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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새길을 만들며)
1991년 당시 범국민대책회의에서 일하셨던 김민님의 시입니다.
새길을 만들며
(1991년 5월 광주)
김민
들어가는 시
[故 강경대 열사 폭력살인 규탄과 박승희 학생 광주 전남 대책회의]가 4월 29일 박승희
학생 분신 소식이 전해진 몇 시간 뒤인 오후 8시 광주?전남 민주연합 사무실에서, 50여명
의 민주단체, 정당, 종교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결성됐다. 이날 결성된 '대책회의'는 폭발
적인 시민들의 분노와 울분에 공감하고, 앞으로 그러한 공분을 조직적으로 이끌 구심체 역
활을 맡아 노태우 정권의 폭력살인 만행을 규탄하고 노정권 퇴진 투쟁에 총 매진 할 것을
결의했다. 광범하고도 신속한 연대의 틀을 마련한 단체 대표들은 곧이어 앞으로의 투쟁방
향과 일정을 잡고 대책회의 기구 구성까지 마쳤다.
광주는 축제를 한다
투쟁을 하면서
모두가 그렇게 믿는다
싸움도 억지로움 없이
국민학생부터 노인들까지
억지러움은
경찰의 이바구 이외는 없다
광주천 시궁창까지 모두 그렇게 믿는다
성스럽고 즐거운 우리 모두의 축제
축제를 한다고
그래서 밤이 깊고
쓰려오는 배고픔도
참을 수 있는 거라고
1
4백5십만 광주 전남 사람들만 말고
4천5백만 모든 사람들
슬픔 그대로
분노 있는 그대로
억울함 그대로
적개심 있는 그대로
일 어 나 야 한다
5월1일 '대책회의 소식' 지령 1호
투사회보 그대로
양동 아줌마 말씀 그대로
학동 아저씨 손짓 그대로
포고령 제 1호
그렇게 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올라라! 노태우 처단의 불길로!!
승희 친구 학기는 쓴다
"이제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련다
나의 몸 돌로 으깨어
너의 몸에 바르리라
왜놈에게 오랑캐 놈에 찔려
미국놈의 M16 총탄에 쓰러져 갔던
내 형제들 살리지 못하여
시뻘건 한을 머금고
황토현 전사들의 넋으로
5월 시민군의 넋으로 살아
검게 타버린 너의 몸뚱이에
짓이겨진 나의 몸뚱이로 낳게 하리라
재수없는 들풀이라
사람의 발아래 죽어가는
가녀린 들풀이지만
"
"앉은뱅이 제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었다
바람에 쓸려가고 있었다
전남대학교 의과대 건물 상황실
13시15분 대경총련 안동대 집회도중 학우 분신
쓰이고 있다
김영균.
민속학과 2학년 구호 '노정권 타도 공안통치 분쇄 경북대 병원 이송'학생들 병원 집결.
지리산 철쭉은 땅을 딛고
하늘을 열어 피어오르는데
땅을 열어 눕는자들만
그래서 눈물도 말라
소리없는 구호만
애타는 손짓만
흐드러진 철쭉마냥 하늘을 여는구나
그러나
5월의 밤은
시간도 멈춰서고
대신 역사가 흐르는
광주의 밤은
거리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욱 모여들고 있었고
눈물이 나온다
숨쉴 공기 대신 맡아야 할
최루액은 많지만
그것 때문에 눈물 흘리진 않는다
저 엄청난 사람들
사 람 들
14:23 조선대 1천5백 계속 모이고 있음
14:25 전대 3천 호남 신학대 2백 광주대 2백 교육대 15:30 집회예정
14:30 호남대 2백
서강전문대 2천
동신전문대 전대로 이동 숫자 파악 안됨
상황실 보고는 계속되고 있었고
승희는 집회소식에 좋아한다
살이 문드러진
승희가 그러듯, 모두
문드러진 몸뚱이들이
서서히 일어서고 있었다
땅을 딛고 하늘을 열어
광남사거리 1천5백
유동사거리 2천
한일은행 1천
한일은행사거리에서 자동차보험 2천
공용터미널 4천
한일은행사거리에서 광남로 8천
