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흩뿌릴 제 -계량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지은이:계량(1513__1550)
성은 이씨, 본명은 향금, 호는 매창, 계생 부안의 명기로, 시조 및 한시
70여 수가 전한다 황진이와 비견할 만한 여류 시인으로서, 여성다운 정서를 노래한 시편이 많다
'매창집'이 있다 1974년 부안읍 상소산 기슭에 그녀의 시비가 세워지고, 이 시조가 새겨졌다
-- 말뜻
이화우:비 오듯이 흩날리는 하얀 배꽃 특히 늙고 큰 배나무에서 펄펄 떨어져 날리는 배꽃비는
마치 눈보라 같은 장관을 이룬다
추풍낙엽:가을 바람에 쓸쓸히 떨어지는 나뭇잎 '낙엽지는 가을'의 뜻으로 보아도 좋다
하노매:하노매라! '-노매(&48092;)라'는 감탄형 종결어미로서 '-는구나!'
-- 감상
하얀 배꽃비가 눈보라처럼 흩날리던 어느 봄날에 옷소매 부여잡고 울며 헤어진 님인데, 지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이 되었어도 한마디 소식이 없구려 서울에 계시는 무정한 님이여,
그대도 나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부안과 서울, 천리 밖에 떨어져서 몸은 못 가고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니 애가 타는구려! 꿈에만 볼 수 있는 그리운 님이여!
임진왜란 때, 의병 지휘의 공으로 통정대부가 된 촌은 유희경과 정이 깊었는데, 그가 서울로
올라간 뒤 소식이 없으므로, 이 시조를 짓고 수절하였다고 한다
의병을 이끌고 동분서주하는 님 유희경, 남장을 하고 그를 찾아 나섰다가 허탕을 치고 울며
돌아온 계량은 또 이렇게 읊었다
기러기 산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님의 집 가는 길을 역력히 가르쳐 두고
밤중만 님생각 날 제면 소식 전케 하리라
'비련의 여왕'의 환상이 얼핏 머리속을 스치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梨花雨흩 뿌릴제 울며 잡고 離別한 님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
배꽃이 비로 휘날리던 날, 그 화사한 시절에 이별이나 해야 했던
그 처절한 슬픔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그 속에서 또한 삶의 의미를 되짚어 기억하며
낙엽으로 지는 가로수 잎을 모아 책갈피에 끼우던
그 소녀의 죽음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시립병원의 긴 복도 저 끝에서
오열하던 그녀가
이젠 그 오열의 앞에서 멀어지려 한다.
너무 많은 것이 사라진 이 아스팔트의 네거리에
서성이는 내 그림자는 지금도 길게 누워 나를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