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트뢰 가는 날
아침 일찍 나서서 슈피츠와 비스트에서 두 번씩이나 열차를 갈아타고 몽트뢰로 향했다.
시옹성을 보고 싶어 기어이 가고자 했던 몽트뢰
착각했었나보다.
몽생미셀의 분위기가 연출되리라 기대했는데..
바닷가에 위치한 성이라는 것 하나로 이런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건지.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사람의 손이 별로 타지 않고 옛모습이 느껴지는 건 좋았지만 상상이 지나치다 보니 실망감이 크다.
그나마 레만호수의 시원함이 위로해 준다.
프레디 머큐리 동상 앞에서 어줍잖은 폼 잡고 사진 찍어 보고 호수 주변을 가볍게 산책한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 동상 앞에는 팬들이 가져다 놓은 갖가지 소품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다.
뭔가 정돈된 느낌이면 더 좋으련만
프레디의 자유스런 영혼처럼 자유분방하게 늘어놓은 건지...
그랜드 마제스티 호텔 커피숍에 올라 분위기를 내 본다.
온통 노란빛으로 치장해 놓은 호텔이 은근 고급스럽다.
오픈 이전에 갔음에도 즐기라는 말을 남기며 예쁘게 미소짓는 청년의 친절이 고마워 칭찬 한 마디 했더니 무지 쑥스러워한다.
순박함이 더 마음에 든다.
몽트뢰는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선지 독어 대신 불어를 많이 사용한다.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옷차림, 생김새 마저도 프랑스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든다.
반려견들도 대형견보다는 조그맣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더 많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스며드는 문화의 영향이 훨씬 클 수 밖에 없으리라.
벨에포크 클래식 기차를 타기 위해 몽트뢰에 더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
그 도시를 알기 위해선 적어도 하룻밤 이상 머물러야 하는데 겨우 반 나절 남짓한 시간은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만다.
하지만 벨에포크 클래식 기차의 우아함이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엔티크한 의자, 고급스런 원목 느낌의 창틀, 따사로운 조명등까지
마치 귀부인이 되어 앉아있는 듯하다.
셜록홈즈가 드레스 입은 여인과 함께 튀어나올 것만 같다.
몽트뢰에서 쯔바이짐멘까지 하루에 두 번만 운행한다는 열차에는 희긋한 머리색을 한 중후한 시니어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젊은이들에게 느릿느릿 운행하는 클래식 열차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골든패스 라인이라 풍경 역시 무척이나 아름답단다.
불행하게도 감기약 기운으로 내내 졸았던 터라 간혹 꿈결처럼 초록 풍경을 대한 기억만 남는다.
함께 온 일행은 동영상으로 담아가며 풍경을 감상했다는데 난 그저 아쉬움으로 남겨두게 되었다.
여행의 필수 조건
건강함과 체력이다.
첫댓글 여유롭고 너그러운 참 좋은 인상이세요. 인생을 잘 살아온 이력이 보여요.
따뜻한 다니님의 마음이 보이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