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 오더니 제주에도 밤새 세찬 비가 내린다.
오전에도 내내 비소식이다.
오늘의 여행지 숨도.
숙소에서 숨도를 향해 가는 길 여전히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
번쩍, 하늘과 땅을 둘로 쪼개는 듯한 번개에 살짝 긴장.
서귀포에 접어드니 다행이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아주 오래전 귤림성 펜션에 머문 적이 있다.
편백으로 지어진 깔끔한 숙소가 퍽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도 펜션은 숨, 도 정원 안에 자리잡고 운영되고 있다.
다음 기회엔 예서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
비가 계속되는 지라 카페에 먼저 들렀다.
그다지 넓지 않은 내부는 이런 저런 소품들로 한국적인 숨결이 느껴진다.
바깥에 놓인 나무 의자에서는 한라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고맙게도 하늘 한 켠이 개이기 시작한다.
관람로를 따라 정원 산책에 나선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산책로 사이로 예쁜 정원의 모습이 보인다.
아기자기 꾸며져 있는 정원에 정성들인 손길이 느껴진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작은 폭포와 연못, 곱게 피어난 연꽃, 수없이 많은 나무와 꽃들.
너른 철쭉밭과 아직도 꽃들이 남아있는 수국밭.
바위를 뒤덮고 있는 이끼와 콩란.
석부작 전시관까지.
숨이 모여 쉼이 되는 숨, 도에서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철쭉이 활짝 피어날 5월, 수국이 만개하는 6월 말이나 7월 초 찾아온다면 훨씬 풍성한 숨, 도를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첫댓글 역시나 장마에 갇혔군요.
그나저나 비를 좋아하시나 봐요.
바로 전 글의 사진 표정보다 이 글의 사진 표정이 훨씬 밝아요.
빗 속을 둘이서 함께하니 좋았나 봐요.
숨도 정원이 비밀의 숲보다 좋더라구요.
비가 오는 날 숲은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