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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캠프 그라운드의 아침이 서서히 밝고 있다.
이틀 전 LA로 들어온 은서를 데리고 어제 맴모스에 있는 캠프그라운드에 잘 도착하여 하루를 잤다. 별이 있는 밤, 큰 딸아이가 함께하니 이제 셋이라는 마음에서인지 더 따듯하고 즐거웠다. 오늘은 조금 일찍 서둘렀다. 일단 Tuolumne Wilderness Center에 가서 Permit을 찾은 후 Yosemite로 가서 구경한 후 다시 Tuolumne으로 돌아와 쟌뮤어로 진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Tuolumne으로 가며 Tiogar Pass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이 해발 3,000m에 이르는 곳이기에 아직 고산 경험이 없는 은서를 적응시킬 겸 이곳을 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5시부터 서둘러 식사를 준비하고 텐트를 정리하였다. 아침은 라면 한 개를 끓여 어제 남은 밥과 함께 먹는 것으로 끝냈다. 시간을 조금 줄일 요량이었다.
하지만 아침 시간은 아무리 서둘러도 두 시간이다. 아침을 먹고 텐트를 정리하며 배낭을 챙겼다. 곰통 세 개에 모든 음식물을 넣고 각각의 배낭에 하나씩 집어넣었다. 사실 이번에 은서가 들어오면서 65L 도이터 배낭을 하나 더 가져왔다. 진서와 진행했던 지난번 일정에서 그간 산행과 다른 점을 하나 설정하고 시도해 보았다. 음식물 준비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나는 근 25년 이상을 등산용 압력밥솥을 사용하였다. 한국에서도 미국에 있을 때도 항상 압력솥을 사용하여 밥을 해 먹었다. 아침에 밥을 조금 많이 해서 아침을 먹고 남음 밥을 점심에도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간단하게 수프를 끓여 먹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였다.
캠프 그라운드 바로 옆에 있는 호수의 모습, 아침 해가 점점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흔히 말해 전투식량이라고 할 수 있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을 선택해 보았다. 무게도 개당 110에서 120g 정도였기에 하루 두 끼 정도를 이것으로 해결하면 간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불고기 비빔밥, 버섯 비빔밥, 김치 비빔밥 등뿐 아니라 라면과 함께 든 밥들도 있어 맛도 다양했기에 매운맛을 계속해서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시도해 본 것이다. 진서는 젊어서 그런지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러나 나는 시험 삼아 한국에서 먹어 볼 때는 나름 맛이 괜찮고 산에서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산행이 힘들었는지 첫 끼부터 먹지를 못하겠는 것이다.
그래서 한 봉지를 다 먹지 못하고 두 끼로 나누어서 먹기도 하는 등 겨우 먹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이런 경우가 발생할까 생각해서 밥솥을 이용하려고 약간의 쌀을 준비했다. 그래서 쌀과 밥솥이 포함되어 배낭의 무게가 상당해졌다. 그리고 전투식량이 전체적으로 보면 부피가 많아 곰통에 모두 넣을 수가 없었다. 큰 배낭이 필요했고 결국 100L짜리를 사용했다. 한 개 한 개의 무게는 작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니 부피가 커졌고 그만큼 힘들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에 했던 대로 밥솥만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쌀은 지퍼 팩에 담아 밥솥 안에 넣으면 되기 때문에 곰통에도 여유가 생겼다. 전투식량은 매운맛 몇 개만 비상용으로 가져가고 일정 내내 밥을 해 먹기로 했다.
