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숫자의 감옥
⑥물색없는 것들#26》0721
by관찰작가의 여유시간
Jul 21. 2026
SNS 카페 투자 게시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기묘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단 한 줄의 텍스트와 캡처 화면 한 장이 전부인 글. 그 안에는 20억이라는 거액의 자산 규모와 함께 "엄마 살려줘", "죽겠다" 같은 자극적인 비명이 적혀 있다.
20억 깨지기 직전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지한 투자에 대한 고뇌나 깊이 있는 사유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자신의 거대한 자산 규모를 은근히 과시하는 동시에, 타인의 동요와 댓글을 유인하기 위해 던져진 미끼일 뿐이다.
화면 너머에서 사람들이 보일 황당함이나 부러움, 혹은 고소해하는 반응을 즐기며 낄낄거릴 그들의 모습은 유쾌하기보다 한없이 가벼워 보인다.
돈은 삶을 지탱하는 현실적인 수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온라인 광장에서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한 도파민 분출구가 되기도 한다.
수십억이라는 숫자를 쥐고서도 그 숫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오직 얄팍한 장난과 어그로로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타인에 대한 존중도, 진정성도 결여된 그 철없는 유희는 유머가 아니라 무례한 소음일 뿐이다. 타인의 절실한 감정과 시간을 가볍게 여기며 랜선 뒤에 숨어 부리는 장난은 결국 스스로를 숫자의 감옥에 가두는 꼴이다.
투자를 도파민 유희나 조회수 놀이로 소비하는 세상에서, 진짜 현명한 어른은 돈과 삶을 대하는 냉철한 관점을 유지한다. 그래서 나는 그 글에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이런 활동은 돈으로 생각하시면 안 될 듯, 그냥 잃어도 괜찮은 숫자로 생각하시고 하시길."
수십억이라는 숫자 뒤에 숨어 물색없는 장난으로 타인의 공간을 어지럽히는 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로그인과 로그아웃 사이에서 존재감을 구걸하며 받아 챙긴 몇 개의 댓글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데이터 부스러기로 남을 뿐이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