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딸기
아일랜드의 메론
제 4 장
음식의 정기
뱃속에서 꼬르륵 꼬르륵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 집 안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토스터에 빵 두 조각을 집어 넣고 있는데 ,
등 뒤로 ,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 레프리콘 가족이 총 출동해서는 몹시 허기진 눈으로 내 아침거리를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다.
` 레프리콘도 토스트를 먹어요 ? ` 내가 물었다.
` 엄청나게 잘 먹소 ! `
가족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남편 레프리콘이 자신이 보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때며 대답했다.
나는 빵 칼을 집어 든 다음 , 그것을 네 조각으로 자르면서 한 달 동안
나와 레프리콘 가족을 포함한 5 인분의 식비가 얼마나 들지를 머릿 속으로 계산했다.
` 걱정할 필요 없소. `
내 오른쪽 어깨 위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우리가 사람의 음식을 다 먹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오. `
나는 어떻게 하면 , 레프리콘이 내 생각을 읽지 못하게 할까 고민하면서 바쁘게 토스트를 구웠다.
토스트에 무엇을 발라 먹고 싶은지 물어 보려고 하던 찰나 , 그가 말했다.
` 버터와 물을 발라 먹겠소. `
나는 오래된 나무 쟁반에 버터와 물 , 그리고 토스트를 한 접시 가득 담아 거실로 들어갔다.
레프리콘 가족은 음식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며 , 일찌감치 식탁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 접시를 하나씩 놔 주고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 아일랜드식 소다 빵 맛있군. `
내 친구 레프리콘이 손가락에 묻은 꿀을 뚝뚝 떨어뜨리며 ,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그런데 , 잘 보니 내가 준 토스트가 어느새 두 조각이 되어 있었다.
토스트 하나는 내가 테이블에 내려 놓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
다른 하나는 흐릿하게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이 손에 있던 토스트는 내가 바라보는 사이 , 크기가 점점 줄어 들고 있었다.
나는 아내 레프리콘이 앉아 있는 식탁 다리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았다.
아내 레프리콘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재미 있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나는 레프리콘의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를 생각하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 레프리콘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감정의 힘이 그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
이내 웃음을 멈추었다.
인간의 분노가 그들을 다치게 할 만큼 강력하다는 레프리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재빨리 감정을 가라 앉혔다.
그러자 아내 레프리콘은 즉시 안정감을 되찾았다.
내 맞은편에는 자식 레프리콘 둘이 앉아 있었다.
인간을 기준으로 보면 , 그들은 다섯 살에서 아홉 살 사이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엘리멘탈들이 보기 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긴 하더라도 , 그 둘은 인간 남자 아이 보다 몸집만 작을 뿐 ,
그 나이대로 보였고 , 행동도 비슷했다.
어른 레프리콘들과는 달리 ,
어린 레프리콘들은 토스트를 안정적으로 집어 들지 못했다.
아이들은 토스트가 접시 위로 올라 갔다 , 내려 갔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킁킁 거리며
바쁘게 토스트 냄새를 맡았다.
나는 인간 아이들이 마음으로 음식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레프리콘 아이들은 인간 아이들에게 음식을 공중에 띄우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고 ,
인간 아이들은 레프리콘 아이들에게 마음 속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친구 레프리콘이 나를 바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는데 ,
그는 내 생각의 흐름을 쭉 주시해온 것 같았다.
이를 통해 , 나는 내가 생각한 두 종족의 상생 방법이 옳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 , 인간 아이들이 비밀 친구가 사실은 엘리멘탈인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간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엘리멘탈의 세상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턱을 살짝 들어 아내와 아이들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 저들도 나에게 가르침을 나누어 줄 건가요 ? `
` 직접은 아니오. `
내 친구 레프리콘이 대답했다.
` 아내는 굉장히 멍청하다오.
그리고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자기들이 생각하는 것을 당신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할 수가 없소. `
나는 아내 레프리콘이 멍청하다는 표현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그녀를 슬쩍 쳐다 보았다.
그녀는 그것을 모욕적이라고 느끼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 보며 미소를 지은 뒤 , 자신의 손에서 빠르게 녹고 있는 토스트로 주의를 기울였다.
` 어떻게 한 거죠 ? `
나는 손으로 그녀의 토스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는 킥킥거리며 웃었고 , 내 친구 레프리콘이 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는 지배적인 성향의 파트너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남녀 관계는 평등해야 한다는 인간의 관점으로 그들의 관계를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엘리멘탈은 살아 있는 존재를 먹지 않는다오.
대신 우리는 음식의 정기를 먹소.
당신의 이해를 돕는 가정 적합한 표현은 정기를 들이 마신다는 표현이겠군.
이것이 우리의 생명 유지 방식이오.
우리에게는 인간의 음식 대부분이 혐오스럽소.
우리는 절대 먹기 위해 살아 있는 존재를 죽이지 않소.
따라서 양이나 , 닭 , 물고기도 먹지 않지 `
그는 말하면서 메스꺼움을 느끼는 듯 했다.
지금의 이런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한다면 ,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뭐 샐러드는 늘 있으니까 .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레프리콘 : 아니 , 그렇지 않소 , 양상추도 살아 있는 존재요.
그는 나에게 이미지를 투사하며 말했다.
살아 있는 양상추가 무자비한 인간의 손에 뿌리째 뽑히는 장면이었다.
양상추가 죽음의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특히나 , 이 장면은 나를 가슴 아프게 했다.
왜냐하면 , 양상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고 ,
나는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랫 부분에 있는 음식들을 먹는 나 자신을 종종 자랑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나는 돼지고기를 수십 년 째 먹지 않고 있었고 ,
아주 가끔 닭고기나 양고기를 먹었다.
아일랜드의 블루베리
첫댓글 🌻
레프리콘이 타니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말 뿐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투사해서
설명을 돕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 ^^ 😀
인류도 조금 더 진화하게 되면
이런 식으로 의사 소통하게 될 것 같습니다.
텔레파시 교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