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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의 진로와 과제 (2005. 4. 7)
두레친환경농업연구소 소장 강 정 일
경상대학교 석좌교수
1. 머 리 말
1986년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UR협상의 결과로 1995년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는 세계시장 질서를 자유무역주의로 전환시키는 구심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가 시작될 당시만 하더라도 협상 결과에 부정적 시각이 표출되었지만, WTO 출범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정을 순조롭게 이행함에 따라 무역자유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타결된 WTO의 DDA협상도 각국의 입장 차이로 타결에 난항을 겪었으나 결국은 타결되었다. 따라서 무역자유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추세에서 농업부문도 예외일 수는 없다. WTO 출범 이후 농업보호 조치는 주로 관세만이 인정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각국의 농업부문도 경쟁에 입각한 국제 분업과 전문화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농정 추진에서도 국제화가 진행되어 각국마다 농업보호 장치를 축소시키며 시장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4년 칠레의 FTA를 체결 하였으며 일본과 동남아 국가연합과도 FTA를 추진하고 있다.
개방화를 두려워할 것만은 아니다. 돌이켜 보면 UR협상 타결 당시만 해도 우리 농업은 벼랑 끝에 몰린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를 계기로 농업구조개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우리 농업이 전문화되고 규모화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수출농업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IMF 경제위기 하에서는 국민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농업의 역할을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농업이 선진화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외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농업과 농촌의 변화된 여건을 직시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2. 농업여건의 변화와 우리 농업의 당면과제
가. 농업의 여건 변화
대외적 여건으로 1995년 WTO 출범과 2004년 DDA 협상타결로 고율관세에 의한 보호체제, 국영무역 등의 보호장벽 완화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검역등 비관세조치도 국제 수준으로 표준화되어 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아시아권 내에서도 한국이 주변국으로부터 우리의 경제 수준에 맞는 시장개방 요구를 받게될 것이다.
앞으로 국제시장에서 중국도 영향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이미 우리 농업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자연조건, 토양조건, 농작물의 종류, 영세소농구조 등 영농조건이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중국 농업은 우리와 매우 경쟁적이며 우리가 중국에 비해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 최근(2000년) 마늘 분쟁에서 나타나듯이 중국의 농업은 우리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일본 등 우리 농산물의 주요 수출시장에서 경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농업을 둘러싼 대외적 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계 식량사정이다. 세계 유수의 식량 수입국인 우리 입장에서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은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이 공업위주 성장 및 소비 증가로 곡물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WTO 체제하 농업보호의 퇴조는 세계적으로 식량공급 감축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EU는 농업개혁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전통적인 수출국들도 생산력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국내 여건의 변화 가운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시대의 도래라는 점이다. 농산물 시장의 주도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환되며, 고소득 시대에 따른 농산물 소비의 다양화로 제품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엥겔계수는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농산물 소비가 정체를 보이겠지만 식품비에서 차지하는 외식비의 비중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이렇게 식품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저장・가공부문의 역할은 계속 증대되고 수직적 통합에 의한 복합 산업화도 진전될 것이다. 또한 유통경로의 전문화・다양화가 진행되면서 할인점, 전문점 등 대형소매기구의 시장 지배력이 증가할 것이며, 소매유통의 변화에 따라 산지유통과 도매유통에서의 빠른 변화가 예상된다.
개방화 영향으로 국내 농산물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거의 모든 품목이 개방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품질 좋고 인정받는 농산물 외에는 개방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수입농산물과 품질 차별성을 높여 나가면서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지 못하면 시장 잠식이 불가피하다. 궁극적으로는 수출이 가능한 수준의 품목만이 국내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므로, 쌀과 한우 등 기초품목도 국제 경쟁력을 구비하지 못하면 안정공급을 위한 생산기반 유지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선진국가로 진입함에 따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안전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친환경농업은 세계적 추세이며, 농업이 원천적으로 맡고 있는 식량안보, 국토․환경보전, 토지비축 등 국가적 차원의 역할만이 아니라 농촌사회 유지, 도시집중 억제, 농업고용, 노령인구 부양 등 사회적 기능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자립경영이 가능한 전문 경영체 이외의 다양한 농가에 대한 복지대책 및 생활여건 개선은 지역사회 활성화뿐만 아니라 농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나. 농업․농촌의 당면문제
농촌이 어렵다는 말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농업에 대한 수많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이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2004년말 WTOㆍDDA협상이 타결되어 세계 농산물 시장 개방이 더욱 촉진될 것이므로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농업․농촌이 안고있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의 문제는 농가의 소득이 낮다는 점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90%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IMF 이후에는 80% 수준으로 떨어졌고 2002년에 73%, 2004년에는 70% 이하로 떨어졌으며 농가소득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농가소득이 하락하고 불안정한 직접적인 원인은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농촌 생활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농촌 생활환경이 도시에 비해 낙후되어 있어 주택, 교통, 문화생활, 특히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세 번째 문제는 농업인의 사기와 영농의욕이 저하되었다는 점이다. 농업․농촌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농업․농촌 문제는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며 선진국에서도 겪었던 문제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와 압축성장으로 인해 선진국에 비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농업이 어려운 국면에 처한 원인은 농업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 특성과 한국 농업구조의 취약성에서 찾아야 한다.