거대한 곰의 모습, 곰도 캠프 그라운드에 있는 사람들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식사만 잘 하고 간다. 동작도 빠르게 하지 않는다. 어슬렁 어슬렁 거려도 건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하하
어찌 되었든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정리하는데 캠핑 사이트 옆에서 멕시칸 가족이 무엇인가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우리 캠핑 사이트 쪽으로 피하듯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곰이 함께 오고 있었다. 아뿔사..., 어슬렁어슬렁 곰이 바로 10여 미터 전까지 접근해 있었다. 구경하며 곰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으면 음식물이나 배낭을 베어 박스에 미리 넣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암튼 갑자기 나타난 곰에 나도 살짝 긴장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머뭇거리는 순간, 배낭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베어 박스에 급히 배낭을 2개 넣었다. 그러나 작은 배낭을 순간 넣지 못했다. 너무 가까이 온 곰 때문에 베어 박스를 급히 닫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배낭은 급한 대로 베어 박스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탁자 위에 있던 오렌지 주스가 문제였다. 이때 옆 캠프 사이트에 있던 미국인 아줌마가 급히 와서는 오렌지 주스 통을 들고 빨리 베어 박스에 넣으라고 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약간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사이 이 아주머니가 베어 박스를 열고는 오렌지 주스 통을 넣어주었고 나는 잽싸게 문을 닫고 시건 장치를 했다. 그리고 탁자 위에 있는 몇 가지 음식물을 들고 자리를 급히 피했다.
그런데 아뿔싸,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먹으려고 따로 구분해 놓았던 초콜릿과 쿠키 등이 있는 종이봉투를 그냥 두고 와버린 것이다. 곰이 어슬렁거리며 탁자 위를 살피더니 초콜릿과 쿠키 등을 남김없이 잡수셔버렸다. 아.... 내 초콜릿과 쿠키, 곰이 식사를 마치기까지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주변에서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탁자 위 식사를 마친 곰이 베어 박스를 건드린다. 하지만 곰은 이 박스를 열수 없다. 열 수 없게 만든 것이 베어 박스이다. 트레커들은 베어 캔 즉, 곰통을 휴대한다. 캠프 그라운드에는 커다란 철재 베어 박스가 구비되어 있다. 베어 캔은 곰이 잡으면 튕켜 나가도록 구형으로 만들어졌고 베어 박스는 작금 장치를 열 수 없는 형태로 만들어져있다. 그래서 곰도 베어 박스를 열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냄새를 몇 번 맡더니 포기하고 베어 박스 위를 쳐다보는 것이다.
순간 작은 배낭이 걱정되었다. 배낭을 손대면 안 되는데... 배낭의 음식물 냄새를 맡고 먹으려고 하면 배낭을 다 찢어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곰은 베어 박스 냄새를 맡고 난 후 위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흥미 없다는 듯 다른 사이트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이동하였다. 휴! 다행이다...., 다른 사이트 쪽으로 이동하자 캠프 호스트도 곰을 발견했는지 종을 치며 곰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기 시작했다. 우리 쪽 사이트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를 정리하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우리도 사이트로 돌아가 곰이 먹던 것들을 치우고 정리했다. 그리고 곰 때문에 한 20분 늦어진 시간을 메꾸기 위해 급히 출발을 서둘렀다. 그리고 마침내 Tuolumne을 향해 출발하였다.
맴모스에서 티오가로 가는 395번 국도를 달리며...
395번 도로를 타고 쭉 진행하다 왼쪽으로 들어선 120번 도로를 타고 가다 Tiogar Pass에 다 달았다. 쟌뮤어를 이루고 있는 산맥 줄기 중 유일하게 도로로 통과할 수 있는 3,000m 높이의 Pass이기에 고소 적응을 위해서 이 길을 지나 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진서는 어려서 3,000m급 발디산을 걸어서 오른 적이 있기에 고소 적응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은서는 이런 경험이 없기에 일부러 Tiogar Pass를 넘어볼 수 있는 코스로 진행하였다.
고도 3,000미터를 차량으로 올라볼 수 있는 티오가 패스의 모습
티오가 패스 정상 부에서...
티오가 패스 위에 있는 넓은 호수의 모습
티오가 패스에서 Tuolumne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호수의 모습
정상부에 있는 전망대 쪽에 내려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호숫가에도 들려 사진을 찍으며 일부러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하면 고소 적응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Tuolumne Wilderness Center의 안내판
다시 차를 몰라 Tuolumne Wilderness Center에 다다르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막 오픈을 했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레인저들은 대표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예약한 퍼밋이 있었고 레인저가 이를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모든 사람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 적어도 20분 정도 되는 시간을 할애해 트레일에서의 주의 사항 등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트레일 진행 도중 만나는 레인저들이 알려주는 일반적인 사항들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식이었다. 먼저는 호수에서 100피트 80걸음 이상 떨어져서 텐트를 만들 것과 땅을 6인치 이상 파고 변을 본 후 휴지는 휴대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한 사람당 곰통 하나씩은 있어야 하고 텐트에서 멀리 놓아야 하며 텐트 안에는 어떤 음식물도 가지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등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신신당부 해 주었다.