5백 누워 농성
한일은행사거리 몸 싸움중
광주일고쪽 1천5백
태평극장쪽 스크럼 진입시도
금남로 1만5천
한미쇼핑 1천
구의원들 한일은행쪽 진격
충장로파출소, 한미쇼핑 대치중
싸움을 한다
숫자를 매기고
순번을 달아 크게 포장하지 않는다
광주에서의 싸움은
몇 번째 싸움인지 새기질 않는다
하루를 넘는 달력만이
그만큼 찢겨져 갈뿐
누구나 다 하는 싸움
고막이 터진 구의원이나
삭발한 교수나
단식하는 학생이나
쵸코파이를 사오는 아저씨나
욕바리 아줌마나
누구나 광주에서의 싸움을
몇 차 국민대회로 구분짓지 않는다
나날이 국민대회를 치루는 광주에서는
새로운 전설을 만들고
만들어 낼 뿐
지랄탄에 머리가 불타 호섭이 머리가 되어도
다만 전설을 만들어 낼 뿐
5월1일부터 광주는
그렇게 전설을 만들고 있었다
또다시 광주는 살맛나는
세상이 되고 있었다
전남대교수 7백여명 시국선언
조선대교수협의회 소속 5백 43명 성명발표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제단 무기한 단식농성
언제나 그랬지만
하나가 되고 있었다
1991년 5월1일 광주는
2
상황실에는 대구경북 소식이 매시간 들어온다
진전없음
맥박 분당 160
호흡 들어옴
전대병원 앞
차의 통행들
그만한 불편들 참고 돌아가고 있었고
사복 짭까지 하나되는
해방광장이 되었다
모여서 토론하고
영화를 보고
꽹과리 한 판 굿판이 되는
승희의 뜨거운 가슴이
아스팔트 위로 숨쉬는
그 해방광장 병원 앞
아메리카 백악관 잔듸밭 모양
청와대 춘추관 모양
정책과 집행에 관한 브리핑이 있는곳
새로운 정부가 있고
따르는 국민이 모이는 곳
지킬 땅은 작지만
지켜야 할 사람은 많은 곳
어제 싸운 영화를 보며
오늘도 집회는 시작된다 노래가 시작되고.
20:29 상황실
모두가 말이없다
김밥과 단무지까지도
눈물이 나올려 한다
20:09 김영균 산화
집회 앰프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 애도의 묵념을 드리고 있으리라
솟아오르는 분노와 억울함들
꾹꾹 참고 눈을 감고 있으리라
고개를 숙이고
죽이리라
조국산천을 갈라놓고
옥상에서 밀어 죽이고
물먹여 죽이고
때려 죽이고
사람을 태워 죽인 그 놈들
죽이리라
흐르는 눈물 감추고
다짐들 하고 있으리라
"열사의 염원안고 노태우를 처단하자"
구호소리 들린다
다시 일어선다
슬픔도 분노도 억울함도
투쟁으로
모두가 새긴다
어린 후배는 대자보를 쓴다
투쟁만이 살길이다라고
민가협 어머님들
죽지말고 싸우라고
애써 다독이며 눈물 훔친다
이놈들아 죽긴 왜 죽어
노태우 죽는 꼴 보고
죽더라도 죽어야지
느그들 원대로 통일 된 세상보고
죽더라도 죽어야지
이놈들아 내 새끼들아
울음소리 하늘을 덮는다
흐르는 눈물 파도가 된다
송아지 소새끼
망아지 말새끼
병아리는 닭새끼
노태우 개새끼!
노래가 되어
불끈 쥔 주먹이 된다
하늘이 된다
목포대교수들 기자회견을 하고
민교협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승희를 위한 미사가 남동성당에서 열리고
윤성이가 양심선언을 했다
양심선언
"이것이 마지막이다"
선언문은 그렇게 적혀 있었다
광주는 밤과 낮이 없어지고 있었다
밤이되면
퇴근길 교대하는 몇몇 사복 짭들
그들 빼고 사람들은
더욱 모여들기만 한다
내일 여섯시에 다시 모여주세요
야 이 사람아 지금은 싸움중이여
오늘은 편히 주무시고요
쌈 하다 어떻게 편하게 잠을 잔단 말이여
사람들은 모여들고 있었다
상황실에 층을 이뤄 쌓이는
김밥과 김치통마냥
3
별빛이 눕는다
'대책회의 소식'을 한겨레신문에
간지 작업을 하면서
사람을 깨운다
잠에서 깨운다
80년 5월에서 91년 5월
어느 하나 변한 것 없다고
아픈 가슴 어느 곳 하나
딱지 덮여 새 살이 돋아난
우리들 아니라고
5월3일
'대책회의 소식' 지령 2호
포고령 제 2호는 그렇게 쓴다
각계 각층 노정권 퇴진 투쟁으로 집결하라!!
