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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생태조사단 x 은평민들레당
(2024.04.12. 작성)
봉산
수색에서 구산동까지 남북으로 긴 형태의 산. 능선을 중심으로 동쪽은 서울 은평구, 서쪽은 경기도 고양시다. 은평구의 봉산의 북쪽으로는 서오릉이 있는 앵봉산, 북한산으로 산맥이 이어진다.
식생 현황
봉산은 활엽 혼효림으로, 대체로 아까시나무에서 참나무류, 팥배나무 등으로 천이가 진행 중이다. 참나무와 팥배나무뿐 아니라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져 살고 있다. 산기슭에는 오래전에 조림한 잣나무, 소나무 등의 침엽수 소군락이 있다. 은평10번 마을버스 종점인 숭실고등학교 인근 숲은 팥배나무 군락지를 중심으로 서울시에서 2007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신사동 산93-16 일대, 약 7.3ha다. 2014년부터 은평구청에서 진행한 인공림 조성 사업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 인근 자연림이 훼손되고 편백 단순림이 조성되어 있다.
봉산에 서식하는 조류 중 보호종은 다음과 같다.
천연기념물
: 소쩍새, 솔부엉이, 황조롱이, 새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 새호리기, 새매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 꾀꼬리, 박새,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은평구청의 봉산 생태계 파괴 사업 -
1 숲을 조성하겠다며 숲을 파괴하는
“봉산 편백나무 힐링 숲 조성 사업”
은평구청은 2014년부터 봉산 일대에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이라는 관광지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편백나무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의 실상은 봉산의 숲을 훼손하고, 그 자리에 어린 편백을 심는 단일 수종 인공림 조성 사업이다. 은평구청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0.8~1.4ha가량의 숲을 모두베기 후 3~4년생의 어린 편백을 심었다. 그리고 2019년부터 한동안 벌목이 이뤄지지 않았다가, 2023년 은평구청이 또다시 0.9ha의 면적의 숲을 모두베기하고 편백을 심었다.
2023년 2월 28일, 봉산에서 기계톱 소리가 들려와 올라가 보니, 용역 노동자들이 한창 벌목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현장에는 고사목 제거, 간벌, 가지치기 등 숲가꾸기 사업을 시행한다는 은평구청 공원녹지과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구청은 현수막의 내용과는 다르게 0.9ha의 건강한 숲을 모조리 파괴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대부분 나이가 많아 잎이 거의 없어서 탄소흡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무들”이라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3월 초, 은평민들레당은 지역의 환경단체 생태보전시민모임과 함께 베어진 나무의 수종과 나이, 직경을 기록했었다. 이 숲에서 베어진 나무는 306그루 이상이다. 팥배나무 80여 그루, 참나무류 100여 그루, 아까시나무 70여 그루를 비롯해 소나무, 잣나무, 벚나무, 리기다소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물오리나무 등 수많은 나무가 잘려나갔다. 나무의 나이도 10살 미만에서부터 56살까지 다양했지만 나이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베어졌다. (현장에는 벌목된 어린 나무도 많았지만, 10살 이상의 나무만 세었다. 어린나무를 조사하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구청 공원녹지과는 영급 개선 등을 벌목의 이유로 들었지만, 편백 식재 후 자연스레 자라나는 어린나무를 지속해서 제거하는 모순적인 행정을 보여주었다. 2023년 가을, 구청에서는 심은 편백의 키만큼 자라난 다수의 어린 참나무를 베어내기도 했다. 이런 모습만 보아도 영급개선이라는 명분은 숲을 파괴했다는 비판을 덮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10월 은평구에서 발행한 [봉산 편백나무 힐링숲 기본계획] 용역보고서를 보면 은평구는 무장애숲길, 불광천과 연계한 테마 관광코스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봉산의 생태계 보전, 생물다양성 증진 보다는 각종 구조물과 인공 시설물 설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국공유지 내 아까시나무림을 편백림으로 수종 갱신한다는 편백림 확장 계획이 실려있기도 하다.