농산물 수입개방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인한 농산물 공급은 크게 증가하였으나 농산물 수요는 정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소득이 낮고 인구성장률이 더 높았던 1960~70년대에는 계속 농산물 수요가 늘어났었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1만불 수준인 지금은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농산물 소비는 늘지 않는다. 특히 IMF 이후 농산물 수요는 만성적인 정체상태에 있다. 한편 농산물의 수요는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소득이 높아진다고 해서 소비가 비례하여 늘지 않을 뿐더러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농산물 공급을 많이 늘릴 수도 없다. 그래서 농산물이 조금만 남으면 가격이 폭락하고 조금만 모자라면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에 농산물 수급과 가격은 항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농업의 생산성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공업과 비교하면 약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국민의 약 8%인데, 국가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비율은 4% 밖에 안 된다. 이런 경향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농업은 비농업 분야에 비해서 성장률이 낮고, 노동생산성도 떨어진다.
우리 농업이 가지는 구조적인 취약점은 영세 소농구조에다 농외소득이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좁은 국토조건으로 인해 농가 호당 경지 규모가 약 1.4ha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하면 미국은 호당 규모는 100ha가 넘고, 호주는 200ha 수준이다.
농촌지역 경제가 취약한 것은 농촌의 인구가 많은데다 이들이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선진국의 어느 나라나 농촌지역에 전체 인구의 20% 내외가 살고 있지만,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 농촌에 살면서 다른 분야의 일을 한다. 일본이나 대만은 중소기업이 농촌지역에 발전되어 있어서 농가소득의 85%가 농외소득이다. 농업선진국인 미국도 농가소득도 80% 이상이 농외소득이다. 선진국에서는 농촌지역에 살아도 농외취업 기회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철강, 자동차, 석유, 반도체 등 대기업 위주로 발전했기 때문에 농촌지역에 뿌리를 둔 중소기업이 빈약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농가소득 가운데 농외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3. 우리 농업의 발전 방향
우리는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개방화가 진전되고 실질적인 경쟁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품질 좋고 인정받는 농산물이 아니면 개방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입농산물과 품질 차별성을 높여 나가면서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지 못하면 시장 잠식이 불가피하다. 궁극적으로는 수출이 가능한 수준의 품목만이 국내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경쟁시대에서 한국 농업의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일부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유리한 자연적,경제적 조건을 활용하면서 고부가가치 농업을 이룩하여 우리 농업의 활로를 개척해 나가야한다.
첫째, 사계절이 뚜렷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토대로 그 동안 축적된 기술․정보․지식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농업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은 고품질의 원예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천혜의 좋은 조건이며, 사과와 배와 같은 과일, 시설채소류 등은 품질 면에서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백합과 장미 등 화훼류도 품종개량에 좀 더 노력하면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축산에 있어서도 양돈과 양계는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 생명공학, 전자공학 등 산업기술을 농업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함으로써 농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고부가가치농업을 해 나가야 한다.
둘째, 국내에 안정적인 농산물ㆍ식품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국내 시장규모는 작은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소득 향상 등에 따라 농산물 구매시장은 더 커지고 고급화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농산물의 국내시장은 산업화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력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농산물의 품질ㆍ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우리농산물의 비가격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
셋째, 일본 대만등 주변국가를 비롯하여 해외에 풍부한 수출시장을 개척 해야 한다. 농산물 시장개방은 우리 농산물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특히 일본 등 아시아 주변국이 우리 농산물의 수출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대만,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권의 경제력 향상에 따라 우리 농산물의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금년에 WTO에 가입한 13억 중국인구의 5% 6,500만 명의 평균소득은 이미 우리나라 평균소득을 초과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입장에서 농산물 수입국인 동시에 수출국으로서도 중요한 상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최근 인터넷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러한 사이버 농산물무역도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소이다.