도대체 얼마나 죽어야 하나
상황일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속보가 들어온다
쓴다는 것도 겁나고
인쇄소로 달려가야 할
속보처리 인쇄물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주저앉고 싶다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대 책 회 의 선 전 국
오늘 또 하나의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땅에서
저 솟구쳐 오르는 사람들속에서
자살! 자살!
신문 방송은 그렇게 쓸 터이고
나는 무어라고 써야 하나
천세용
5월은 무엇을 예고하는가
죽음으로 항거하는 반역의 무리들
5월은 마냥 잔인한 역사 그대로
그런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젠 정말 죽을 각오없이는
싸움도 절망도 없어지는 것일까
전화선을 타고오는 소리
3도 화상
95%
무슨 뜻일까
죽는다는 소리겠지
천세용 그만이 아니다
우리모두는 질식상황이다
승주
보성
해남 각지에서
김치와 쌀이 올라온다
먹고 힘내라고
힘내서 싸우라고
싸우라고
싸우라고
싸 우 라 고
차라리
차라리 말이야
대책회의 소식에 그렇게 쓰고 싶다
우리 모두 자살해 버립시다
노태우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억울해 할 틈도 없다
오후 10시 20분
천세용 사망. 간결한 속보
대학 후배들 바삐 움직인다
대자보를 쓰고
밤잠을 지우며 회의 모임을 이끌고
그들에겐 쇠파이프도 필요하리라
아니야 나에게도 쇠파이프는 필요하다
날 세운 비수 한자루 쯤
품속에 품어야 하리
비수 한 자루 넉넉히 감쌀
손수건 한 장
펼친다
눈물대신 새끼 손가락 붉은 핏물
'죽여야 산다. 노태우 끝장'
살기위해서
질식상황들을 뚫고
솟구치고 있다
전대
조대
동신대
호남대
교육대
광주대
목포대
순천대
여수수산대. 모두들 살기 위해서
시내 곳곳에서
광남로에서
중앙로에서
양동에서 모두들 살기 위해서
서울
부산
대구
용인. 성남
제주. 곳곳에서
4
역사를 뒤집어 눌러도
끝내 모두는 바로 서 있었다
온갖 잡동사니 뒤집어 씌어도
하얀 눈 덮인 무등산마냥
제 주인 그대로였다
80년 5월 도청앞 빗발친 총탄처럼
전화벨이 울린다
울려퍼지는 징소리
그 무딘 소리에도 날을 세우고
거짓은 거짓대로 갈라세우라고
'대책회의소식' 지령 3호
민자당 죄행 열가지
시민들의 제보 그대로 싣는다
죄 어디 열가지 뿐이랴만
그 죄만도 하늘을 덮는다
땅을 딛고 하늘을 여는 사람들
머리에서 발끝까지 적신다
- 범죄와의 전쟁선포 살인만행
- 민간인 보안사 정치사찰
- 공격작전 TS훈련
- 통일운동 탄압
- 낙동강 페놀 식수오염 방조
- 악법 날치기
- 농민 말살정책과 수입개방
- 물가폭등 인생파탄 민중생존 압살
- 부정부패 타락선거
- 뇌물외유 수서비리 은폐조작
속보?
박창수 30세.
부산노련 부회장?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5월6일 새벽 1시 병원에서 변사체 발견?
타살 가능성 높음
진상조사 돌입
현재 안양병원 전경 3백여명 출입통제
서울구치소 면회 전면금지
시신탈취 저지
노동자 학생 4천5백 병원 집결
한진중공업 노조원 2백여명 상경
전노협 4백명 사수대 조직
광주교도소 미결수 40명 기결 열명
살인정권 퇴진?강경대 살인 책임자 처벌! 백골단 해체! 국보법 해체!
