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늘재-밀재 (2003.02.09)
산행: 나와 마눌 2명
코스:
늘재(07:35)-청화산970m(09:20)-시루봉3거리(09:35)-갓바위재(11:40)-조항산951m(12:45)-고모샘(14:00)-마귀할멈통시3거리(14:35)-849봉(15:10)-밀재(15:40)-벌바위(17:20)
9시간45분
교통비:
고속도로비 왕복 8,000원, 택시 벌바위-늘재 23,000원
새벽2시
잠을 깨어 02:35 집을 나섰다. 안개가 끼었다.
중부고속도로는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고 차들은
깜빡이등을 깜빡 거리며 긴다. 평균90Km를 유지하며
증평IC를 나왔고 길을 아는 괴산 방향으로 향한다.
수암리를 지나 고갯길 오름에 녹은 눈이 얼어 미끈
한다. 차는 좌로 우로 앞 대가리가 왔다 갔다, "아구
이거 쑤셔 박히는거 아닌가 ?" 걱정하는데 지가
알아서 제대로 간다. 속도를 줄여 3-40Km이하를
유지했고, 커브 길에서 저속 기어로 바꾸니 또
미끄러지면서 왔다갔다한다. "오늘 이거 날 잘못
잡았는데..." 한숨 쉬며 괴산에 오니 5:10경, 자주
이용하던 올갱이 해장국집은 아직 열지 않았다(5시반에
영업시작). 도시락을 먹기로 하고 문경방향으로 가다
쌍곡계곡 들어서는 길을 놓치고 이화령 쪽으로 한참을
가다 차를 돌려 되돌아 왔다. 깜깜한 밤에 쌍곡계곡
입구 길은 눈으로 덮여 유심히 봐야 알 수 있었다.
공원 매표소, 덕바위를 지나고 군자산밑 고갯길은
한없이 길어 보이고 구불구불 눈길이다. 고개
마루턱을 넘어 속도를 확 줄이고 보니 "아뿔싸"
그곳은 눈을 치우지 않아 일렬의 타이어 자욱만 패어
있었다. 가파른 내리막을 운명에 맡기고 저속으로
내려와서 화양구곡입구, 송면을 지나 청화산밑 늘재로
향한다. 고갯길은 점점 눈이 쌓여있고,
청화산농원식당에 차를 대고 보니 고개마루 까지
걸어갈 생각이 난감하다. "가볼 때까지 가보자"
고개까지 가서 차를 돌리고는 50여m아래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아침도시락을 먹는다. 스페츠를 차고 스틱을
짚으며 늘재로 향했다.
늘재(07:35) 사당왼쪽
등산로 입구에는 발자국이 많이 찍혀 있다. 오늘 안산
메카산악회에서 이 코스 산행을 한다는데, 이들이
지났으려니 하고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이들이 길을
안 내어 주었다면 어제 내린 눈을 내가 럿셀을
해야 할 판이었다. 눈은 점점 깊이가 깊어지고 걸을
때마다 빠지고 미끄러진다. 아이젠을 차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아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능선에 오르니
밝은 햇살이 보이며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글을 가져와야 했는데".." 햇살이 눈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오를수록 주위 조망이
내다보인다. 구름이 바다처럼 산을 휘감아 잠겨있어
마을이나 길은 보이지 않고 높은 산 중턱 이상만
보인다. 저 땅에 바닷물이 잠기면 그렇게 산이
섬으로만 남을 것이다. 골치 아픈 세상 그렇게 라도
감추어 버리면 평온하리라 생각도 해본다. 높은
능선에 오르니 전망 좋은 곳에 "호국소원비"를
제단처럼 세워 놓았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속리산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봉우리에 올라 또 앞에
보이는 더 높은 곳에 오르고 그곳이 청화산 정상이다.
속리산 천황봉, 문장대, 문수봉, 상학봉, 서쪽끝의
미남봉, 도명산, 북쪽의 대야산, 희양산, 남쪽 멀리
덕유산 능선까지 내다보인다.
사진을
박고 하산을 한다. 15분 정도 내려오니 우측 시루봉과
갈라지는 3거리 이다. 눈은 점점 깊어 바람이 눈을
몰아 준데는 125센티 스틱이 완전히 들어갈 정도다.
앞서간 산행팀은 용케도 길을 찾아 터놓았고, 깊은
곳은 가슴까지 차는 눈을 V형으로 파놓아 서있기만
해도 주르륵 미끄러진다. 마눌, 그냥 미끄러져
주저앉으며 눈썰매를 탄다. 천으로 된 스페츠 끈은
등산화 바닥에서 눈을 점점 뭉쳐, 단단한 돌덩이를
달고 다니는 것 같다. 간간이 멈추어 서서 칼로 이
눈을 제거해야만 했다. 스페츠 끈은 고무로 해야 한다.
