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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공듀뎐 2편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시고 즐겁게 읽어주세요... 작품성.. 뭐 이런건... 얘기하시면 너무 죄송스러워져서.....
너무 너무 쓸데없는 글 자꾸 올려서 죄송합니다... ㅠ
윤하 공듀뎐 2부. Episode II 흑마술사의 반격
검은 혜성과 흑마술사
인간계에서 제일 큰 물줄기를 배를 타고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물 양 옆으로 까마득하게 높은 탑이 나타난다고 해요.
그 탑 사이로 더 배를 저어 가면 어마어마하게 큰 산줄기가 시작되고요.
이들 산줄기에서 일곱 개의 큰 산을 넘어가면 인간이 발을 디뎌서는 안 되는 죽음의 땅에 이르는데, 그곳에 흑마술을 행하는 어둠의 성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그 먼 옛날, 인간과 오크, 엘프와 난쟁이가 두 편으로 나뉘어 엄청난 전쟁을 벌였던 시절. 오크들을 지휘했던 어둠의 정령의 힘을 받은 흑마술사는 싸움에서 패한 이후
마법사들과 엘프 왕에 의해 강력한 주술로 오랫동안 봉인당해 있었어요.
그러나 검은 혜성이 인간의 땅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이 주술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고 해요.
이 시절, 땅 위의 모든 마법사들과 엘프 왕들은 불안해하고 있었어요.
만약에 흑마술사가 검은 혜성의 힘에 의해 봉인을 해제받고 다시 깨어난다면?
인간과 요정들의 마음에는 사랑, 희망, 배려, 겸손함, 믿음은 사라지고 흑마술사의 어둠의 힘에 휘둘려 결국
증오, 절망, 이기심, 공포, 불신이 팽배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싸움이 곳곳에 일어날 것이 분명했거든요.
그러나…. 검은 혜성이 땅에 가까워지는 것을 아무도 막을 방법이 없었답니다.
그저, 인간의 마음에 사랑과 희망을 일깨움으로써 이와 같은 어둠의 힘이 팽창하지 못하도록 견디어 주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을 뿐….
세 명의 늙은 마법사가 노래의 힘으로 사람들의 영혼에 희망을 일깨우려고 무진 애를 쓴 것도 이런 까닭이 있었던 거였답니다.
첫 번째 무대
시간은 바람처럼 빠르게 흘러가서 벌써 케밥스타 경연대회 본선날짜가 코앞에 다가왔어요.
본선 1라운드 안내장을 받은 윤하 공주는 어머니와 함께, 무슨 노래를 부를까 손을 턱에 괴고는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말했어요. “공주야. 이 노래로 하는 게 좋겠구나. 너의 목소리에도 잘 맞고, 평소에 많이 불렀던 노래로 하는 것이 아무래도 실수가 적을 것이야”
그 노래는 다름아닌 먼 옛날 엘에이 공국의 음유 여가수밴드 애즈원이 불렀던 ‘원하고 원망하죠’라는 곡이었어요.
“아주 옛날 노래인데, 어린 학생이 어째서 이런 것을 부르느냐고 하면 어떡하죠?” 공주는 걱정이 앞섰어요.
지금까지 세 명의 늙은 마법사들은, 기성 가수를 흉내내는 것을 많이 안 좋아하고, 어린 참가자가 어른들 목소리 따라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나 있었어요.
“자기 색깔이 없어, 기성 가수 모창하는 거밖에 안 돼.” 이런 소리를 듣고 떨어진, 노래 잘하는 왕자나 공주들이 너무나 많았답니다.
산에 단풍이 빨갛게 들기 시작하고 공주가 좋아하는 노란색 은행나뭇잎이 군데군데 보이는 어느 초가을날, 윤하 공주는 마차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본선 1라운드에 참여하기 위해 수도국으로 길을 떠났어요.
예선 날은 사람이 바글바글 벅적거려 정신이 없었다면, 이날은 분위기가 싸늘하고 긴장된 기운이 뒤덮고 있었어요. 예선과는 달리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근데 세 늙은 마법사들의 심사 기준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고향 땅에서 웬만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온 걸출한 노래 솜씨를 지닌 인간, 난쟁이, 호빗 등이 모두 줄줄이 불합격하고 힘없이 집에 돌아가고 있었답니다.