무기한 단식농성
요즘 단식농성은 뉴스거리도 안된다
세상이 그 지경인 것이다
굶어 죽을수도 있다는 소린데
얼마나 끔찍한 싸움인지
뱃따지 따뜻한 놈들은 알수가 없겠지
야전상황실에서 전화가 왔다
광산농민회에서 성금으로 쌀 3가마를 보내왔다고 한다
굶을때 굶더라도
먹을땐 먹으면서 싸우라는 얘기겠지
굶는자 먹는자
이나라 광주땅에선
싸우기 위해서
열심히 굶고 열심히 먹어 치우고 있었다
화순 8일 읍사무소 앞
보성 12일
영암 9일 읍 교회 밖
나주 9일
장성 9일 10시 터미널
해남 9일
함평 12일 14시 장터
무안 9일
강진 8일 농협 앞
장흥 9일 11시 농민회 앞 공터
각 군단위 집회일정이
그 시각.
보고 정리되고 있었다
학생들 철야농성 돌입
13:30 박창수씨 시신 경찰 탈취
개새끼들!
5월8일 09:00
서강대학 분신 투신 상황접수
전민련 김기설
09:25
세브란스 병원 이송! 사망!
5월9일.
고개를 들어 거리에 서면
하나 둘
죽은자들 다시 살아나리니
그들 뜻대로
노태우 처단의 불길로
역사의 한 길 내달아 오른다
쭉뻗은 팔
목터진 함성들
끝내 역사의 이름으로
우리도 죽이리라
13:00 조선대 학내군사문화 척결을 위한 투쟁위원회 출정식
교육대 노태우정권퇴진및 민자당 해체를 위한 5.9 풍향인 결의대회
14:00 전남대 민자당 해체,백골단 해체,노태우 퇴진을 위한 국민대회 출정식
목포대 망국적 3당 야합 규탄및 노태우 폭력정권 규탄을 위한 5.9 동맹휴업 결의대회
순천대 폭력살인 비리주범 민자당 완전 해체를 위한 범 향림인 동맹휴업 선포식
16:10 대인시장 조대 교대생 연좌
16:10 전대정문. 싸움중
16:20 충파 광주대 조대공전 호남대 집결
16:35 신역 2천 원호청 5백
16:45 공용터미널 일부 도착
17:00 한일은행 2천5백 한미쇼핑 1천 충파 1천
17:15 YMCA 호남신학대 집결
17:30 가톨릭센타 신민당 기초의원 몸싸움
17:51 광주은행사거리 장악 노점상 전교조 광노협 선봉대 깃발 들어옴
18:00 금남로 2가 적 8천 배치
18:30 집회시작 5만
19:05 8만 인파
적들은 그런다
13대 총선에 신민당 석권을 보고
싹쓸이라고
그래서 다른쪽 사람들 보고
너희도 그러라고
차선책 목표의 그 안타까움과 지혜
그러나
역사앞에 책임지지 앉는자
죽음앞에 자신을 드러내 통곡하지 않는자
결코 광주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노태우 처단과 민자당 해체'의 함성과 하늘을 열어 제끼는 팔뚝만이
자유로울 뿐
손자병법 전술이 펼쳐진다
늦은밤,
아줌마는 서너살 아기
업고, 안고
젊은 데이트족 다정히 팔짱을 끼고
싸움을 한다
두두두둥
어둠을 가르는 불꽃들 사이로
밤을 지키는 쇳소리들
적들의 중심을 빼앗는 싸움
우리는 하나가 되고 있었고
적들은 흐뜨러지고 있었다
불꽃들 사이로
아줌마는 우유를 먹이고
잠시,
광주천이 요동을 친다
뿌연 안개만이 냇가를 이루고
맵다.
새벽 두시 할일이 있을땐
잠자는 시간 따로 있을리 없다
2.3킬로미터 난간을 두드리는 소리
끼어들 틈이 없다
한발 두발 전진이다
아버지 같은 아저씨
넥타이를 풀며 자리를 잡는다
팔자다리를 하고 큼직한 돌맹이
두두두둥
그때, 아름다운 불꽃이 핀다
5
열흘 새 무수한 사람이
죽어가고 다치는 목숨을 건 전쟁인데
배불뚝이 노태우 하수인들
보안법?경찰법 날치기를 한다
계속 잡아 처 넣고
때려 죽이겠다는 선전포고다
염병할 놈들
TV 신문에선 김기설씨는 누가 시켜서 죽었다고
지랄발광을 한다
기가 막힌 세상
'누가 시킨다고 죽어야? 지나던 똥개도 웃는다'
웃음이 나온다 기가 막혀서
그런 세상을 가본다
망월동 광주
망월동엔 찬바람이 불고 그땅에선
짙은 최루탄 땜시 웃을 틈도 없었다
'누가 시킨다고 죽어야?'
