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이 되면 쓸 영어 이름도 정해놓았는데. 앨리가 아니라 엘리. Ellie. 별 뜻은 없다.
A 아니고 E, Ellie예요, 라고 말해보고 싶다.
아영은 고양이 호텔에 출근하자마자 각 방을 돌며 고양이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출근은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수시로 호텔 블로그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웹캠 영상도 확인하기 때문에 객실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다.
아영은 공동 공간을 먼저 청소한 뒤, 각 방의 화장실들을 치우고 큰 먼지와 털들을 얼른 닦아낸 다음 물그릇들을 채웠다. 별이 방과 덕배, 덕만이 방의 문을 살짝 열었더니 세 녀석이 익숙하게 공용 공간으로 나왔다. 별이는 중앙 캣타워의 해먹에 누웠고, 덕배와 덕만이는 아영 주변을 맴돌았다. 장난감이든 간식이든 뭔가 바라는 눈치였다.
별이는 집사의 입원으로 보름 넘게 호텔 생활 중이고, 덕배와 덕만이도 무슨 사정인지 두 달 넘게 머무르고 있다. 아영은 세 터줏대감들과 깃털 장난감으로 20분쯤 놀아주고 아직 호텔이 익숙하지 않은 고양이들 방을 차례로 살피며 장난감과 간식으로 기분을 풀어주었다. 마지막 난이 방에는 좀 오래 머물렀다.
호텔은 여러 고양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라 전염병등의 위험 때문에 구조된 고양이는 받지 않는다. 그 원칙을 깨고 처음으로 임시 보호를 결정한 고양이가 난이다. 세 살 된 코리안쇼트헤어 카오스 여자 아이인데, 이런 표현이 적절치 않지만 아영이 이제껏 봤던 고양이들 중 가장 못생겼다. 그런데 얼마나 잘 보살폈는지 털이 매끈매끈 빛났고 눈곱도 없고 밥톱도 다 깎여 있었단다. 겁이 많기는 해도 사람에게 공격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장에게만 잘 안겼다. 사장 품에서 골골골 잠든 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누가 실세인지 아는 거지. 이렇게 똑똑한 애를 왜 버렸을까요?"
......
난이가 새 가족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쁘지도 않고 아기도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꺼림칙한 사연까지 갖고 있으니. 아영은 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이는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있지만 매번 손이 닿기도 전에 귀가 먼저 바짝 누웠다.
널 어쩌면 좋니.
첫댓글 일부만 봐도 재미있네요.
다음에 한번 합평해봐도 좋겠습니다.
낼 합평이 고양이 관련 글이라 ...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인연'도 있고
젊은 아영의 '아픔'도
있고 '희망'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