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31006)
매생이 요리하기/서정랑
하늘 가둔 물살에 그물망 치던 매생이, 겨울 굴 국밥집에 들어서니 바다 냄새 물씬, 입안으로 빨려든다 헐거운 호주머니 속으로 불쑥 밀고 들어오던 남자의 손, 떠올릴 때 한 숟갈 매생이 머릿속에서 실장어처럼 흔들렸다
매생이, 어느새 내 집에서 함께 사는 그 남자, 옷을 빨 때 잡히지 않는 빨랫비누처럼 물컹거리는 매생이, 문지르고 싶던 바다는 미끄덩거리며 내 가슴골로 떨어져 내리고 온몸에 녹아든 잿물 냄새와 피부발진 돋은 작은 손, 끓인 매생이국 겁 없이 삼켰다가 입속은 다 헐어버리고
네가 거둔 매생이잖아, 흐르는 물에 잘 빨아 얼룩 하나 없이 하얗게 표백해 봐! 뜨거워도 김이 오르지 않는 나야! 태양은 실실 웃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매생이 속에 숨어서 또 하루해가 저문다 실눈을 뜨고 함께 맥없이 풀려진다.
(시감상)
매생이는 갈매패목의 녹조류다. 국이나 전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 영양식이다. 시인은 옆지기를 매생이로 생각한다. 첫 만남 이후 나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남자에게서 매생이 같은, 혹은 매생이국과 같은 다양한 삶의 전반을 경험하며 산다. 누가 누굴 선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같이 익어간다는 것이다. 너무 익어 무슨 맛인지도 모를, 하지만 습관처럼 뜨거운 매생이국에 입이 헐어가며 하루 끼니를 채우는 것이 인생이다. 서늘한 가을이다. 매생이국을 먹을 때마다 생각날 작품이다. 한때 뜨겁다는 것은 쉽게 식을 수 있는 것도 곁들여 배울 것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서정랑 프로필)
경북 안동, 계간 문장등단, 구미문학 예술공모전 대상, 문장인문학회, 시공간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