윤용하
살아온 기막힌 인생보다 더한
환장할 세상을 본다
더러운 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싸울 수 있는 마지막 목숨까지 던져야 할
그래서 피투성이 전쟁이었다
에이,
더럽고 추접스러운 놈들
'대책회의소식' 포고령 제 4호
이제는 한길 노태우 퇴진!!
대책회의
매일 오후 6시30분 시민대회 개최
전교조
교육자치 결의대회
사제단
가톨릭센타 단식농성 계속
광주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사제단 단식농성 지지 광주대교구 63개 본당과 1백20개 공소에서 일제히 9일 기도 돌입
기독교단
YMCA 농성 계속
전남대 교수
2백여명 10일째 농성
언노련 광주 전남 협의회
내각 총사퇴 성명
서울 제2기동대 63중대(602전경대) 3소대 이종수 일경 양심선언
모이자!
도청앞으로!!
6
5월14일은 노태우 장례식이라고 부고장을 돌린다
장례비용 접수를 하고
살인죄와 간첩죄 등 죄목만 일곱가지로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민주정부 수립후 보상
현장사살도 가능함
누군가 그랬다
그날 저녁 텔레비젼에 나와
누군가를 또 죽이겠다고
또 죽인다고
아직 제대로 누구하나
장사지내지 못했는데
그런 꼴이었다
김동주, 김요준, 송경갑, 박일, 최인섭, 한강열, 김양국, 나칠성,강충일, 장진상,김문석,
안재철, 문병위, 유채진, 김대희, 한상욱, 김갑승, 진남섭, 주시형.
병원까지 온 부상자는
상황실 접수만도 열아홉이었다
'민주청년 고 윤용하 열사 민주 노동자장'
죽은자 땅위에서의 마지막 의식
그 일도 투쟁속에서나 가능하다
폐퍼포그
몽둥이와 군화발
분명 적과 아군이 있고
승자와 패자가 있는 싸움터였다
죽기로 싸운자 살 수 있는 전쟁터였다
꽃상여 최루탄에 질려 넘실거린다
가자, 가자,
어서가자.
죽기로 싸워 승리하리라
어디선가 목이 멘 메가폰 소리
북소리 울린다
구토가 난다
싸우면 싸울수록 정리되고 있었다
구호는 하나가 되고 있었다
목숨 건 전쟁터 구호대로
'대책회의 소식' 제 5호 포고령 5호
노태우 퇴진! 민주정부 수립!!
빛고을이여, 오월이다
5월 18일
철수가 분신했다
또.
눈을 감고 또 떠봐도
바램은 그대로고
어둠의 역사는 어둠 그대로였다.
그래도 서울에선 경대가 싸움을 한다
광주에 올려고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리며
어둠의 장벽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었다.
이정순씨 분신! 또다시
망월동이 분노하고 있었다
금남로가 일어서고 있었다!
거짓은 거짓대로 갈라세우며
징소리에도 날을 세워
땅을 딛고 하늘을 여는자
일어서고 있었다
7
17:00 신촌 운구행렬 광주 출발예정
17:35 광주은행사거리 중심으로 시민 학생 운집 10만에서 15만
17:45 노제 공덕동 로타리로 변경
18:10 운구행렬 신촌, 광주도착 시간 예측불허
19:00 공덕동 로타리 노제 끝남
20:30 5.18항쟁 정신 계승 및 노정권 퇴진 국민대회 마무리중 노태우 화형식
21:40 15만 인파 도청진격투쟁 전개
23:20 계림파출소 앞 1천명 가투
23:30 운구차 망향휴게소 도착 시속 100킬로미터
23:40 구 미문화원 2천 서현교회 1천
24:00 천안 통과. 망월동 장례작업 완료
00:10 한미쇼핑 앞 시위
