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중앙) 등에서 만든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구성/운영 가이드북'을 죽 한번 본 다음 다시 한번 더 봤다. 아주 오래전 아파트마다 방범위원회란 게 있었다. 그 방범위원회용으로 별도의 간이 건물 한 채씩을 두기도 했다. 야간에는 거기서 경고등 같은 게 번쩍번쩍 돌아갔다. 결국 여러 부작용만 많아져 없어진 지 오래다.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정확히 말하자면 <빛 좋은 개살구 + 속 빈 강정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지속 불가능한 것이다. 위원회 활동 모든 게 자율, 자주로 움직인다. 결코 자율, 자주로 될 수 없는 일을 자율, 자주로 하겠단다. 그러면서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서는 의무적으로 만들라고 하니 과태료 피하려 마지못해 적당히 숫자 맞춰 그럴듯하게 위원회 구성이야 할 수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으로 유명무실해지기 십상이다(자신들의 아파트에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 실제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위원은 극극극극소수에 불과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자율, 자주 기반의 모든 위원 활동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다름 아니라, 활동을 하더라도 잠시 적당히 시늉만 내다 끝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관리사무소와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간에 서로 떠넘기고 서로 간의 역할과 책임이 모호해지고 정체만 늘어나는 바람에 차라리 관리사무소 단독으로 분명한 책임과 초점을 가지고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층간소음 관리위원회 구성/운영 가이드북은 그저 고양이 목에 방울 달면 된다는 식의, 안이하고 두루뭉술하고 상투적으로 꾸며댄 비현실적 가이드일 뿐이다).
층간소음이라는 주민 당사자 간 갈등이 첨예한 문제를 가지고 층간소음 관리위원이라는 주민이 층간소음 피해자 주민도 맞춰주고 층간소음 유발자 주민도 맞춰주고 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 당사자들을 방문도 하고 상황 확인도 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보고서도 만들고 보고도 하고 회의도 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아무튼 당사자 간 자율적으로, 자주적으로 서로 조정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어떤 강제성도 없이 중재해 볼 수 있으면 해보겠다는 것인데 그것 또한 당사자 누군가에 의해 언제든 중단될 수 있고 이런저런 사유로 중지될 수 있으니 말 다 했다. 공동체라고 하는 한국의 공동주택체가 그리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수준이 아닌 건 이미 오래전에 확인된 사실이고 갈수록 더욱 각박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층간소음의 문제는 바로 악성 층간소음의 문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는 예전의 방범위원회처럼 부작용만 많아지고 층간소음 관리의 걸림돌이 되어 악성 층간소음을 계속 양성, 양산하는 데 일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 관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역할, 업무 수행에 관한 상세한 내용 및 가이드(방법론, 양식, 체크 리스트)는 '층간소음 교과서'(근간 예정)를 참조하기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