우리가 편백 단일림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 생물다양성 파괴
2023년 0.9ha의 면적에서 베어진 306그루의 나무를 단순히 적용해 보더라도, 2014년 사업 초기부터 2023년까지 편백림 조성을 위해 파괴한 6.5ha의 숲에서 3,000그루 이상의 나무가 베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백숲 총사업 면적은 13ha다.) 숲은 생물다양성의 공간, 다양한 동식물의 보금자리다. 편백 단일림 조성을 위한 숲 파괴로 수많은 생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 기후위기 초래
숲은 지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흡수원이다. 하지만 숲은 파괴됨과 동시에 엄청난 탄소배출원으로 돌변한다. 탄소를 머금고 있는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파헤치면 자연이 머금고 있던 탄소가 대기로 뿜어져 나온다. 또 식재한 어린나무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보다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배출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파괴된 숲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탄소배출원이 될 수밖에 없다. 은평구청은 탄소흡수 능력 강화를 위한 영급개선이라는 근거를 들며 벌목과 조림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오래된 숲이야말로 가장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인위적 개입으로 탄소흡수 효과를 기대하기 이전에 기존의 숲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 자연재해에 취약한 인공 침엽수림
‘봉산 편백나무 힐링 숲’은 종 다양성이 없이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단일림의 대규모 나무 농장, 나무 공장이다. 한 종류의 나무로 일제히 만들어진 인공숲은 연령대의 다양성도, 종 다양성도 떨어지는 허약한 숲이다. 이런 숲은 전염병과 해충 피해, 급작스런 기상현상에 매우 취약하다.
또 인공식재한 나무는 씨앗에서부터 자연스레 자라난 자연림 나무보다 저수 능력, 착근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뿌리가 얕아 바람이나 집중 강우에 쉽게 쓰러진다. 그렇기에 인공 침엽수림은 천연 혼효림보다 홍수,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침엽수림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물다양성이 떨어지는 인공 단순림은 지속 가능한 숲이 될 수 없다.
▻ 부적합한 수종
편백은 토심이 깊고 공중습도가 높으며 따뜻한 곳에서 생육하고, 식물로 추위에 약한 온난대기후 식물이다. 습하고 따뜻한 일본 혼슈 중부 이남지역에 자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위도인 남부지방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생육이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있다. 기후변화로 중부지방에서도 생육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폭설, 한파등 겨울철 극단적 기후현상을 본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은평구가 2023년에 심은 어린 편백이 겨울을 지나며 상당수 냉해를 입는 등 생육 상태가 좋지 않으며, 고사한 나무도 많다.
게다가 2014년, 2015년 벌목-조림지의 편백은 대부분 고사해 나무가 없이 헐벗은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햇살이 많이 드는 남향의 비탈면인데, 건조한 기후와 얕은 토심 탓에 편백 생육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가 없이 맨땅이 드러난 이곳은 흙이 지속적으로 유실되고 있으며, 암반이 드러나고 있다. 남은 흙마저 사라지기 전에 아까시, 참나무류 등 원래 수종으로의 복원이 시급한 곳이다. 은평구청이 편백림 조성을 위한 벌목을 진행하기에 앞서, 봉산의 토양과 기후를 꼼꼼히 조사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더라면 아까운 숲이 사라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
2014년 벌목-조림지 옆으로는 산과는 생태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꽃잔디 화단이 조성되어 있다. 이 꽃잔디 식재지 역시 ‘편백나무 치유의 숲’의 일부분이다. 구청에 따르면 이곳 역시 원래 살던 아까시와 참나무를 전부 베어내고 편백을 심었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조금만 파내도 무른 돌과 암반이 나올 정도로 토심이 매우 얕아 어린 편백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곳이었다. 결국 편백이 고사하자, 은평구청은 이곳에 꽃밭을 조성했는데, 척박한 땅에서도 살 수 있는 꽃잔디를 심었다고 한다. 하지만 꽃잔디를 심은 후에도 토양이 계속 유실되면서 심은 꽃잔디마저 사라지고 있다.
▻ 예산낭비
편백은 봉산의 환경에 적합한 수종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조성된 편백나무 숲에선 가지가 말라 잎이 윤기없는 적갈색으로 변한 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구청에서는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편백은 건강한 경우 겨울에도 윤기나는 푸른 잎을 유지하는 상록수기 때문에 잎의 갈변현상은 자연스럽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3년에 식재한 어린편백의 경우 반 이상이 냉해를 입은 것으로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인공림 조성은 나무를 심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숲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주변의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죽이고, 편백이 자라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대어주며, 고사하면 다시 식재하고 관리하는 등 자연림을 그대로 두었다면 필요없었을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인공림 조성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지 인지하고 생태적인 인공림 관리를 모색해야한다.
