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탕
華川 최 상 호
연어가 회귀(回歸)할 때 냄새로 찿아오듯
아내의 콩탕은 세월을 거슬렀네
잊었던 그 맛이 찾아와
내 마음을 훔치고
내 길은 나만 알지
아무도 모른다
그 맛과 향기가 몇십 년이 흘렀는데
그때로 되돌아가서
나를 불러 세운다
때 이른 더위로 꽉 막힌 저녁상에
입력된 이런 맛은 어디 있다 나온 걸까
저 달도 알고 있는지
오늘따라 환하다
240622
감자 범벅
華川 최 상 호
어머니는 없지만 범벅으로 오셨다
어릴적 제방(提防)공사 품삯은 밀가루다
그 시절 감자범벅은
눈물겨운 끼니였지
전수(傳受)받은 아내가 옛날을 그리면서
감자랑 밀가루로 범벅을 내왔는데
오호라 어머니 솜씨로
베낀 듯이 나왔다
세월은 갔지만 추억이 남아있어
고즈넉한 빗소리에
맛과 향을 가미(加味)하니
이 밤도 눈을 감으면
어머니가 보인다
240709
든든한 동업(同業)
華川 최 상 호
아버지가 일하라면 왜 그렇게 싫은지
어영부영 따라하며 대책없던 철부지가
뙤약볕 밭 가운데서
하나님을 찾는다
때에 따라 비를 뿌려 싱그런 밭을 보면
하늘에 보살핌이 얼마나 고마운지
저들 밖 들꽃 하나도
그냥 크지 않는데
풀처럼 꽃이 피다 스러지는 인생아
어느때 어느곳에 무엇을 기다리나
한줄기 하얀 그리움
소리없이 오고 있다
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