마법사들과 무대 담당 드래곤들, 엘프들 등은 모두 저마다 팔짱을 끼고 연이어서 기대에 못 미치는 무대를 바라보며 실망스러워하고 있었어요.
공주의 앞 참가자들, 여러 나라에서 온 왕자와 공주들이 모두 혹평받고 무더기로 낙방하는 걸보고 공주는 겁이 났지만, 겉으로는 태연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전해집니다.
이번에는 번호가 아닌, “윤하’라는 자기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주어졌어요.
공주는 이름표를 배에 붙였어요.
앞으로 윤하 공주라는 그 이름이 얼마나 인간 세계를 밝게 비추어줄지 짐작조차 못한 채………
감성 변태 마법사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졌어요. “자… 다음 참가자 무대 위로 나와주세요.”
공주는 눈앞이 하얘지는 것같앴지만, 혓바닥을 한번 내밀고는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서 무대로 올라갔어요.
이때 무대에 올라가기 전 공주가 왜 혀를 내밀었는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아직도 모르고 있지만, 몇몇 음유시인들은 이렇게 설명하곤 한답니다.
공주가 노래부르기 전, 갈증이 나서 물을 찾았는데 조연출하는 스텝이 물 없다고 그냥 빨리 올라가라고 해서 혀를 내밀었다고도 하고요. 또는 공주 스스로가 그렇게 호기심을 부리고 갈망하던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기 때문에 입 속이 바짝바짝 말라서 그랬다고도 전해지고 있어요.
TV로만 봤던 세 명의 마법사가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어요. 게다가 그 뒤로는 새까맣게 많은 객원 심사위원들이 눈을 부라리고 앉아 있었답니다.
말로만 듣던 이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 대하자 윤하 공주는 가슴이 너무너무 떨려왔어요.
감성변태 마법사가 말했어요.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성남국에서 온 열 여서,……여섯 살 윤하 공주입니다.” 얼마나 떨었는지, 공주는 자기 나이를 말하는데에도 그만 말까지 더듬고 말았어요.
마법사들은 표정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어요.
공주 전 무대에 올라왔던 참가자들이 모두 너무 실망스러운 솜씨를 보여줬기 때문이었어요.
공주가 보기에 마법사 제와프는 피곤에 지쳐 한 잠 누워 자야 할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고, 양싸 마법사는 연필을 초당 스무 번정도씩 돌리고 있었어요..
감성변태 마법사는 그나마 눈을 빛내면서 공주를 보고 있었지만 그다지 기대를 거는 것같아 보이진 않았답니다.
객원 심사위원석에 인간인 척하고 앉아 있는 드래곤들도,
“딱 보니까 초짜같구료”
“뭐 얼마나 잘 하겠소?”
“오늘은 여기서 쫑치는 것이오?”
“하품 나와”
“어이, 거기 블루 드래곤. 오랫만인데 나랑 오늘 파전에 막걸리 한잔 하겠는가?”
“레드 드래곤. 자네랑은 안 먹네. 술만 취하면 입에서 불을 뿜어서 열심히 번 돈 다 토해내게 만들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레드 불 팔아 돈 벌지 않았는가.”
뭐 삼삼오오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 분위기였답니다.
이때 감성변태 마법사가 말을 걸어왔어요. “공주. 준비하신 노래가 나 안떼나 마법사가 제일로 좋아하는 곡이오. 자신 있소?”
“……” 공주는 순간 곡을 잘못 골랐나 걱정스러워졌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네? 네……”
공주는 속으로 마음을 꼭꼭 다잡았어요. “떨지 말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려야 하지? 윤하야, 긴장 풀자 긴장 풀자.!!” 라고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들어보겠소..”
이윽고 노래의 전주가 조용히 울려나오고 윤하 공주의 노래가 시작됐어요.
“아직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그대 지친 가슴을 난 너무나 잘 알죠….”
겨우 노래의 첫 소절이 나왔을 뿐인데 세 명의 마법사는 동시에 입을 떡 벌렸어요. 객원 심사위원석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이들도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자세를 고쳐 앉았답니다.
“원하고 원망하죠 그대만을
내게 다가온 시간을 힘겹게 만드는 사람
지난 날들을 그대의 아픈 얘기를 모르고 싶은걸…”
아무도 숨조차 쉬지 않았어요. 세 명의 마법사 뿐만 아니라 호그와트 학교에서 온 마법 수련생들도, 객원 심사위원으로 변신해 앉아 있던 드래곤들도 콧구멍을 닫고,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윤하 공주의 노래만 듣고 있었답니다.
