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오랜 경전중 빈두설경(賓頭說經)에 나오는 우화입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큰 들판에 나갔다가 미쳐서 날뛰는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다.
그는 크게 놀라 뒤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도망치다가 들 한복판에 있던 옛 우물터에서 뻗어내린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또 다른 적이 있었다.
우물 네 구석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물 한복판에서는 무서운 독룡이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
위에는 미친 코끼리가 발을 둥둥 구르고 밑에서는 용과 뱀이 혀를 날름거리니,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는 유일한 생명줄인 등나무 넝쿨에만 몸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흰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서 서로 번갈아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머리 위의 큰 나뭇가지에는 몇마리의 꿀벌들이 집을 짓느라 앉았다 날았다 하였는데
그때마다 꿀이 떨어져서 입에 들어갔다. 그는 꿀의 단맛에 취해서 모든 위험을 잊고 도취되었다.
그러는 동안 대지에는 난데없이 불이 일어나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이 이야기에서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위험을 만난 사람은 인생, 코끼리는 무상(無常),
옛 우물은 생사, 등나무 줄기는 생명줄,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뱀과 독룡은 죽음,
벌은 헛된 생각, 꿀은 오욕, 불(火)은 늙고 병듦을 각각 비유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