▻ 인간중심적 숲 착취
[봉산 편백나무 힐링숲 기본계획] 용역보고서의 마지막 장, 편백 숲 조성의 ‘기대효과’에는 숲 생태계 보전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휴식 인프라 확충, 전 연령이 이용 가능한 서울 시내 유일한 편백 숲으로 관광 활성화, 지역내 산림복지전문가 등 녹색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숲은 개발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시민에게 휴식 및 치유의 공간이며, 전 연령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또 2인에 불과한 산림치유지도사 고용과 일시적 기간제 근로자 고용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대효과 중 가장 허황되어 보이는 것은 의료비 절감이라는 측면이다. 용역보고서에는 편백숲을 이용함으로써 ‘건강증진, 면역력 향상으로 의료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 편백이 피톤치드를 방출한다는 것 때문에 적어넣은 기대효과로 보이는데,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다. 실제로 편백뿐 아니라 모든 식물은 피톤치드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이 편백나무보다 많은 피톤치드를 생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편백숲 조성사업의 기대효과는 기존의 자연림에서도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인데, 굳이 예산을 쏟아부으며 숲 생태계를 파괴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2 봉산 무장애 숲길 조성 사업
무장애숲길은 휠체어, 유아차 등 이동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숲을 즐길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데크형 숲길 조성 사업이다. 서울에는 안산, 관악산, 인왕산 등에 조성되어 있다. 은평구는 2021년부터 구간을 나누어 무장애숲길 데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무장애숲길 조성사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
▻ 무리한 노선 설계
안산, 인왕산, 관악산 등 타 무장애숲길은 자락에 조성된 경우가 많은데, 봉산은 정상부를 횡단하는 노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무장애숲길의 시작과 끝점인 수국사 인근 1, 3단계 구간, 그리고 수색 인근 6단계 예정 구간은 산 정상부까지 오르게 하기 위해 같은 곳을 맴돌면서 지그재그로 오르는 노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런 구간은 공사 시 산의 비탈면을 완전히 파괴하게 된다. 또한 노선이 다른 지역의 무장애숲길에 비해 지나치게 길어 그만큼 숲 파괴를 수반하게 된다. 정상을 제외하고는 사유지가 많은 것이 봉산 정상부로 횡단하게끔 노선을 설계하는 이유가 됐을 것이라 짐작한다.
▻ 공사 진행 과정에서 숲 파괴, 생물서식 위협 초래
공사 시 발생하는 굉음 등의 소음은 야생동물에게 큰 스트레스와 위협이 된다. 특히 나무를 피하며 노선을 설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당한 나무가 베어지게 된다. 이는 직접적인 생태계 파괴 행위이며 동물들의 집을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나무 위 또는 기둥 속 둥지에 있는 동물을 직접적으로 살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산 정상부까지 자재를 옮기기 위한 임도로 인해 나무의 뿌리 등을 훼손하는 등 숲 파괴가 일어나기도 한다. 식물의 뿌리가 훼손되는 것은 줄기, 가지가 부러지는 것보다 생명에 더 치명적이다. 또한 방부 처리된 데크 목재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 데크 목재에 도포하는 유성 페인트의 화학 물질 등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킨다.
▻ 과도한 등산로 면적
기존 등산로를 폐쇄하지 않고 조성한 은평구의 무장애숲길 사업은, 봉산의 숲 생태계 보전을 고려해 섬세하게 계획하고 시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이번 봉산 무장애숲길 조성 공사 4단계 구간은 대체로 기존 등산로와 비슷한 높이로 조성되었다. 기존 등산로를 활용해 무장애숲길을 조성했더라면 숲을 굳이 훼손하지 않아도 되고,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 등산로 폐쇄 등 파괴한 숲을 자연에 돌려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데크 주변까지 벌목 후 편백 등 식재
은평구는 데크를 설치할 곳 주변의 숲까지 과도하게 파괴하며 기존의 나무를 벌목하고, 그 자리에 편백과 관목 등을 심었다. 이는 무장애길의 취지와는 무관한 경관 조성 목적의 불필요한 숲 훼손이다.
▻ 봉산 생태경관보전지역 훼손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 설치하며,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취지인 팥배나무 까지 벌목했다. 이는 자연환경보전법 및 관련 서울시 조례 위반이다. 게다가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아주 가까운 데크길 사이에는 편백을 심기도 했다.
▻ ‘무장애’라 부르기 어려운 무장애숲길
이동약자의 이동권은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모든 곳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은평구가 밀어붙이고 있는 봉산 무장애숲길은 '무장애'라는 이름만 붙여 넣은 산림 개발 사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봉산 무장애숲길은 이동약자가 애초에 무장애숲길 진입로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시작점에 경사로가 없는 곳도 있고, 진입로까지 가는 길 자체가 급경사여서 휠체어를 탄 채 차량에서 내리는 것부터가 위험한 곳도 있다.
봉산은 올해(2024년) 4단계에서 봉수대를 잇는 5단계 공사가 예정되어 있고, 불광근린공원 역시 얼마 전 무장애숲길 공사에 착공했다. 내년(2025년)에는 급경사지인 수색에서 시작해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나는 봉산 무장애숲길 6단계 공사도 예정되어 있다.