“지금 그대는 빈 자릴 채워줄 누구라도 필요한 거겠죠”
윤하 공주가 깨끗한 목소리로 밴딩도 없이 고음을 내는 후렴부를 쭉 올려서 불렀어요.
사람들이 모두 가슴을 두근거리며 듣고 있는 이때 갑자기 “우우 우!!” 하는 고릴라 소리가 새어 나왔어요.
흥분하면 갑자기 고릴라나 원숭이로 변신하곤 하는 마법사 제와프였어요. 사람들은 제와프에게조용하라며 한번씩 인상을 쓰고는 다시 공주의 노래에 집중했어요.
공주는 어머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할 때처럼 눈을 살며시 감고 자신만의 손동작을 그리면서 노래하고 있었어요.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 나오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것을 문제삼지 않았어요.
“이런 내 맘을 혼자서 얘기할께요 그댈 너무 사랑해요”
노래가 끝났어요.
목소리가 많이 떨려서 긴장했다는 걸 느끼게 하는 무대였으나, 그 자리에 앉아 있던 그 어떤 마법사도 음유시인도 경험이 많은 드래곤들조차, 자기 평생에 이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어요.
본선 1라운드의 규칙은, 1분 30초로 노래를 하는 것이었어요. 더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노래라도 어떤 경우에도 2분을 넘기지 않았어요.
근데 윤하 공주는 3분 30초 동안 아무도 노래를 끊지 못했어요. 누군가 만약 공주의 노래를 끊으려 했다간 당장 날아오는 칼이나 화살에 맞아 피떡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을 분위기였어요.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가 자그마치 3시간동안 계속되었어요. 마법사 제와프는 이번엔 물개로 변신해서 물개 박수를 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심사평이 아니고 횡설수설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말한 게 이거에요. 이거. !! 중학생이 어른 흉내 안 내고 … 중3이라고 했죠? 100점 드리고 싶어요.. 아이구 예뻐라… 횡설수설…. 노래 배우면 엄청 늘 꺼같애요 합격” 제와프는 자기도 모르게 고릴라로 변신해 있는 것도 모르고 흥분해서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마법사가 아니라 고릴라가 말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의아스러웠지만, 윤하 공주는 감사합니다. 라고 연거푸 세 번이나 대답했답니다.
뒤이어 감성 변태 마법사가 심사평을 했어요.
“공주가 노래를 하는데 나는… 가슴이 계속 콩닥콩닥 콩닥콩닥 콩닥콩닥…………………..”
계속 콩닥거렸다는 소리를 1시간 째 반복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화를 내고 말았어요. 그래도 변태 마법사는 아랑곳 없이 계속했어요.
“내가 17살 소년이 된 것처럼 콩닥 콩닥 콩닥콩닥 콩닥 콩닥…………………..”
“어허. 저 사람 참…. “
“대체 언제까지 콩닥 콩닥 소리만 할 꺼요?”
“진행 안 할꺼요?”
훗날 역사가들은 이때 감성 변태 마법사의 심사평에서 콩닥 콩닥이라는 낱말밖엔 당췌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거의 기록이 일치합니다.
1라운드를 심사위원 만장일치 합격으로 통과한 윤하 공주는 믿기지를 않았어요. 등 뒤에서 감성변태 마법사의 말소리가 들려왔어요.
“음향 담당 드래곤이 여기 혹시 장난을 친 것은 아닌가? 방금 저 목소리에다 EQ 걸고 험프 넣고 막 그랬어요? 어떻게 사람 목에서 저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단 말이오?”
이런 질문을 하자 마자 담당 드래곤은 입에서 불을 뿜어 대서 경연장에 불이 날 뻔 했어요. 헛소리 말라는 대답이었던 거예요.
무대를 내려가서 어머니에게 걸어가면서 공주는 너무 감격에 겨워 좋아서 눈물이 막 났어요.
노래 어디서 좀 더 배워오라는 소리 듣고 야단 맞고 집에 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부모님이 자길 믿고 여기까지 와주셨는데. 혹평 받고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무지 걱정했는데…
세 명의 그 너무나도 유명한 마법사들이 자기 노래에 엄청난 칭찬을 해줬던 거에요.
공주는 복도를 따라가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당췌…..
“지금 일어난 일이 뭐지?”