넷째, 미래농업을 선도해 나아갈 새로운 주체를 육성하여야 한다. 이미 농촌 현장에는 첨단 기술・정보・지식을 응용하는 신지식 벤처 농업인이 지역농업의 리더그룹으로서 변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생산․가공․유통의 계열화를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외소득 기회를 창출하는 농기업(Agri-business)이 미래농업의 새로운 경영주체로 부각되고 있다.
다섯째, 농업기술 혁신을 통하여 영농의 규모화․전문화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 농업 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 및 영농의 기계화․시설자동화는 청장년 농업인에 의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술 혁신을 통한 수익성 향상은 농가의 계속적인 규모 확대의 동기로 작용하게 됨으로써 한층 더 전문화된 경영 형태를 갖추고 규모를 늘릴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장기적으로는 경영 능력이 우수한 전업농 중심의 농업구조로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농산물 시장의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이제 우리 농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안전하고 품질 높은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에 성패를 걸 수밖에 없다. 바로 농업을 친환경농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이란 농업과 환경의 조화로 흙과 물을 살려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유도해 농가소득을 증대하고 환경을 보전하면서, 소비자를 위해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추구하는 농업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은 환경을 살리고 농업과 농민을 살리고 소비자를 살리는 생명산업이다.
그 동안 우리 농업은 좁은 농경지에서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증산위주의 농법 채택이 불가피 하였다. 이로 인한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 대규모 집단축산에 의한 가축분뇨 발생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예컨대 화학비료와 가축분뇨 등으로 인해 질소, 인산, 칼리와 같은 비료 투입량은 필요량보다 60%~100% 초과공급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친환경농업육성정책은 미국이나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화학비료, 농약, 잉여분뇨의 감축을 위해 환경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업육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직불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기농업 비중을 전체 농업의 20%로 높이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유기농업종합관리방안’을 수립하여 농법 전환 직불금 지급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도매연 및 폐유 누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고트랙터를 폐기하고 신규트랙터를 대체구입 할 시에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산물의 안전성과 환경보전 차원에서 1980년을 전후하여 민간운동 차원에서 친환경농업(자연농업 또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가가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또 늦게나마 1994년에는 농림부에 친환경농업정책과가 신설되었으며, 1997년에는 ‘친환경농업육성 법’을 제정하고, 1999년에는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농업을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친환경농업 실천농가는 2001년 친환경농업 인증기준 23,302호로 전체농가의 2.1%이고, 친환경농업 실천면적은 전체 경지면적의 약 1.3%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친환경농업 실천농가 비율이 전체농가의 10%를 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또한 친환경농업분야에 투입되는 예산도 농업 전체예산의 1.3% 정도에 불과하고, 특히 향후 10년간 119조원이 투입되는 ‘농업⋅농촌발전 종합대책’에서도 친환경농업 부문에 대한 예산은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친환경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증산위주의 농법을 탈피하여 환경부하를 최소화시키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경종과 축산을 연계하는 순환형 환경농업시스템의 구축 둘째, 친환경농업을 영위하기위한 정밀농기계 보급 셋째,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 판로확보 및 가격차별화 넷째, 친환경농업정책에 대한 이행평가와 소비자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농산물시장개방으로 벼랑에 선 우리 농업을 살리고,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 집약축산으로 인한 가축분뇨 발생으로 인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농업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 또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친환경농업 실천을 위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 농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발전해 왔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식량이 절대 부족하였으나 1970년대 말에는 주곡 자급을 달성하였고, 농업기반 정비와 기술혁신을 통하여 생산성도 괄목할 만한 향상을 보였다. 특히 전문화되고 규모화 된 농가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농가는 경영규모, 기술 수준, 생산성, 소득 면에서 선진국의 농가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농업선진국 그리고 일본 등이 1백여년 이라는 농업 근대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대략 그 절반의 기간 동안에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을 실현할 정도로 압축성장을 이룩하였으며, 이것이 우리 농업의 발전 가능성과 저력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4. 우리 농업․농촌의 역할과 비전
경제 발전에 대한 농업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인류가 시작한 첫 번째 산업이 바로 농업이었으며, 오늘날 선진 공업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나라의 대부분이 과거에는 농업국가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 농업은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토지와 인력 및 자본을 2‧3차 산업에 제공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이바지하였을 뿐 아니라 국토자원 및 환경보전에도 기여한 바 크다.