3 방제 사업
▻ 곤충 대발생과 살생제(살충제) 살포
2020년 봉산 대벌레 대발생
2014년 고양시 성라산에 대벌레 대발생이 있었지만, 별도의 방제를 하지 않았음에도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는 대벌레가 늘어난 만큼 새와 다람쥐, 청설모 등 천적 역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0년 봉산 대벌레 대발생 시기 은평구의 대응은 이와 달랐다. 은평구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사업, 서울시 그린 뉴딜 도시숲 가꾸기 사업 인력 등을 총동원해 직접 살충하는 물리적 방제에서부터, 등산로 주변 숲까지 살생제(살충제)를 살포하는 화학적 방제를 총 9회 실시했고, 드론까지 동원해 산에 살생제를 뿌렸다.
2022년 러브버그 대발생
대벌레 대발생 2년 후인 2022년, 러브버그가 은평구를 비롯한 서울 서북권과 고양시 등에 대발생했다. 러브버그 대발생이 대벌레 대발생 시기 살포한 살생제로 인한 생태계 교란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은평구는 이번에도 살생제 살포로 러브버그 대발생에 대응했다.
은평민들레당은 22년 러브버그 대발생 이후 은평구청과 산림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대벌레와 러브버그 관련 살충제 살포 현황을 알아봤다. 산림청은 대벌레 퇴치를 위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살충제 희석액 9,200L를 총 12회에 걸쳐 봉산 일대, 특히 해맞이 공원 일대에 살포했다.
추가로 은평구청에 ‘살충제 연도별 살포 횟수와 양’에 대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는데, 은평구는 정보를 취합·가공해야 할 유형에 속한다며 ‘정보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체계적이고 엄격해야 할 살충제 사용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척 우려스럽다.
은평구는 23년 6월, 산림에 살충제 살포를 하지 않고 친환경방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친환경적 방제 방법을 체계화하기 위한 자체 지침서를 제작해 향후 돌발해충 방제 모형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24년 1월, 해당 지침서를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음으로 정보 부존재'라는 답변을 받았다.
곤충의 대발생은 생물다양성 감소, 기후변화가 원인이며, 살생제 사용은 이를 부추긴다. 또 다른 대발생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우리는 생태적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살충제는 살‘충’제가 아닌 살‘생’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대벌레 끈끈이롤트랩 설치 사업
대벌레 대발생 이후 은평구청과 고양시청은 매해 봄마다 친환경 방제라며 등산로 주변 나무 기둥에 끈끈이 테프를 감아 대벌레를 잡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끈끈이롤트랩은 나뭇잎을 먹기 위해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대벌레의 습성을 반영해 나무 기둥에 감는다. 나무를 오르다 끈끈이에 붙은 대벌레는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죽는다. 올해는 거의 모든 등산로와 등산로 샛길에 끈끈이 테이핑을 하고 있다.
문제는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건 대벌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벌레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부터 새, 다람쥐, 청설모, 고양이 등 숲에 사는 많은 생물이 나무 기둥을 오르내리며 생활한다. 새 중에서는 특히 박새류, 딱따구리류, 동고비 등이 나무를 오르내리며 먹이활동을 한다. 실제로 봉산생태조사단의 모니터링 활동 중 끈끈이롤트랩에 다량의 새 깃털이 붙어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끈끈이에 온 털이 엉겨 붙은 박새를 관찰하기도 했다.
*참고
은평민들레당 논평 및 활동, 봉산생태조사단 활동 참고
[봉산 편백나무 힐링숲 기본계획] 용역보고서, 은평구청 (2023.10)
[나무 306그루 뎅강뎅강…숲 만든다고 1만㎡ 벌목한 은평], 한겨레, 손지민 기자 (2023.04.04)
[“벌채로 자연훼손” “산림 지속성 높여”… 은평구 편백나무 숲 조성 논란], 세계일보, 구윤모 기자 (2023.4.20)
[나무를 베어내도 다시 자란다지만···그 동안 탄소는 누가 먹나요],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 (2023.07.13)
[침엽수 중심 조림정책, 재해에 취약한 산림 만들었다], 녹색연합 (2015.04.05)
[독일 베스트셀러 생태작가의 일갈, "인공림 집중이 문제"] 오마이뉴스, 클레어함 기자(2023.02.10)
['소나무림 피톤치드 배출량 편백나무의 4배'], 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피톤치드에 대한 오해 풀기], 충북대학교 숲치유컬럼, 신원섭 교수
[대발생하는 '러브버그·대벌레떼'..."곤충 이상출몰은 기후위기 신호"], 뉴스트리, 조인준 기자 (2023.08.25)
[은평구 봉산 대벌레 집단발생... "가만히 둬도 된다"], 오마이뉴스, 이해람 기자 (20.07.24)
[사랑벌레 이후, '수상한 벌레 떼'는 또 온다], 시사인, 이상원 기자 (2022.08.09)
[은평구, 친환경 방제로 봉산 대벌레 개체수 절반 감소 ‘성과’], 에코타임즈, 김정문 기자 (202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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