“내가 무대에서 뭘 한 거지?”
“내가 마법사들로부터 무슨 소릴 들었던 거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였어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숨이 막 울컥거리는 걸 어찌하지도 못한 채 공주는 어머님을 만나자마자 품에 안겼어요.
공주와 어머니 두 사람은 껴안고 한참 동안 폴짝폴짝 뛰었어요.
“아 눈물 나… 이건… #$@$%^&”
분명히 공주가 뭐라고 하긴 했다는데, 역사가들은 이때 윤하 공주가 어머니랑 뭐라고 말을 했는지 가까이 있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기록합니다.
그런데 복도의 어두운 구석에서 이 장면을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는 한 마리의 오크가 있었어요.
흉하게 생긴 오크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마법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오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까마귀에게 중얼거렸어요. 오크가 손짓하자 까마귀는 깃털을 뿌리며 날아올라 멀리 북쪽으로 향했답니다.
숨어 있던 천하의 강자들
그런데 이때 케밥 경연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사람들이 공주의 뒤에 연이어 출현했어요.
마법사들 3명이 모두 극찬을 했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청년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 청년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사람들은 이 남자를 ‘서쪽나라에서 온 승완 왕자” 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승완 왕자는 부둣가가 있는, 수도에서 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항구 도시에서 온 참가자였어요.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는 노래 솜씨를 가졌다고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승완 왕자가 예선을 볼 당시부터 이 청년이 아주 당돌하고 독특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왕자께서는 노래를 주로 어디서 배우셨소?”
왕자는 시크하게 대답했어요.
“그냥, 배우다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만두었소. 노래는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였소”
“그건 무슨 소리요?”.
“노래를 가르친다고 하는 게, 틀에 집어넣는 일이더란 말이요. 난 그것이 싫고 못마땅하였소.”
인터뷰하는 드래곤은 속으로 고까와서 하마타면 “꼴깝 떠는구먼.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고 말이 나올 뻔 하는 걸 간신히 참았대요.
카메라가 돌고 있어서 티는 못 내고 그냥 이렇게 말하고 말았어요.
“…………..아, 그러시오. 엄청 잘나셨소. 아까부터 무표정이던데 원래 그렇게 잘 안 웃으시오?”
“원래 인상이 안 좋다고들 많이 얘기듣는 편이오. 그나마 인상 좋아 보이고 싶어서 안경 쓰고 나왔소.”
“음… 애 쓰셨소. 안 쓰는 게 더 나았을 뻔했소.”
이런 승완 왕자였지만, 예선때 드래곤의 말이 맘에 걸렸는지 본선에서는 안경을 벗고 맨얼굴로 무대에 올라왔어요. 후세의 사가들은, 대체 안경을 쓴 얼굴과 안 쓴 모습 어느쪽의 승완 왕자가 더 비호감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수백 년 동안 열띤 논쟁을 벌여왔어요. 하지만 이 논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숙제로 남아 있답니다.
마법사 제와프의 노래인 ‘감기’를 부른 왕자의 순서가 끝나자 숨죽이던 청중들이 박수갈채를 보냈어요. 좀처럼 울지 않는 드래곤 종족이지만, 너무나 훌륭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드래곤도 보였어요.
마법사 양싸는 이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내 처음 들어올 때부터 알아봤소. 수상했어. 쟤 좀 이상한 것같다고…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에 뭐 감성변태 마법사? 이거 뭐 정상이 아니구먼.”
변태 마법사가 옆에서 소리쳤어요. “왜 또 나한테 시비를 거는 것이오? 가만 있는 사람을”.
보나마나 싸움이 나게 생기자 좌중에서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어요.
“심사평합시다 거.” “왕자의 말도 좀 들읍시다 둘이 문제는 둘이 따로 푸시오.”
“…… “
또 한 명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반 엘프 반 인간이었던 오포국의 지나 공주였어요. 오포국은 성남국에서 마차로 30분밖에 안 걸리는 곳에 있었지만, 윤하 공주는 이 나라 사람들을 전연 알지 못했어요.
오포국은 주변에 울창한 숲이 있어 엘프와 정령들이 많이 살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나 공주는 음악의 요정 엘프와 인간의 혈통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 있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케밥 경연 대회에 참가하는 게 과연 반칙이 아니냐는 논란이 인간 사회에 한동안 일곤 했답니다.
