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흰 장갑을 반드시 끼어야 하나요?
◎ 성찬 성례전을 비롯하여 교회의 각종 예식에서 우리는 흰 장갑을
끼고 있습니다. 이것은 필수적인가요?
◎ 손에 낀 흰 장갑을 끼는 것은 기독교 예배의 전통에 나타난 것인가
요? 그렇지 않다면 문화권에서 스며든 것인가요?
◎ 손에 흰 장갑을 끼지 않고 집례하는 경우 다른 대안이 무엇인가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선교의 땀을 흘렸던 미국교회에서는 한국 교회에 적지 않은 고마움을 느낀다는 소식입니다. 식어져 가는 선교국의 신앙을 아직도 젊고 패기에 찬 파선교국 출신들이 와서 수천의 교회를 세우고 뜨거운 신앙 생활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간혹 그들의 눈에 신기하게 보이는 한국 교회에서 돌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자신들이 전해 주지 아니한 모습이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종종 한국 교회에서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한국 교회는 성례식을 비롯하여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식' 자만 붙은 예전이면 목사들이 한결같이 흰 장갑을 끼는 문제입니다. 특별히 손에 장갑을 낀 채 세례수에 손을 담갔다가 그대로 세례를 주는 것을 비롯하여 성경이나 예식서를 펼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참으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제기된 문제는 이 관습이 성경을 비롯하여 기독교 예배 역사나 서구의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 선교사들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복음이 전해지면 한반도는 완벽히 농경 사회였습니다. 그 때 우리의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환경에서 선교사들이 몹시 고생하던 토막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성결해야 할 성례전의 실체를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은 심각한 그들의 고민이었습니다.
바로 그 무렵은 우리보다 개화가 앞섰던 일본인들이 상륙하여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던 때였습니다. 일본 사회는 지금도 신사참배를 비롯하여 조회(朝會)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식전이라도 사회자나 집례자나 반드시 흰 장갑을 사용합니다. 교회는 장갑을 끼는 그 관습을 그대로 수용하여 정결한 예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개화기였던 이 무렵에 많은 인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화 교육을 받은 바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능한 분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신학 교육을 받고 돌아와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이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목사로서 성례전과 같은 각종 예식을 집례할 때 자연스럽게 일본 교회 목사들의 관습을 많이 수용했습니다. 원로 목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초기에 선교사들은 흰 장갑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한국 목사들이 흰 장갑을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묵인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비위생적인 농경 사회에서 구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원래 기독교 예배에서는 성찬 성례전을 시작하기 직전에 예배 순서의 하나로 성수에 손을 씻는 순서가 있습니다. 이러한 순서는 지금도 동방교회나 가톨릭이나 성공회 예전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흰 장갑을 끼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것은 가톨릭의 의식에 성직자들의 함께 모였을 때 주교와 같은 높은 신분을 표시하기 위하여 그것을 사용하는 사례입니다. 그 외에는 어디서든 흰 장갑을 낀 경우가 없고 더군다나 흰 장갑을 끼고 집례하는 예는 전혀 없습니다.
생각하면 우리의 흰 장갑 사용의 관습은 순수한 일본 문화의 수입이었습니다. 그것이 결코 이단적이거나 단점으로 여겨지지 아니하더라도 이제 정결한 집례의 모습을 순수한 기독교 의식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추풍고(chupungco)라는 예배신학자는 "예전은 문화와의 조화가 필요하나 기독교의 바른 역사와 신학을 통한 심사숙고가 없다면 그것은 혼합주의로 흐르기 쉽다." 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 교회는 일본 문화의 비기독교적인 요소가 우리의 엄숙한 예전에 들어와 있다면 과감히 그것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한국 교회가 성숙하였기에 그 동안 의미나 유래를 모르면서 맹종하였던 관습을 새롭게 분석하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성찬 성례전에 성수대를 놓고 집례자나 분병 분잔 위원들이 그 곳에 손을 적신 다음 마른 수건에 물기를 닦고 거룩한 예전을 집례한다면 식전(式典)이 신성하게 진행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첫댓글 몸과 마음이 가장 성결해야 할 성례전의 실체를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은 심각한 그들의 고민이었습니다.
아멘 주님께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