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정리되지 못하고 물건을 모으게 되는 소위 저장강박증이라는 문제를 가진 은하네를 만나게 된 건 작년 겨울이었습니다.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청정이웃지원사업의 사례관리를 요청받아 방문하게 되었고 발 딛을 곳이 없는 물건 사이에서 나오시는 김지연님과 그 물건 사이로 들어가 집을 둘러보는 우리들 사이에는 물건 보다 더 높은 벽이 존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민센터와 번3복지관, 정신보건센터와의 사례 회의를 통해 저는 고등학생 은하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기관들은 김지연님을 향해 있었고 함께 살고 있는 은하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이 커 직접 만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후 복지관은 은하에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를 만나보지 않고 자라온 은하가 어색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장학금 사용을 주제로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먼저 은하는 하교후 대부분의 시간을 스터디룸에서 공부를 하며 지내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10시 이후로 바로 잠에 든다고 했습니다.
귀가가 늦어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을 때 은하는 사실 밥 먹을 공간도 없다고 하며 집에 오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집에 물건이 많아 식탁 사용이 어려워 보인다 하니 은하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말에 “그냥 많이 답답해요. 근데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어요. 저까지 엄마를 나쁘게 말하면 안잖아요..”라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엄마가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모녀는 남들과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었습니다. 5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혈액암이 가족을 삶을 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은하의 나이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그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좀 더 빠르게 철이 든 것으로 보였습니다.
“엄마가 물건을 모으는 것도 이해가 돼요. 치료 받을 때 많이 힘들어하셨거든요.”
“어머님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실거야.. 은하야 선생님이 도울테니 엄마와 네가 한번 노력해보는 건 어때?”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모두들 집을 왜 안치우는지, 언제 치울 건지만 물어보고만 가셨거든요.”
반성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노력 또한 물건을 치우고 은하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은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편하게 쉬고 싶은 곳입니다. 김지연님도 지금은 그 공간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내 공간, 내 물건,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미 있는 모든 것들..누구도 그 물건과 공간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안됐다 채근하기 보다는 그분의 삶을 이해하고 하나씩 계획을 세우고자 합니다.
은하와 함께하는 김지연님의 변화를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