지나 공주는 숲의 정령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배워 인간이 할 수 없는 피아노 솜씨와 노래를 들려주며 마법사들을 깜짝놀라게 했어요.
“이…이건 뭐요?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오.”
“저… 저 친구는 우리보다 잘 하는 것같은데..?”
“저 음악은 대체.. 쟝르가 뭐요? 난 황홀경에 갔다온 것같소..
숲의 정령이 깃든 목소리의 오포국 지나 공주는 인간의 것이 아닌 목소리로 대꾸했어요.
“에구. 감사합니다”
지나 공주의 노래를 듣는 중 완전히 고릴라로 변신해 흥분해 소리를 마구 지른 제와프의 심사평이 끝나자 노래 내내 뽕맞은 듯한 눈을 하고 있던 감성변태 마법사가 말을 이어 갔어요.
“내.. 내가 꿈꾸던 여자 뮤지션의 실체를 보는 듯하오. 이런 사람을 여기에서 보게 되다니….”
말을 자르더니 제와프가 끼어들었어요. “내가 먼저 꿈꿨었소. 당신이 2년이라면 난 한 3년을 기다렸소.”
“뭐라고?”
둘이 또 싸움이 날 것같이 으르렁대자 지나 공주가 말했어요.
“저..저야 말로 지금 꿈꾸고 있는 것같아요”
마법사 양싸가 말했어요.
“저 노래에는 숲의 정령의 마법이 걸려 있소. 노래를 듣는 동안 시간이 천천히 흘렀쟎소?”
사람들이 모두 시계를 들여다보고선 아… 하며 동감했어요.
지나 공주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은 마법에 의해 시간이 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흘러갔던 것이었어요.
2차 경연 – 줄세우기 오디션
어느새 2차 경연날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두 번째 라운드는 줄세우기 오디션이었답니다.
노래 시켜서 잘한 순서로 줄을 세우고 높은 등수의 참가자들만 다음 라운드로 진출시키는 아주 극악하고 잔인한 미션이었답니다.
케밥 경연대회 제작진이 윤하공주에게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어요.
“저번 1라운드에서 칭찬을 겁나 받았는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공주”
공주는 대답했어요.
“안떼나 마법사께서 노래 듣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고 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흐음… 두근두근이 아니라 콩닥콩닥이었소.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어떠셨소?”
“변태 마법사님께 뛰어가서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 웬만하면 그러지 않는 게 좋겠소, 공주……ㅠ”
“……왜요?????”
“세상 물정을 모르는군. 공주. 경연대회가 처음이오?”
“네…”
“음..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가보군…”
“네?”
“음 아니오. 앞으로도 좋은 노래 부탁드리오.”
“네”
“무슨 노래 부를 꺼요? 공주.”
“슬픈 인연이요.”
“뭐라고라고라고라고라고라”
“네?”
“공주 몇 살이오?”
“16살이요.”
“근데 그 노래를 어찌 아시오?”
“어마마마께서 좋아하시는 노래입니다.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셔서 압니다.”
“….. 그,…. 그러니까 무슨 전략이 있어서 곡을 선택한 게 아니고 그냥 엄마가 노래방에서 자주 불러서 골랐단 말이오?”
“네”
“……………… 아..아무튼 잘 하시오. 공주.”
인터뷰가 끝나고 공주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나가야 했어요.
아무튼 대기실에서 7명의 쟁쟁한 왕자와 공주들이 같이 연습을 하며 오래도록 순서를 기다렸는데... 승완 왕자와 윤하 공주도 이때에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인사를 하게 되었을 꺼에요. 두 사람의 만남은 뒤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드러나겠지만 너무나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요.
이 줄세우기 오디션 경연에서, 윤하공주의 앞 순서의 참가자들이 전부 다 마법사들의 극찬을 연속해서 받았어요.
머리 좋고 공부 잘하기로 인간 사회에서 소문난 어여쁜 혜수 공주,
그리고 서쪽 나라에서 온 승완 왕자.
모두 1등감이라고 칭찬과 박수갈채를 연속해서 받은 후 윤하 공주가 세 번째로 무대에 서게 되었어요.
윤하 공주는 너무 떨렸지만 속으로 기운을 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감성변태 마법사가 윤하 공주에게 물었어요. “앞에 참가자들이 다들 겁내 잘 불렀소. 윤하 공주. 부담이 많이 가지 않소?”
윤하 공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네”
“긴장 풀고, 최고의 노래를 들어보도록 하겠소.”