고어텍스 등산화는 눈으로 덮혀도 물이 새지 않아
좋다, 그러나 얼마나 견딜지... 작은 봉들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갓바위재에 도착했다. 이정표는
조항산 50분을 가르키지만 눈길에 얼마나 걸릴지는
가봐야만 안다. 이곳에서 삼송리 의상저수지 방향(70분)으로
탈출한 발자국이 있고, 전방으로 난 발자국은 숫자가
줄어들었다. 눈길이 너무 힘들어 일부가 도중 탈출한
모양이다. 언덕을 오르고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저만치 사람 둘 막 바위 암봉을 넘는다. 30여분은
앞서가고 있다. 봉우리 두어개를 넘어 그 암봉에 오니
바위는 푸석돌, 잘못 잡으면 부서질 것만 같다.
조심조심 홀드를 잡고 눈 쌓인 내리막을 내려서면서
보니 4명이 조항산 정상에 있고 두명이 오르막을
오르는게 보인다.
조항산(12:45) 가파른
오름을 오르니 조항산이다. 대야산, 우측에 둔덕산(969m)이
큼지막하게 보인다. 조항산을 내려오는 길은 너무
가파르고 북쪽 그늘의 깊은 눈길을 한참 미끄러지면
가야 한다. 그늘 바람이 너무 차다. 완만한 능선길에
와서 바람이 멈춘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13:30).
평평한 좋은 자리가 아니고 나무밑 눈이 조금 녹은
경사면에 버너를 펴서 즉석육개장을 끓이고 밥을 넣어
죽같이 먹는다. 20여분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을
했는데, 30여분 내려가니 잘룩한 고개 고모령에 닿았다.
10m 우측에는 샘이 있는데, 물을 보충하자고 하지만
내려갔다 올라올 때 힘들까 바 포기한다. 300ml물을
아껴 마시면 될성싶다. 마눌, 시간도 그러니 여기서
하산을 하잔다. 그러나 왼쪽 길이 있음직한 곳엔
발자국이 없어 모르는 길을 찾아 가기 겁이 났다. 얼마
안가면 밀재인데 그곳에서 하산을 하자고 설득하여
다시 힘겨운 오름을 시작한다. 너무 힘든 눈길에 지쳐
탈진이라도 하면 ? 와락 겁이 난다. 30여분 속도를
조절하며 서서히 오름을 올라 3거리 봉에 도달한다.
우측은 이름도 해괴한 마귀할멈통시바위란다. 멀리서
보니 심술궂은 할멈 얼굴같이 보인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 849m봉에 올랐다.
그곳에서 대야산이 건너편에 보이고 그전 움푹 들어간
고개가 밀재이다. 큼지막한 바위 몇 개를 지나
급경사를 내려서니 밀재에 이제까지 우리 앞을 길을
내며 온 일행들이 보인다.
밀재 사람들이
꽤 많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아니
계속해서 소리쳐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않했어요?"
"우린 두 분이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봐 걱정했는데.."
동해에서 단체로 백두대간 타러 온 늦바람님 팀들로 04시
밤티재에서 시작하여 06시 늘재를 통과했단다. 그럼
안산팀은 오지도 않았구나. 밀재에서 대야산 쪽으로는
발자국이 없다. 그들이 쭉 럿셀을 해 왔는데,
대야산으로는 시간도 걸리고 길이 않나 있으니 가지
말라고 말린다. 오늘 목표인 버리미기재 까지 아무리
못잡아도 3시간을 예상해야 할텐데 눈길을 헤메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왼쪽 삼송리로 가자니 역시 길이 안
나있고 할수 없이 용추방향 다래골을 그들 뒤를 따라
내려선다. 월영대, 용추푹포는 얼음과 눈으로 덮혀
있어 별로 볼품이 없고, 벌바위전 식당가에 와서 "돌마당"
식당 아저씨를 불러 "택시가 여기까지 올까요?"
물으니 어디서 출발 했냐고? "대간을 하셨군요"
하며 대간꾼에겐 갖은 협조를 한단다. 커피에 귀한
술까지 내오지만 감기도질까봐 술은 사양했다. 너무도
좋은 분이다. 불러준 택시기사 또한 대간을 했다는
분으로 자세히 지리설명을 해준다. "오늘새벽
예약한 산행꾼이 모두 취소를 해 왔어요. 이 눈길을
오셨다니 대단하십니다". 기분이 좋았다.
돌마당:
심 만섭 사장님 054-571-6542
개인택시 최 영철 기사 011-46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