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다시 잠이 올 때까지 송선주
눈을 떠니 자정이다. 초저녁에 잠을 잔 탓이다. 더 자야지 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손녀를 재울 때 써먹던 주문을 외운다.. 잠이 온다. 잠이 온다. 잠이 온다.. 팔을 죽 펴서 멀리서부터 아이 가까이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잠을 부른다. "할머니 그래도 잠이 안 와." " 조금 더 기다려봐 저어기 오고 있어. 어 다시 돌아가려고 하네." 드디어 손녀가 하품을 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지. 이 마법의 효력이 끝났나. 내 정신은 더욱 말동말동. . 매일 같이 걷는 친구가 있다. 그녀가 새벽기도에 나오지 않아 카톡을 보냈다. :"굿 나이트 못했어?" 불면으로 통째 어둠을 밝혔더니 몸에 이상이 왔단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혈압이 높이 올라갔다고. 나이 탓이려니 치부하기엔 걱정이 앞선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그저 생긴 것이 아니다. 그래 어차피 쉬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자려고 애쓰던 마음을 바꾸고 몸이 시키는 대로 맡겼다. 창밖을 보니 맑은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돋보인다. 서녘으로 기울어진 달이 유난히 밝다. 샛별이 나란히 정답다. 오늘이 보름인가. 하릴없이 부엌을 둘러본다. 오랜만에 팥빵이 생각나 잠들기 전, 밀가루반죽해 둔 그릇을 들려다 본다. 잘 부풀었다. 그렇다고 지금 만들 수는 없다. 그럼 무얼 하지. 고요가 적막하다. 쓰다가 펼쳐둔 성경절을 필사한다. 묵상처럼. 어느덧 하품이. 다시 잠자리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