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 광주고등법원 & 충장우체국 11차
법원 후기는 감정조절이 몹시 어려울 것 같으니 개인 페이스북에 간단히 올리겠습니다. 지금은 피케팅 후기만 적을게요.
오늘 아침에 정말 가까스로 일찍 일어나 9시 정도에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피케팅 시작했네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손피켓은 못 들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에휴 추운데 어떡하나..고생해요.' 하며 걱정해주셨고, 간간히 재판 방청하러 왔는데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말씀 건네주셔서 미처 다 적을 수가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분은 아저씨와 할아버지 사이.. 그러니까... 아..버지? 한분께서 버럭 역정을 내시며 '어이 학생!!!' 하고 부르셔서 잔뜩 쫄아있었는데 뒤이어 '오늘 날이 을매나 추운데 그러고있어!! 어?! 장갑이라도 껴!! 보는 내가 다 춥구만! 장갑껴 어여!!' 그러시곤 사라지셨습니다.
그리고 곧 가족들이 들어오셔서 짧게 인사 나누고, 추워보인다며 끼고 계시던 장갑까지 벗어서 빌려주셨습니다. 오늘은 장갑 관련 일화가 많습니다. 두손 뜨뜻히 다시 피켓을 드는데 차 한 대가 입구에서 막히더니 창문을 내리고 경비아저씨께 '해경입니다~' 하더군요. 목포해경이었나, 그 근처였다고 기억합니다. 어쨌든 해경 지나가고 제발 저 많은 차들 중에 우리 재판 맡은 판검사가 있기를 간절히 빌며 서있는데 또 다른 아저씨는 지나가며 혀를 끌끌 차시더니' 에휴.. 아까운 목숨 다 죽여놓고 항소를 해.. 항소를... 에휴.. 선장이 미친건지 나라가 미친건지..'하면서 지나가셨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 오전시간동안 방청하고, 부모님들과 밥 먹고 다시 피케팅 하는데 그냥 가긴 너무 아쉬워서 한참 더 있다가 시간 딱 맞춰 택시타고 돌아왔습니다. 버스 타면 꼬불꼬불 돌아서 엄청 오래 걸리거든요. 아, 또 오후엔 제 허리만큼이나 올까, 작은 꼬마아이가 와서는 '추운데↗이것좀↗ 드시고↗ 하세요↗' 하면서 따뜻한 두유 하나를 주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그리고 지나가시던 젊은 여성분은 추운데 끼고 하시라며 장갑을 건네주고 가셨네요.
오전 오후엔 법원에 있다가 저녁엔 다시 충장우체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익숙한 그곳에서 다시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사진은 잘 못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익숙합니다. 오늘도 오며 가며 사람들이 벌써 288일인가 놀라기도 하고 화이팅 외쳐주시기도 하고, 참 힘 나는 하루였습니다.
집에 와서 123정 정장이 몇 년 받았는지 보기 전까지는요. 어쨌든 오늘의 길고 긴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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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쉽지만 오늘을 끝으로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우체국에 나오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마 매번 다른 요일 혹은 다른 시간에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규미야~~~9시부터 일인시위를했구나. 검사 변호사 판사가 들어가면서 너를 보았을거야. 7년 구형이 어떻게 처벌이라고 할수있겠니만은... 그전에 서해 페리호때 허위사실보고한 공무원들은 그사건에대한 국민들 무관힘속에 집행유예에서 무죄까지 받았단다.
나도 결과가 많이 속상하자만 '이제부터 시작이다'말처럼 우리가 할수있는 시작을 해야겠지. 너가 참 기특해.♥♥♥
와 진짜 막 갑갑하고 답답하고 막 그래서 오늘 법정에서 눈물만 줄줄나더라구요. 이제부터 시작인데 진짜 이제야 시작인데.. 끝까지 안 지치고 버텨야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너무 답답해요 근데 저보다 훨씬 더 답답할 사람들이 많으니.. 에고 복잡하네요. 모르겠어요. 그래도 끝까지 함께하겠다 행동하겠다 약속했으니 약속 지켜야죠. 빨리 잘 끝났으면 좋겠어요. 진상규명도 인양도 실종자수습도..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애 많이 썼어요. 추운 날씨에 그것도 일찍 나와 미리 피켓팅까지 하고...
그곳에 드나드는 철 못 들고, 몸만 큰 어른들이 느끼는 바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글 사이사이 먹먹함이 숨어있네요....ㅜㅡㅜ
규미님....이른 시각부터 애씀이 느껴져 마음이 아련해집니다.....
그렇지요...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갑갑해지고...숨이 막힐정도로 도망치고 싶을때도 있답니다.
그러나!!!힘들어서 잠시 쉴수는 있어도 잊지않고 계속 행동으로 나타내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나와 내 가족, 내 자손이 살아야하기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기에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겁니다.
나라사랑하는 일은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규미님이 하는 피켓드는 일부터라는 것...기억하며 힘을 내어요.
애정해요~규미님♥♥♥
카페에서 이렇게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이렇게 좋은 분들도 많이 뵙고 잘 서있나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 앞의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가요!
규미양이 있어 감사하네. 보배다.^^
광주분들의 따뜻함을 느끼는 글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함께하지못한 죄스럼도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