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알고 있는 지식은 얄팍하다.
팩트를 파헤쳐 알기보다 주워들은 이야기, 어쩌다 건너다 본 몇 개의 뉴스들이 앎의 전부이다.
내게 탈북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잠깐 엿보거나 뉴스 몇 개의 꼭지에서 들여다본 게 알고 있는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어느 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탈북의 과정에서 생명을 걸어야 하고, 브로커에게 쥐어주는 돈을 만들기 위해 전재산을 내놓아야 하고, 3국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나 그곳에서의 삶이 또한 강퍅할 수 밖에 없다는 거.
한국행을 선택하더라도 정착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살아낸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으리라는 거.
그렇지만 그 모든 지식들이 뜬구름같은 피부에 와닿지 못한 추상이었다.
정수윤 작가의 <파도의 아이들>을 읽으며 그나마 그네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자유를 향한 갈망이 가슴으로 전달되어지는 느낌이었다.
정수윤 작가는 13년 동안 북한을 떠나온 100여명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을 바탕으로 첫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을 집필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친구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위대한 여정에 대하여,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하여, 사지로 내몰리는 젊음의 안타까움에 대하여 쓰고 싶었습니다. 지구상 다른 모든 10대와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았고 어쩌면 그게 나였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쭉 갖고 있습니다" (215쪽 작가의 말 중)
작가의 집필 이유이다.
첫 장편소설치고 작가의 언어는 섬세하고 세밀하게 엮어져 있다.
<파도의 아이들> 속 등장인물 설(雪), 여름, 광민은 한창 사춘기를 잃고 있을 10대들이다.
소제목이 이채롭다.
눈 모양의 이니셜은 설의 이야기가 담기고, 축구공 모양은 소니를 롤모델로 삼으며 축구선수를 꿈꾸는 광민의 이야기를, 작렬하는 태양을 나타내는 이니셜은 여름의 이야기를 1에서 7까지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북을 떠나는 설과 여름, 꿈을 좇아 엄마에 의해 탈북하게 되는 광민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여곡절을 겪는 각자의 사연이 이어지다 브로커의 트럭에서 셋은 하나가 되어 만난다.
그리고 수용소에서 기약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다 바다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셋은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깔깔깔 신나게 웃으며 여기서 살자 한다.
어찌보면 그렇게 허망하게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뒷이야기는 독자의 몫이다.
그들은 새 삶을 찾을 수 있을까.
바다에서 느꼈던 자유를 이후에도 만끽하며 살았을까.
쉽지 않을 여정이 다시 시작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나만의 우려일까.
낯선 세계로의 갈망, 자유를 찾고 싶어하는 바램, 꿈을 향해 다가가고픈 의지가 활화산이 되어 감행한 탈북.
그 과정에서 겪은 갖은 고초들, 갈 곳 잃은 그들의 디아스포라.
절박한 그들에게 기회는 주어져야만 한다.
신이 계시다면...
십대들이 갖게 되는 당연한 바람들이 내팽개쳐지는 암울한 곳.
모두가 평등하다 뇌이면서도 철저히 계급적인 곳.
모든 걸 통제하고 억압하고 폐쇄해 버리는 동토와 같은 곳.
그곳에 대한 어줍잖은 연민으로 내내 마음이 짠하다.
책을 덮으며 설, 여름, 광민 셋을 향한 간절한 기도와 응원을 보냈다.
첫댓글 무더위도 수줍은 듯,,,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시원해진 아침 공기에서 어느덧 가을이 느껴집니다.
벌써 내일이면 무더운 8월이 지나갑니다. 참 잘 버티셨습니다.
힘들었던 일은 8월에 묻어 버리고 새로운 9월에는 행복 가득 하세요.
늘 잊지않고 격려해주는 다니님, 감사합니다~
아침 저녁 선선해진 바람이 참 고맙게 느껴지네요.
정말 잘 견뎌온 거 같아요.
가을날에는 으쌰으쌰 기운내서 여행도 많이 하고 글도 자주 올려야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세요!
어느덧 달력이 다음 주 추석임을 가리키고 있네요.
잘 지내고 게시죠.
늘 평온한 일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