수정된 퍼밋, 하프돔 허가 도장도 찍혀있다.
그리고 순서에 따라 레인저 한 사람 한 사람씩 방문객들의 이름으로 발행된 퍼밋을 가지고 나와서 각자의 트레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잘 가라는 격려와 함께 출발시켜 주었다. 우리는 요세밋으로 가기 위해 퍼밋을 신청하였지만, 내용을 잘 못 기록해 쟌뮤어 루트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쟌무어 루트로 바꾸어주기를 요청했더니 다행히 가능하다며 잠깐 기다리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퍼밋을 수정하여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하프돔에 오를 생각이냐고 물어주었다. 혹 퍼밋이 있는지 되묻자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사람당 10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하프돔을 한번 몰라봐야겠기에 결제하고 퍼밋에 확인 도장을 받았다. 야호! 하프돔이다. ㅋㅋㅋ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트레일로 들어가지 않고 Yosemite를 향했다. 쟌뮤어로 들어가 요세밋으로 나오면 요세밋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자체 차량이 없는 상태로 더군다나 트레일을 마친 후 지친 상태에서 요세밋을 둘러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세밋을 둘러본 후 다시 돌아와 쟌뮤어 트레일 쪽으로 진입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도로 공사로 인하여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점심도 마켓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도로 공사로 인하여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이렇게 Tuolumne 비지터 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도로 공사로 인해 너무 늦어져 오후 4시가 넘어서 겨우 출발 준비를 마침
출발 전, 화이팅을 외치며...
오후 4시, Tuolumne 비지터 센터에 겨우 도착한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미리 준비한 음식물을 주차장에 있는 베어 박스에 넣었다. 쌀이며 미역 등 각종 음식물을 비닐봉투 3개에 나누어 넣고 봉투 외부에 이름을 쓰고 돌아와서 찾아갈 날짜를 기록해 두었다. 레인저들이 가끔씩 점검하여 날짜가 지난 음식물은 찾아가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처리를 하는 것 같았다. 또한 타인의 것은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이 베어 박스 이용의 수칙 같았다. 트레커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중요한 물품이기에 서로 지키며 이용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베어 박스에 음식물을 모두 넣고 차에는 음식물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만약 실수로라도 음식물을 차량에 남겨두면 혹 곰이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훼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차량에는 어떤 음식물도 두어서는 안 되고 심지어 치약이나 쓰던 칫솔도 두면 안 된다. 또한 약품이나 로션 같은 것도 두면 안 된다. 이렇게 하여 큰딸 아이 은서와 막내 진서와 함께 세 명이 트레일로 접어들었다.
나는 65L 배낭을, 은서는 40L 배낭을 그리고 진서는 80L 배낭을 메었고 나와 진서는 곰통을 큰 것, 은서는 작은 것을 배낭에 담았다. 하지만 아침과 점심은 밥을 해 먹고 저녁은 수프를 끓여 먹는 식으로 식단을 운영할 계획이었기에 곰통이 다소 여유가 있게 되었다. 암튼 배낭의 무게도 줄였고 큰딸 아이까지 함께하니 마음이 한결 즐거웠다. 그런데 그 늠름하던 진서가 10살 터울 큰누나가 나타나자 갑자기 어리광이 생기는 듯하다. 평소 큰누나뿐 아니라 4살 터울 작은 누나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란 녀석이라 그런지 누나들만 나타나면 왠지 모를 어리광을 나타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은서는 막내 진서를 부를 때 “아들”이라고 부른다. 하하하. 엄마 같은 누나가 나타난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은서도 진서도 모두 얼굴에 미소를 품고 룰루랄라 하며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Tuolumne 비지터 센터를 출발하면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은 폐쇄된 Campground가 나오고 이곳으로 진입하여 근 500m 정도 진행하면 Lyell Canyon(렐리 캐년) 쪽에서 오는 트레일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달하게 된다. 왼쪽으로 진입하면 Lyell Canyon 쪽으로 가게 되고 계속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르면 요세밋 방향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비교적 쉬운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쟌뮤어 트레일의 특징이 그렇듯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면 한국의 등산로와 달리 상당한 거리를 가게 된다.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 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하면 상당히 쉬운 구간임이 틀림없다.
