민수기 33장 38~39절은 아론이 호르산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 준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십 년째 오월 초하루에 제사장 아론이 여호와의 명령으로 호르산에 올라가 거기서 죽었으니 아론이 호르산에서 죽던 때의 나이는 백이십삼 세였더라”(민 33:38~39).
그런데 모세는 신명기 설교를 하면서 아론이 죽은 곳은 호르산이 아니라 '모세라'라고 말하고 있다. 아론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모세가 왜 그렇게 말하였을까?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이전에 먼저 신명기 10장 6~9절은 손톱묶음괄호 (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부터 풀어야 한다. 성경 본문 가운데에 괄호는 왜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그 내용이 성경 사본에 따라 차이가 있거나, 내용상 후대에 첨가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 괄호를 친다. 개역개정 본문에는 두 종류의 괄호가 있다. 꺾쇠묶음 [ ]과 손톱 묶음 ( )이다. 전자는 그 본문이 어떤 사본에는 있지만 다른 사본에는 없는 경우이다. 마가복음 16장 9~20절의 경우이다. 후자는 주석적 성격을 지닌 본문이거나 문맥의 흐름을 끊는 본문의 경우이다. 바로 신명기 10장 6~9절과 같은 경우이다. 이런 절들은 대개 후대에 본문에 더해진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경우 자료의 원천도 첨가한 이유도 알 길은 없다. 다만 내용 자체는 모세의 기억의 일부일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면 '호르산'과 '모세라'의 차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두 장소는 같은 곳을 가리킨다. '모세라는 호르산이 있던 지역의 특정 장소 이름이었거나 아니면 그 반대였을 수도 있다.즉 '모세라'가 호르산에 가까이 있었거나 호르산이 '모세라'로 알려진한 지역에 있었을 것이다. 이는 마치 호렙산이 시내산으로 알려진 산들의 여러 봉우리 중에 하나였기에 두 이름이 혼용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그건 이스라엘의 이동에서 지명의 순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신명기 10장 6절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브에롯 브네야아간(Beeroth Bene-jaakan)에서 발행하여 모세라(Moserah)"에 이르렀다. 같은 지명에서의 이동이 민수기 33장 30~32절에도 나온다. 그런데 거기서는 그 순서가 반대이다. 31절은 “모세롯(Moseroth)을 떠나브네야아간(Bene-jaakan)에 진을 치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큰문제가 아니다. 성경은 어떤 사건의 정확한 순서에 대해 무관심할 때가 종종 있다. 예수께서 받은 시험의 순서도 마태복음 4장과 누가복음 4장의 순서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