00:15 단국대 1백명 도착 승희방문
00:15 구 미문화원 밀림 천변 합세 2천
00:30 서현교회로 집결중
장동로타리 2,3백 싸움
공용터미널 밀리고 있음
00:40 천변 2,3천
일고앞 2백명 대치
00:45 서현교회 앞 2천여명 정도
01:00 투쟁분위기 약 소강
01:30 한미쇼핑 앞 시민들 만 2백
논산 지나고 있음
01:50 운구행렬 여산휴게소 도착
02:00 대책위 파견조 정읍도착
03:05 운암 씨티힐 호텔 3,4백 전투경찰 배치중
03:10 전남대 정문 전투경찰 1천 배치중
03:20 운구차 정읍 출발예정
03:50 광주도착
04:15 부상자 60명 전남대 학교내 7천명 운집 시내 곳곳 1만정도 투쟁중
비아부근 경찰운구 막고 있음
04:50 광주입구 도착?대치
06시부터 본격적투쟁 전개요
05:00 망월동 입구 1개중대 출현
05:18 적십자 병원 앞 투쟁 종료
05:35 전대대열 문화동 터미널 도착
06:00 문화동 전경 1개중대 출현
운암아파트 사회단체 회원 집결
06:30 한빛교회 전대대열 해산 학교복귀 08시 집결하기로
08:00 운암동 3천정도 적과대치
09:00 운암아파트 근처 학생 시민 2천 치열한 공방전, 투석전 부상자 속출
09:30 약 소강
10:40 민가협 회원 4백인분 밥 톨게이트 쪽 나감. 운구행렬 차량 34대
12:00 운암동 계속 대치 시민 학생 모여들고 있음
12:20 도청노제 불허시 전면적 대규모 투쟁. 다른 어떤 곳에서도 노제만 지냄 (서울대책회의와 결정 이견)
12:30 승희 상태 매우 위험, 위기 넘기기 힘들것 같음
12:35 박승희 사망(장기부전증)
13:40 운암동 전경 15명 포로로 잡음 507 전경대 소속 부대장 김영균 외 5명 전경 조대 응급실 후송,
시민 학생 20여명 부상, 광보협에서 치료중
시위대열 5천 치열한 공방전
13:50 박승희 영안실로 옮김
14:00 운암동 페퍼포그 1대 전소
적들 포로협상 요구
14:25 전교조 현장교사 1천 운암동 합류
15:30 전교조 교사 문화동 침묵시위
16:00 전교조 약식 집회, 동신전문대학 앞 1천명
16:30 운암동 뚫고 광주 진입로까지
16:35 조대총학생회 소속 적의 소대장 체포
16:40 체포된 소대장 야전상황실로 이송
18:00 강경대 학우 장례행렬 망월동으로 이동 준비중, 노제는 없는 것으로 한다 ????서울 대책회의, 유족
18:30 운암동 주유소에서 씨티힐 호텔 그리고 운구차까지 시민 학생 전면 장악, 유족 망월동 행 시민 반대
19:00 장례행렬 망월동 이동준비, 시민 학생 조대병원 집결 계획, 계명대학생 3백 전대병원으로 오고 있음
19:15 시민들 망월동행 반대, 운구차량 운암아파트쪽으로 시민들 이동중 전경 대치
19:25 시민 3만여명 차를 밀고 고가도로 통과 조대생들 중심으로 운암동 전경과 싸움, 곳곳 대치
19:35 운구차 유족들 적들 뚫고 현재 신역행 약 5만명 운집
19:40 전대사거리 통과 중
19:50 신역통과 금남로 행
20:00 광주역 경유 10만 추정, 끝이 없음
20:20 선두대열 광주은행사거리
20:30 전경과 몸싸움, 시민들 도청진격투쟁 고수,
광주은행사거리 확보 조대병원 앞 대열 노동청에서 투쟁중
기자들 추산 23만
8
광주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경대 누나는 그렇게 인사를 한다
대책회의 소식은 온통 적는다
경대를 살려낸 1백만 광주시민의 위대한 힘, 노정권 퇴진의 길, 결사항전으로!!
