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성: 리걸마인드/ 대한변협신문>
[로스쿨 통신] 리걸마인드
- 배지성(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mane0108@naver.com
저녁에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요즘,
로스쿨에서는 중간고사와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주관
10월 모의고사가 있었다.
거의 일주일 동안의 대장정인 시험은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이다.
더구나 현재 나의 실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야 하는 점에서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로스쿨에서의 시험은 판례를 숙지하여
그에 맞는 답과 결론을 찾는 것이다.
객관식 문제는 다툼이 있으면 판례에 의해야 하고,
사례형, 기록형과 같은 문제는 사실상 판례에 따른
결론만 내려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무에서도 판례에 따라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에 판례를 잘 암기하는 것이
로스쿨에서의 주요 과제이다.
그런데 판례에 따른 맹목적인 답 찾기가
문제해결에 다른 법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들게 한다.
문제를 보면 판례결론에 따라 문제를 풀게 하고
사안을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가끔 해당 사안에 전혀 맞지 않은 판례를 인요애
판례 법리대로 끼워 맞추기를 요구하는 문제들도 나온다.
출제자가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나 내용을
찬찬히 읽고 이해하지 않은 채
판결요지만 무조건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하나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사정이나 특수한 상황이
전제되어 있을 수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이 치밀한 법리 검토 끝에 나오는 것이겠지만
법리에 딱 맞는 결론이 아닌 경우가 있다.
판결의 내용이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인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경우 소수의견이나 반대의견도 나온다.
즉, 판례는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법리 적용을 통해서
다양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판결에 대해서 다양한 평석도 나올 수 있다.
로스쿨의 법학교육은 이론이나 다양한 견해 소개 없이
판례 위주로 이루어진다.
단기간에 변호사 시험 합격으로 실무가를 양성해야 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판례 숙지만으로도 아주 벅차다.
이 때문에 학계 영향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판례평석이 잘 나오지 않는다.
과거 학회지나 고시계 등 매체를 통해서
학자 간 의견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점점 줄어든다.
학설이 크게 힘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견해 및 학설, 이론 등에 의해서
대법원 판례변경이 종종 일어난다.
어떤 방향으로 관점을 잡고 법리구성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변경시킬 수 있는 기존의 판례들은 아직 많다.
무릇 법조인은 다양한 법리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판례변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다양한 견해와 문제제기, 이론을 보며 생각해 보는 것이다.
비록 힘든 로스쿨 과정이지만
이러한 생각을 통해 법리구성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대한변협신문 제711호(2018. 10. 29.) 11면
(배지성-리걸마인드)
- 변호사 시험의 내용과 방식을 개혁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