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QT합니다 - 김인환 (광교지구촌교회 목사)
큐티를 처음 배운 것은 중3 때였다.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친구의 꾐에 넘어가 교회에 갔다가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제자 훈련반에 들어갔다. 당시 대학생 선교단체의 형들이 제자훈련 리더였는데 그 형들의 영향으로 믿음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큐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매주 큐티를 했는지 확인하는 교회 형들의 눈이 무서워 겨우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다. 큐티가 하나님과의 교제라고 했건만 초신자, 그것도 한참 사춘기를 지나는 중학생에게 큐티란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고행 중의 고행일 뿐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학업 때문에 더 바빠지자 큐티는 시간 많고 성경 지식을 잘 갖춘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정지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든 고등학생이 그렇듯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큐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저만치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음 한구속에서 죄책감이 떠나지 않았다. ‘큐티를 하지 않았다면 아침도 먹지 마라’, ‘큐티는 하나님과의 교제이다’, ‘하나님과 교제가 없는 일상은 형통하지 못하다’와 같은 구호들은 나 같은 고등학생에게 심한 자책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현대인들은 하나같이 바쁘다. 지금 섬기는 광교지구촌교회에서는 제자훈련을 시작하면서 큐티를 가르친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의 내가 그러했듯 성도들은 큐티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고행,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해야 하는 어려운 속제처럼 여긴다. 그래서 ‘나중에 시간 날 때 제대로 해야지’라고 결심만 할 뿐 큐티를 하지 않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어떤 사람은 매년 결심하고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 속에 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바빠서 큐티를 못하는 것일까? 어느 교회의 교사 세미나를 인도할 때였다. 주일에만 가르치는 교사가 되지 말고 주 중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목자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자 교수였던 부장 선생님이 질문했다. 다 좋은데 아이들도 바쁘고 교사들도 너무 바빠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부장님, 혹시 연애결혼하셨습니까?” “네” “혹시 그 때 안 바쁘셨어요?” “아주 바빴죠” “그럼 바빠서 자주 못 만나셨겠네요?” “.....” “부장님, 사랑하지 않으면 핑계를 찾지만 사랑하면 방법을 찾습니다.”
시편 기자는 말한다. “내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시18:1) 큐티는 성경공부도 아니고, 매일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이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매일 하나님과 만나는 교제이다. 그렇기에 사랑이 없는 큐티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하면 큐티는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는 기쁨의 데이트가 된다. 바빠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면 시작할 수 있다.
나의 큐티 여정도 그랬다. 어느 날 아침, 시편18:1을 묵상하는데 내 죄와 허물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이 다시 심장을 뛰게 했다. 그 이후 큐티가 달라졌다. 더 이상 큐티는 힘든 고행도, 어려운 숙제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주님과 매일 걷는 데이트가 되었다. 그래서 그 때의 나처럼 큐티를 어려워하는 큐티초보자를 위해 <예수가 이끄시는 성공>을, 입시를 앞두고 하나님과의 데이트를 멀리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말씀을 붙들면 이긴다>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라는 책에 나오는 웃지 못할 이야기이다. 어느 대기업 사장이 명예롭게 은퇴하면서 남은 생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아내의 쇼핑에 함께하고, 둘만의 우아한 저녁식사를 즐기며, 해외골프여행, 크루즈여행도 다녀왔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이젠 아내밖에 없음을 피부로 느끼며 아내의 존재 자체로 감사했다. 아내도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런데 3개월이 되던 날 아침, 아내는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
“당신, 이젠 제발 좀 혼자 나가 놀 수 없어요?”
평생 자신의 일에만 매진하다가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릴 수 없듯이 주님과의 동행도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을 향한 첫사랑을 잃지 않고, 그 사랑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조금씩 그분에 대해 알아 갈 때 평생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의 일에 온통 바쁜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여, 매일 말씀 앞에 자신을 드려 하나님과의 가슴 설레는 사랑에 지속적으로 빠져 보라. 나중에 천국에서 주님과의 데이트가 어색하거나 힘들지 않도록, 사는 날 동안 나는 이 사랑의 데이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