승희의 병상일기가
80년 5월에서 91년 5월까지
우리를 깨워 자리를 챙긴다
"슬픔에 눈물이 흐른다
애국의 길을 부른다"
적과 아군을 갈라세우며
독재와 민주를 갈라세우며
외세와 자주를 갈라세우며
분단과 통일을 갈라세우며
도망자와 전사를 갈라세우며
칠흑같던 어둠을 뚫고
이틀 밤낮을 싸우게 만든다
승리하고야 말리라
복수하고야 말리라
수천 수만발의 최루탄도
경찰의 쇠파이프와 방패에도
수백년 역사의 장벽같은 철제 바리케이트도
페퍼포그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거리에 솥을 걸고 밥을 하는 아주머니
화염병 만들 빈병을 실어나르는 아저씨들
각목을 들고 싸우는 수많은 시민들
누가 감히 막으랴
금남로
그랜드 호텔
원각사
서현교회
노동청
도청 곳곳의 골목마다 치켜세운
분노의 불길 역사의 발걸음을
어찌 한줌 무리들
총칼로 막아 세우리
동터오는 19일 새벽
80년 5월도 이랬으리라
제주에서도 이랬으리라
민족해방의 꿈 안고
반일항전 유격장에서도 이랬으리라
잠 한숨 못 부치고 치를 전투
7시부터 아홉시까지 치른
제1차 대결전은 소득이 별로 없었다
적들이 우수고지를 잡고 있었다
문예회관 공사장
저기를 선점해야 한다
휴식도 투쟁이다
교과서엔 없지만 역사는 항상
그렇게 가르치고 있었다
시민들은 돈을 걷고
김밥을 만들고
빈병을 찾아 모으고
전장에선,
자기 할일은 스스로 찾아야 했다
싸우는 사람
돌을 나르는 사람
밥을 준비하는 사람
연락을 하고 지원대를 모으는 사람
부상자를 치료하는 사람
승희가 죽었단다
그래, 우리 승희가 죽었어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구나
아니야 시작은 여럿이지만 끝은 하나가 될거야
그럼
승리. 이기는 것이야 승희처럼, 경대처럼 승리의 불화산이 되는 것이지
12시 2차 총 결전
문예회관 고지를 점령해
누군가 소리친 그 말은
명령처럼
군대의 명령처럼 휩쓸고 있었다
쏟아지는 돌맹이
최루탄
쇠파이프
역사의 장벽을 오른다
어둠의 시간을 넘는다
광주는 해내고 있었다
인터체인지 외 전면장악
무뎌진 역사의 칼날들
두들겨 바로 펴 새날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망월동으로 그냥 가잰다
지금껏 싸웠는데.....
아니야 그게 아까운게 아니라
광주에서는
80년 5월에서도 그랬지만
5월이 있는 광주에서는
그렇게는 안될 일이야
그쟈 경대야
시민들은 가드레일을 뜯고
돌맹이를 메꿔
차를 밀어 옮긴다
길도 아닌 길을 만들어
운구차량을 들어 옮긴다
으쌰 으쌰
80년에도 그랬지, 다 함께
으쌰, 으쌰
길은 만들 수 있는 것이지
콘크리트가 아니래도
아스콘 포장이 아니래도
우리가 원한다면
울퉁불퉁 돌길이라도
언제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1991년 5월....광주
우리가 가야 할
새길을 닦고 있었다.
나오는 시
걸어온 길을 수천 뒤돌아 보고
뒤 서서 우리는 또 걷지만
가야 할 길과 돌아와서는 안되는 길이
따로 있는 건 더 더욱 아닌데
붉은 핏방울 머금은 지리산 철쭉들
굳게 피어올라 자랑찰 사월과 오월의 곳곳에서
힘찬 깃발로 치달을 굳센 발걸음 대신
무릎을 꿇어 토해내야 할 우리들의 시간
통곡들,
에미가 아들을 묻고
애비가 딸을 묻는
내 조국 한반도 남녁땅 거짓 질서들
언제쯤 모든 통곡을 재우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지워 말리어
불탄 가슴들 묻을 수 있을까
어느 계곡쯤, 돌무리 헤치며
우리 서로 웃어 만날 수 있을까
나의 사람들
살아서 오라 거짓 질서들 들어치고
지리산에서
종로에서 남포동에서 금남로에서
적들앞에 피어오르는 피붉은 자랑찬 꽃들로!
그렇게, 살아서 오라
새로 피어날 지리산
붉은 철쭉들이여!
가슴에 묻을 우리들의 자랑이여
길은 닦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경대, 승희, 영균, 세용이가 그렇듯
박창수
김기설
이정순씨가 그렇듯
우리 철수가 원하듯
그 예쁜 김귀정 열사가 그랬듯
살갖이 타는
응급실 안팎의 냄새
농민의 아들 독재타도 승리의 불화산 정상순 열사의 울부짖음
아직도 역겨운 냄새가 나는
세상이라고
맡아보라고
살이 타는게 아니라
세상이 풍기는 냄새라고
코를 막지 말라고
눈물 흘리지 말라고
가서,
싸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