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_ 30대의 끝자락에서 삶을 돌아보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나는 1981년 11월생으로 만 36살이다.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한다면 아직 인생의 반도 안 산 나이이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젊디젊은 나이이다. 하지만 내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 청년대학부에서보면 난 최고 연장자이다. 이들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직접 구경 갔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을 교과서로만 봤던 아이들이고, 내가 군대에서 진지보수공사 때 안테나를 잡아가며 보았던 2002년 월드컵을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 본 친구들도 많다. 이들은 내가 고3때 열광했던 SES나 HOT를 무한도전 토토가에서나 봤던 아이들이다. 이들과 비교하면 난 화석을 넘어 석유가 된 사람일 것이다.
이런 시기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과 추억들이 내 안에 자리매김해 있다.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느끼며 자랐던 유년시절과, 매달 한 번씩 동네 레스토랑을 돌며 돈가스를 먹었던 초등학교 시절, 그 시절엔 매 여름방학 때가 되면 가족여행으로 바다, 계곡, 산도 다녔었다. 활발하다 못해 까불이였던 초등학교 시절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사춘기 시절, 친구에게 코드 보며 피아노를 치는 법을 배워서 학교 끝나면 교회로 달려가 당시 찬송집 전체를 훑으며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마냥 즐거워하기도 했었다. 고3때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야식을 챙겨주셨던 만두는 지금까지도 미국에 계신 부모님을 뵐 때마다 가장 먼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음식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처음 했던 롯데리아 알바, 처음 했던 연예는 후회와 기쁨이 함께 교차한다. 군대 후 예수전도단을 통해 시작된 나의 본격적인 해외여행은 나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인 대안학교, 그 후 신학교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억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다.
이 시기들 속에서도 특별히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기는 군대의 시기부터 대안학교에 들어가기 전은 22살에서 28살까지의 7년간의 시기이다. 이 시기는 나의 삶에 회복의 시간이었고, 모험의 시간이었으며, 소명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사춘기 시절의 겪은 교회의 어려움과 가정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금씩 금가기 시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시기였고,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홀로 한국에 남아있게 되면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시기였다. 그렇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면서 하나님 나라의 소명 안에서 나를 찾아가는 시기였다. 미국, 이스라엘, 케냐, 필리핀 등을 여행하며 나의 생각과 지경이 넓어지는 시기였고, 그 경험들을 토대로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 무엇인지 발견해가는 시기였다.
이제 인생의 중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내일모레면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다. 불혹이라는 말은 공자가 40세에 모든 것에 미혹되지 않았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모든 것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 이렇게 모든 것에 미혹되지 않기 위해선 40세 이전의 삶의 경험과 지식들이 바탕이 되어야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철학을 세워가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담대히 인생의 중반기에 중요한 삶의 열매를 맺어가는 나이가 바로 40대의 나이인 것이다.
나는 인생의 중반의 시기에 어떠한 삶의 열매를 맺어갈 수 있을까? 아니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는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설 준비가 되었는가? 나의 삶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가길 결정하고 추구할 준비가 되었는가? 불혹에 접어들기 전에 공자가 30세에 이룬 이립(而立)을 이루었는가? 나의 삶을 기반으로 흔들리지 않는 토대위에 지금 서있는가? 지금까지의 경험한 삶이 다가 아니겠지만 앞으로 내가 나아갈 삶에 있어서 좋은 표지판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걸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나를 이끄시는 주님과 함께 걸어간다면 내게 펼쳐질 인생의 중반기에 겪게 될 삶의 이야기들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