너무 급하지 않은 오르막을 힘차게 오르다 보면 어느덧 내리막이 나오게 된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왼편으로 암벽을 해도 될 만한 돌산이 나타나고 앞쪽으로도 동일한 모형의 돌산이 나타난다. 이 돌산들 사이로 많은 실개천이 자리하고 있고 이때쯤 모기가 나타나야 하는데 물소리도 그리고 모기도 없다. 물이 완전히 말라 있었다. 사실 쟌뮤어는 물 걱정을 하지 않는 곳이다. 총길이가 200마일 360km에 달하지만, 겨울에 내린 눈이 8월에도 다 녹지 않기 때문에 이 눈이 녹으면서 흘러내려 어디나 물이 있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물 걱정을 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는 산에 눈이 없으니 물도 없고 따라서 모기도 별로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암튼 물이 있어야 하는 곳에 물이 없으니 은근 걱정되었다.
이러다 다음 호수가 있는 곳까지 물이 정말 없는 것일까? 산행 경험이 없는 은서가 합류했기 때문에 오늘은 등산로에 진입한 후 워밍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많이 걷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다음 호수가 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물이 있는 곳에서 텐트를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물이 없다면 생각했던 거리보다 더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르막을 오를 때 반대편에서 오는 미국인 트래커들이 오늘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길래 그냥 스트림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비교적 짧게 간다며 좋은 산행을 하라고 서로 인사를 나눈 것을 생각해보니 중간에 물이 있다는 것인데 라고 생각하며 물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진행하였다. 다행히 이 돌산 끝자락에서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부분에 다달랐을 때 물이 흐르는 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물이 나타났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진서와 나뿐이었으면 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충분히 진행했을 텐데 은서가 있으니 무리하게 진행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오늘은 6시에 산행을 마감하였다. 개울 옆에 알맞은 자리를 찾아 텐트를 만들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였다. 은서가 개울에 가서 정수기로 물을 만드는 동안 진서와 나는 텐트를 치고 식사를 만들 준비를 하였다. 저녁은 간단히 수프를 끓여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텐트를 치고 보니 옆에 있는 나무들이 왠지 불안했다. 죽은 나무들이 넘어지며 살아있는 나무들에 걸쳐 있는 것이 몇 있었다. 쉽게 넘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안전한 장소로 텐트를 옮겼다. 그리고 곰통을 비롯해 배낭은 그 자리에 그냥 두었다. 거리가 족히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텐트만 둔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텐트 안에는 절대로 음식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호주머니 속에 있는 과자 껍질 같은 것도 있어서는 안 되고 물 한 병과 옷과 침낭만 들어가야 한다. 곰통에 모든 쓰레기도 넣고 로션이나 칫솔도 다 넣어야 한다. 배낭은 비워서 개방하여 놓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고 보면 대략 8시쯤 되는데 이때 텐트 안에 들어가고 보면 몸도 따듯해지고 해서인지 기분도 참 좋아진다. 텐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늘에 별이 나타나기 전에 스르륵 잠이 들고 만다. 사실 쟌뮤어에 들고 보면 오히려 밤하늘의 별일 자세히 보기가 힘들다. 낮 동안 트레일을 진행하다 보면 저녁을 먹고난 후 그냥 이런 식으로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어찌 되었든 3인용 텐트 안에 3명의 가족이 이야기꽃을 피우다 스스르 잠이 들고 하루는 이렇게 마감되었다. 내일을 또 기대해 본다. 이제 은서까지 합류했으니 정말 아빠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