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시대가 활짝 열린 1980년대를 기점으로 영상과 음악의 경계는 사실상 서서히 허물어졌다고 볼 수 있다. 듀란 듀란(Duran Duran), 아하(A-Ha), 마돈나(Madonna) 등 탤런트형 가수들의 등장으로 시각적 압박 수위를 높인 뮤직비디오 마케팅은 순식간에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각 가정으로 침투했다. 특히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젊은 세대에게 가장 매력적인 매체로서 MTV는 최고의 상품 구매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영향은 세계 최대 자본시장 위에 군림하고있는 할리우드 영화계에도 확산됐다. 영화의 제작에도 다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뮤직비디오나 광고, 그리고 영화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졌고, 이에 따라 짧고 속도감 있는 영상편집과 최신식 기술을 통한 다양한 기법들이 영화에 도입, 실험되었다. 영화의 성향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영화는 더욱 대중적인 상품으로 변모했다.
팝 음악 역시 이러한 동향에 편승해 자연스럽게 영화로 흘러 들어갔다. 음악이 영상을 통한 대중화의 발로를 개척함에 따라 영화에서 팝 음악이 차지하는 영역은 능동적으로 확장되었다. 영화와 팝 음악은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로 발전되어 나가게 된 것이다.
<탑 건>, <퀵 실버>, <풋루즈>, <플래툰>, <오버 더 톱>, <플래시 댄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등 1980년대를 수놓은 대다수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당시의 팝과 록음악의 차지였다는 건 기성 영화팬들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연속해서 전개되는 영화의 장면들은 시대를 관통한 팝송과 함께 관객들의 기억 속을 파고들었고, 3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세기는 바뀌었어도 명화로 추억되는 과거의 유산들은 영화음악이라는 미명 하에 애청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
<스타워즈> 3부작에 비견할 만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1985) 시리즈의 1편 사운드트랙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할리우드의 피터팬으로 불리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원을 받아 수제자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가 연출한 S.F. 코믹영화로, <백 투 더 퓨처>는 극히 대중적이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있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타임머신'이란 매개체를 통해 스크린에 투영했고, 감성충만 당대 청춘시절을 보낸 영화팬들의 지적 관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저메키스 감독은 풍부한 상상력이 빚어낸 시각적 재미에 덧붙여 청각적 호기심을 확보하기 위해 영화음악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로맨싱 더 스톤>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누가 로저 레빗을 모함했나?>, <죽어야 사는 여자>,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왓 라이스 비니스>, <케스트 어웨이>까지, 둘은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막연한 사이. 영웅적인 브라스 팡파르와 강력한 스트링이 듣는 이의 아드레날린을 품어 올리게 하는 의기양양(意氣揚揚), 위풍당당(威風堂堂) 사운드, 오케스트레이션이 품어내는 실베스트리의 주제곡은 역시 언제 들어도 영화 속 긴장과 활력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력하다.
앨런의 스코어가 영화의 중심 테마를 관통하는 한편 이야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전하는 팝송들 또한 아주 제격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와 1980년대를 오락가락 하는 이야기 구성에 맞게 배치된 노래들은 보는 이의 감수성을 자연스레 스크린의 배경과 이야기에 젖어 들게 한다.
영화의 초반부와 엔드 타이틀을 장식했던 'Power of love'와 'Back in time', 마티가 1955년에서 현재로 귀환했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에릭 클랩튼의 'Heaven is one step away' 그리고 마티가 다스베이더로 변장하고 워크맨을 통해 폭발시킨 에드워드 벤 헤일런의 'Out the window'(1984년작 Wild Life 삽입트랙)는 1980년대 대중적 팝음악 정서를 대변하는 곡. 특히 당대를 호령하던 퍼브 록 듀오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가 부른 'Power of love'는 사운드트랙 곡으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주제가 상 후보에 오르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로큰롤의 태동기였던 1950년대 주된 영화적 배경을 책임진 노래들은 당시의 유행음악들로 채워졌다. 흑인 R&B와 두왑 보컬 그룹 송 그리고 로큰롤이 그 주인공. 1955년 'Roll with me henry'로 처음 소개됐으나 라디오 방송에 맞춰 'The Wallflower'로 제목을 바꾼 에타 제임스(etta james)의 R&B차트 톱 히트곡이 비프의 등장으로 곡이 갑자기 죽어버리는 카페장면에 사용됐고, 4인조 두왑 그룹 펭귄스(The penguins) 최고의 히트 싱글 'Earth Angel'가 'Night train'과 함께 영화의 종반부 댄스파티분위기를 이끈다.
3대 로큰롤 명인으로 꼽히는 척 베리(Chuck berry)의 대표 곡 'Johnny B Good'을 마티(마이클 제이 폭스)가 열광적으로 연주하는 장면과 이 사실을 전화로 척에게 알리는 순간은 최고의 압권이다.
그밖에도 국내에는 가사 때문에 삭제됐던 린제이 버킹햄(스티브 닉스와 듀오로 활동하던 중 70년대 중반 플리트우드맥에 영입됨)의 'Time bomb town', 포 에이시스(Four aces)의 'Mr. sandman', 페스 파커(Fess parker)의 'The ballad of davy crockett', 자니 에이스(Johnny ace)의 'Pledging my love'가 영화의 전개를 돕는 음악으로 사운드트랙에 적절히 사용되었다.
-수록곡-
1. The Power of Love
2. Time Bomb Town
3. Back to the Future
4. Heaven Is One Step Away
5. Back in Time
6. Back to the Future Overture
7. The Wallflower (Dance With Me Henry)
8. Night Train
9. Earth Angel
10. Johnny B. Go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