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仁宗)이 훌륭한 재상을 세우면서 “인정(人情)이 꿈에 점지 받은 것보다 훌륭하다.”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으니, 그는 현명한 재상을 참으로 알았던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1년도 안 되어 갑자기 그 재상을 파직시키고,
하송(夏竦)을 재상으로 삼고는 금방 파직했다가 별안간 거두어들여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고서 스스로 그의
시호를 문정(文正)이라고 정했으니, 그의 간사함을 깨닫지 못했던 정도가 아니었다. 인종과 문언박(文彦博)ㆍ부필(富弼)의 관계는
당 현종(唐玄宗)과 한휴(韓休)의 관계와 같고, 인종과 하송의 관계는
당 덕종(唐德宗)과 노기(盧杞)의 관계와 같았다. 심하도다! 쉽게 군자를 멀리하고 쉽게 소인을
가까이하였도다. 인종조차 이와 같았는데, 그 나머지는 괴이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군자는 남의 잘못을 깨우쳐 주고, 소인은 남의 뜻에
영합한다. 잘못을 깨우쳐 주는 군자는 공경을 주로 하고, 뜻에 영합하는 소인은 나태로 휩쓸리게 된다. 통상 사람의 마음은 공경을 꺼리고 제멋대로
나태하기 때문에, 군자는 멀리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멀리하게 되고, 소인은 친압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친압하게 된다. 여우는 사람을
홀릴 수 있지만 정신이 맑은 사람은 홀릴 수가 없다. 정신이 산만해지면 이윽고 여우가 영합하며 아첨하다가 점차 정신을 빼앗아 죽이기에 이른다.
인종이 정신이 똑바르고 맑았다면 하송이 어떻게 홀릴 수 있었겠는가. 인종이 넋을 빼앗기기에 이르지 않은 것도 요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