농업의 역할은 식량안보, 물가안정, 고용기회 제공 등의 기능뿐만 아니라 국토자원과 환경보전, 전통문화 계승 등의 역할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초기의 농업은 본질적 기능인 국민식량 공급과 고용기회 제공 등에 중점이 두어졌으나, 선진국가로 진입함에 따라 농업이 지닌 국토자원과 ․환경보전 기능이 식량공급 기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농업의 역할과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값싸고 질 좋은 국민식량을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공급하는 생명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생명의 원천인 식량․식품을 제공하는 문제를 우리의 자주적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된다면 국가 기틀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농업을 자주적 역량으로 유지․발전시키지 못하여 농업기반이 무너진다면 이를 회복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식량안보에 대한 시각도 이념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경제적 실익 차원으로 변해가는 경향이다.
둘째, 국토환경을 아름답고 안전하게 보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세계 각국마다 농업이 지닌 홍수조절, 수자원 함양, 토양보전, 대기정화, 경관보전 기능 등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지구환경보전 노력의 확산에 따라 환경친화 산업으로서의 가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 농업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공익적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반대로 환경에 대한 부하는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셋째, 국민경제의 성장과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농업은 부존자원의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국가의 기초산업이며, 농촌은 전통․지역문화 계승터전으로서 정치․사회의 안정기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급격한 이농은 도시의 주택난, 교통․빈민문제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농촌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유산을 유지하는 뿌리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이 농업선진국이듯이 기초산업인 농업이 선진화되지 않으면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넷째, 농업이 미래지향적인 지식산업으로 변모해 나가야 한다. 자원 제약이 큰 우리 농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하면서 세계 농업과 경쟁하는 길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끊임없이 창조되고 응용되는 농업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농업은 생산․가공․유통 및 서비스를 연계한 식품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으로 변모해야 하며, 농업인은 경영능력과 기업가정신을 갖추고 첨단기술 정보를 활용하는 신지식인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농업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소비자 의식구조변화에 잘 부응해야 한다. 토양 및 수질오염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 갈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구조도 식품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농업과 환경의 조화로 흙과 물을 살려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유도하여 환경을 보전하면서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고소득을 향유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맺 음 말
우리 농업은 지난 세기 동안 갖은 시련 속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21세기로 발돋움하여 새로운 천년을 향하는 우리 농업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으로, 국토를 풍요롭게 가꾸는 환경산업으로, 그리고 농촌사회의 전통을 보전하는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최근의 농업위기의 원인으로 우리가 세계적인 흐름인 개방체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와 농업인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지난 수년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뛰어 온 과정들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저비용·고효율의 선진농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을 한층 앞당겨야 한다. 따라서 농업 전반에서 지금까지 수세적인 개방 대응이라는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시장 지향적으로 변화하여 나가야 한다. 즉, 기술 및 자본집약적인 농법으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여 적극적으로는 수출증대를 도모하는 한편 환경친화적이면서 안전성을 보장받는 친환경농업으로 우리농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농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된 정부의 확고한 농업정책과 함께 여러 가지 조건이 받쳐 줘야 한다. 우선, 농업을 담당하는 농업인 스스로 경영능력이 있고, 다른 나라 농업인보다 우수해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제일 큰 과제이다.
우리 농업인이 패배의식에 젖어 있고, 좌절감과 부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농업에 아무리 투자하여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농업인의 의식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해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생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건전한 직업관이나 농업관을 가진 농업인이 필요하고, 열심히 일하고 땅을 사랑하는 농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다름 아닌 사람이며, 농업인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농업인도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영농과 합리적인 경영을 이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의식개혁과 경영혁신에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 농업ㆍ농촌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ㆍ농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매우 중요 하다. 농업ㆍ농촌의 주인인 농업인이 좌절감이나 패배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농업인의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바꾸게 하는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농업인 지도자들이 스스로 나서야 할 때이다. 지도자들이 농업인들의 흔들리는 농심을 바로잡아 주고 미래를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우리 농촌교회가 서구 자본주의의 이념적 토대가 된 청교도 정신으로 우리 농업ㆍ농촌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농업ㆍ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데 복음의 능력으로 농민이 변화된다면 우리 농업인이 농업ㆍ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용기와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