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방에는 사진만 올릴 수 있어서 이 곳에다 산행수기를 한 번 게시해봅니다. 카페지기님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보도된 일기예보의 예상과는 달리 차창 너머로 아침부터 간간히 야릇한 비가 부실부실 뿌리는 것 같다. 나는 어느 산악동회를 따라가나 계룡산 산행시에는 날씨가 완벽하게 좋은 날은 거의 없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징크스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산행지에 도착해보니 산행조건은 괜찮았다.
봄의 화사한 꽃을 지워 가루로 휘날리며 여름으로 너머가는 연실록의 게절,계룡산 매표소에서 신원사입구로 가는 길목에는 이름 모를 노란 야생화들이 숲의 기운과 함께 좋은 느낌들이 가슴으로 슬그머니 스며들었다.
날씨가 구름끼고 우중충해서 그런지 국립공원의 오월 일요일 치고는 신원사 쪽으론 관광객과 산꾼들이 좀 적고 고즈넉한 듯했다.
이 곳의 나뭇잎 때깔들은 맑고 깨끗해서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한여름 진검의 실록 빛이 아닌 여름의 길목에 들어 선 연초록 빛깔들이 싱그러운 냄새를 풍겼다. 이럭저럭 무질서하게 지멋대로 신원사 앞에 도착하여 눈길이 가는 쪽을 스캔해보니 그 절의 중심인 대웅전이 보였다.역사서에 나오는 백제인들의 모습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 절은 백제 마지막 왕 비운의 왕 의자왕 11 년에 普德(보덕)이가 처음 지었다고 전한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여러 번 다시 지었졌고, 지금의 대웅전 건물은 조선 고종 13 년에 普延(보연)스님이 재건한 것 이라고 한다.글고 동학사와 더불어 계룡산의 3 대 사찰 중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국가차원의 산신제를 지낸 중악단이 있는 사찰이다.중악단 앞 길로 지나가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건물 처마 밑 머리에 "중악단"이라고 한문으로 쓰여있는 현판이 쓸쓸하고 외롭게 보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계룡산 정기를 받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다.
소림원, 금융암 앞을 거쳐 보광원 앞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고 고왕암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길이었다.어떤 산님들은 아랫길로 선택해서 가는 분도 있었다.나는 물론 윗쪽을 선택했다.
고왕암은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듯한 전경이었다. 또한 천 년이 훨씬 지난 고찰인데도 싱싱해보였다. 이 작은 암자는 백제 의자왕이 命하여 지은 것 이고 당나라 소정방과 신라의 김유신이 침공하였을 때 백제 왕자 "융"이가 이곳에 피난하였다가 잡혔다 하여 "고왕(古王)암"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고왕암 앞길에는 이름모를 풀, 산꽃들과 나부끼는 나뭇잎새들이 답답한 도시에서 온 산꾼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하였다.고찰과는 달리 주위 분위기는 정말 싱그러운 청춘의 숲이었다.
계곡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산행은 후텁찌근한 공기라서 깔닥고개 만큼이나 힘이 들었다. 힘들게 중턱정도 올라갔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은 햇볕으로 가득 차 더욱 연녹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다. 가슴에 꽉 차있는 숨을 몰아쉬면서 연천봉 고개에 도착하였다.
비를 맞고 있으면서도 축축한 느낌보다는 아름다운 주위 경관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지난 해 만추의 계절에 다른 산악회에서 왔을 때는 낙조대가 있는 연천봉 정상을 찍고 문필봉,관음봉 쪽으로 향하였는데 이번에는 연천봉은 생략하고 곧장 관음봉으로 항하였다. 이 쪽으로 가는 산 능선이에는 울 고향 뒷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풀잎새들의 장관이 연출되었다. 파르라미 잎새들이 바람결에 나부끼는 모습이 바닷가 고운 파도처럼 너울거렸다.
길목에는 평평하고 넓은 장소도 있고 해서 배꼽시계도 아우성을 쳐 자리를 깔고 서로가 싸온 간식을 먹었다. 그 맛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일품이었다.
허기진 배도 채웠고 관음봉 정상에 오르니 넓은 시야와 희미한 운무 속에 연천봉, 문필봉,천황봉,쌀개봉,자연성능, 삼불봉 등이 한 눈에 확들어 왔다.
관음봉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청황봉은 그 아름다운 자태를 가히 누가 形言(형언) 하리오.
관음봉 정상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설명까지 잘 되어있었다. 계룡팔경 중 제 4 경이자 공주십경의 하나로 꼽는 "관음봉의 한운"_ 전망대에 앉아 정상 위로 바라다보니 보슬비가 떨어지고 아래 쪽으로는 뜨 다니는 운무를 비껴가는 초록의 묘미는 넋을 잃고 입가에서 詩語들이 절로 나왔다.
암릉길인 자연성능길을 따라 산행은 계속에서 벅차게 몽롱하게 자연의 신비에 도취되어 이어졌다. 위험하고 미끄러운 길이었다. 하지만 곳 곳의 조망권은 천하의 비경을 내가 다 가진 듯했다.
삼불봉 쪽으로는 기암괴석들과 명품 소나무들이 가슴을 달구어 뜨겁게 불태웠다.그저 조망권에 이끌려 저 신비의 숲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험한 능선길이지만 괴석들의 진수를 맛보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삼불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지난 해 가을에 산행했을 때는 그 산악회 예쁜 홴님들과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번 산행은 날씨 탓인지 별로 찍고 싶지 않았다.
헌데, 프랑스의 유명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신 고 Gaston Rebuffat(1985 년 사망)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산들이 시시각각으로 내보여주는 천만가지 즐거움을 하나도 거절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배척도 제한도 하지말고 그대로 받아드려야 한다. 굶주림과 목마름도 경험해보고 빨리도 느리게도 걸을 줄 알고 때로는 명상에도 잠겨본다. 예측할 수 있는 무한한 변화야말로 인생의 맛이 아닌가."
라는 이것을 힘들어 하는 산님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삼불봉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매탑으로 하산의 길을 택했다.
남매탑 앞에 있는 상원암 법당 앞으로 가서 나는 궃은 날씨에도 산행을 안전하게 즐겁게 해주신 산신령님과 부처님께 잠시나마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이 곳에서 개인사진과 단체사진을 몇 장 셧터하고 동학사 아랫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산길은 미끄러운 돌길이었지만 숲은 너무 아름다운 낙원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차량들이 몰려 많이 밀렸다. 차창 밖의 경치는 내 뜨거운 가슴에서 시어들이 우르르 나왔다.
비내리는 고속도로
일요일이라서 밀리는 가깝한 도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상행선 고속버스
왁자지껄거리는 버스 안 울 산님들
창 밖 너머로
빗속에 초록의 나뭇잎새들이
싱그럽게 나부끼네
계룡팔경 일부를 거닐고
돌아가는 산님들이
자연의 향기에 도취되고 알콜에 취해
마음들이 흥겨워 보이네
내 외로운 맘은 오직 山秀外에는
취할 길이 없어
더욱 더 외롭도다
산수만이 늘 내 마음을 달래여
산수에만 취해 버리니...........
<끝>
첫댓글 올리신글 잘 보앗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보리밭(박기철) 산행 수기 잘 봤씀니다
글 내용이 정말 훌륭 하네요
역시 실력 수필가 십니다
담에는 사진도 부탁 해도 될까요??
@진주(김경선) 과찬의 말씀!!
댓글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