공주가 밴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곧 전주가 시작되었어요.
“멀어져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공주가 딱 네 마디만 노래했는데도, 마법사들은 이미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려질 지경이었어요.
윤하 공주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 속 깊이 있는 사랑과 예쁜 추억, 아름다운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어마어마한 힘이 깃들어 있었으니까요. 아무도 그 힘에 저항하지 못했답니다.
모든 마법사들과 드래곤들은 이날도 모두 윤하 공주에게 마음을 모두 빼앗기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승완 왕자는 공주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어요.
“흠뻑 젖은 그 마음을 우리 어떻게 잊을까
아 다시 올꺼야 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아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꺼야”
윤하 공주가 깨끗한 목소리로 높은 음을 가볍게 올려서 불러주자 세 명의 마법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만세를 불렀어요.
이때 마법사들이, 긴 심사중 겨드랑이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말릴라고 팔을 든 거지 노래에 감격해서 만세를 부른 게 아니었다고 말하는 오크들이 있었는데, 정말 오크다운 생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그 시절에 나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이번 노래에서 윤하 공주는 손동작을 좀 더 간결하게 했어요. 노래를 하는 도중 점점 자신이 붙으면서, 노래와 동작에서 군더더기를 없애고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자기만의 소리를 더 확신있고 자신있게 들려주기 시작한 것이 이 줄세우기 오디션 무대서부터였어요.
노래가 끝나자 자그마치 10시간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어요. 사람들, 마법사들, 호빗, 난쟁이들 가릴 것 없이 모두 물도 안 먹고 밥도 거르고 눈물을 흘리며 박수 갈채를 아낌없이 보냈어요.
같이 노래하는 경쟁자인 왕자와 공주들도 노래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윤하 공주가 최고요.” 이러면서 엄지 손가락을 휘휘 내저었어요.
노래를 들은 수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다 각자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사랑과 희망을 잊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고 부끄러워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하나 하나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했답니다.
“엄마,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마음에도 없이 너무 안 좋은 소리를 해서 속상했지? 미안해요 앞으로 엄마한테 잘할께요.”
“너 왜 그러냐? 약 먹었냐?”
“그게 아니고.. 엄마. 나 너무 엄마 사랑해요.”
“뭘 한다고?”
“사랑한다고요!!”
“뭐라는 거야 얘가. 얼릉 집에 들어와.”
어떤 아저씨는 친구에게 전화했어요.
“00야. 그동안 미안했다. 연락도 못하고. 나 너 사랑한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나야 나. 임마. 너 나한테 작년에 돈 꿔간 거 있지? 자꾸 빨리 갚으라고 재촉해서 미안하다. 너 사정 될 때 천천히 갚으렴.”
“갑자기 너 왜 그러냐.”
“사랑한다 이눔아. 우리 얼굴 좀 보고 쏘주 한잔 하자.”
어떤 아주머니는 남편한테 전화했어요.
“여보. 당신이 윗집 푸름이네보다 우리 호강 못 시켜준다고 내가 바가지 너무 긁었지? 미안해요. 여보”
“……………”
“여보, 듣고 있어요?. 나 당신 사랑해요.”
“뭐…라는지 나 원. 당신 무슨 일이야? 또 다단계하다 뭐 날렸어?”
“그게 아니고요 여보. 지금 비록 힘들어도 기운 내요. 내가 항상 당신 응원해요. 사랑해요.”
윤하 공주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변해갔어요. 마음 속에 절망과 공포와 미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사랑과 희망이 마음 속의 그 자리를 온통 채워가기 시작했어요.
마이크를 든 심사위원 제와프 마법사는 이번에도 횡설수설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니 내가 심사를 하면 제발 기성가수처럼 하지 마라 겉멋부리지 마라 그럼 뭐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 아니 있다니깐요 된다니깐. 이렇게 하면 된다니까 이렇게 해야 노래가 늘어요. 우리가 열여섯 살 소녀한테 이렇게 당할 수가 있는 겁니까. 지금처럼 앞으로 쭉 해요. 아 말도 안돼요. 말이 안돼요 16살짜리가 .진짜가 나타났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말이 끝난 후 뒤이어 마이크를 든 변태 마법사는 사람들이 걱정했던 대로 정말 느끼하게 심사평을 해서 두고 두고 후세 역사가들에게 큰 비난을 받게 됩니다.
“윤하 공주. 그대가 나빴소”
“…….네?”
“아저씨 마음 다 훔쳐가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드래곤들까지 발톱이 오그라든 나머지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화를 냈어요. 어린 공주에게 저런 느끼한 소리를 심사평이라고 하다니….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짜증을 내고 있는데, 감성 변태 마법사는 역시 변태답게, 히죽 히죽 웃으며 윤하 공주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공주는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 당황해서 그냥 서 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마법사 양싸는 한술 더 뜨는 것이었어요.
“윤하 공주 목소리가 아주 맑소. 보통 맑으면 상큼하게 다가와야 하오. 근데 공주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
“?”
“?”
“아저씨가 슬프다”
좌중은 아수라장이 됐어요. “저런.. 저런 느끼한 말을. 대체 점심때 케밥을 얼마나 먹었길래!!”
느끼한 심사평에 항의하는 소리가 빗발쳤는데도 양싸 마법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마음이 에리다. 아저씨 힘들다.”
“그만 하시오!!!”
“마법사의 체면을 지키시오.”
“저런…. 체통이고 뭐고 없는 사람같으니”
장내는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고 말았어요.
드래곤들은 불을 여기저기 내뿜고 사람들은 오그라들다 못해 관절이 탈골되기 시작했고 여타 참가자들은 오그라진 손가락 발가락을 펴질 못해 마이크를 떨어뜨릴 지경이 되고 말았어요.
어둠의 성
어둠의 성에서 수정구를 들여다보며 마법 까마귀를 통해 전송받은 이 장면을 들여다보던 한쪽 눈이 먼 오크 대장은 성 안 깊숙한 곳으로 급히 달려 갔어요.
어두운 성안, 음습한 곳에 검푸른 불기둥이 있었고 그 속에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이는데, 그 앞에 무릎꿇고 앉은 오크 대장이 보고를 했어요.
“My Lord. 지금까지 본 바로는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이 조그만 소녀가 우리 계획을 자꾸 흐트리고 망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검푸른 불꽃이 크게 일렁이며 속에 있는 사람의 형체가 갑자기 커지는 듯이 보였어요. 대장은 온통 거친 근육으로 뒤덮인 몸을 떨며 걸걸한 목소리로 계속 보고를 올렸어요.
“사람들이 증오와 배신과 공포 속에 떨어져가도록 지금껏 모든 일을 잘 진행해 왔는데, 이 소녀를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획에 앞으로 큰 차질을…..”
“#$%^%^$&^@#$%@#$##@@”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불꽃 속의 사람 형체에서 소리가 나왔어요.
한쪽 눈이 먼 오크 대장은 고개를 조아리고 거기에서 나왔어요.
성 밖으로 나온 한쪽 눈이 먼 오크의 대장은 휘파람을 길게 불었어요. 밤하늘을 건너 여기저기 들판에서 어둠의 늑대들이 몰려왔어요.
사람 키보다도 큰 얼핏 봐도 수십 마리의 어둠의 늑대들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어요. 대장이 수정구를 보여주며 명을 내렸어요.
“너희들은 밤낮을 가리지 말고 어서 달려가서 이 소녀를 처치하라.” 무서운 눈빛을 한 어둠의 늑대들이 수정구의 중심을 한꺼번에 바라보고는 곧 으르렁거리며 뛰쳐나갔답니다. 축구공보다 큰 크기의 투명한 수정구에는, 노래하고 있는 윤하 공주의 모습이 똑똑히 잡혀 일렁이고 있었어요.
윤하공듀뎐 Episode 2. 흑마술사의 반격 끝.
첫댓글 너머넘넘 재미잇고 ,,, 기대빵빵 입니다
흑흑 감사해요 말씀만이라도. , . . . .
재밌어요!! 에피소드3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거 쓰신 분이 정녕 plaster 님이신가요?
네. . .. 죄송해요. . ㅠ 너무 엉뚱하죠? ㅠ
완전재미 있어요..^^ 3편4편 계속연재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용기가 나욧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혹시 어둠의 늑대들이 윤하양 노래 듣고 순한 양이 되는 것 아닌가요 ? ^^
오 영화로 제작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님 만화라도 ㅎㅎㅎㅎ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수 있으신지.... 직업이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하네요~^^
글쓰는거랑 전. . .혀 상관없는 직업예여 그러니 저렇게 못 쓰져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