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 ‘강생이’, ‘지꺼지다’, ‘괸당’, ‘아시’, ‘ 새우리’ , ‘지실’ , 이 단어들의 뜻을 아십니까? 이것들은 각각 ‘할머니’, ‘강아지’, ‘기쁘다’, ‘친척’, ‘동생’, ‘부추’, ‘감자’를 의미합니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단어들은 유네스코에 의한 소멸 위기의 언어 중 하나인 제주어입니다. 제주어는 추자도를 제외한 제주도 전역에서 쓰이는 방언으로, 제주도에서 1950년대 혹은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로 구사합니다. 다른 지역의 방언과 달리 음운 체계, 문법 체계, 어휘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주 방언은 제주도민 이외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몇몇 제주도민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언어입니다. 하나의 지역어로써 제주어는 다른 사투리와 다르게 여러 방면에서 가치를 지니기에 ‘제주도방언, ’제주도말‘ 대신 ’제주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처럼 제주도 방언만 ’제주어‘라 부르는 이유는 한글 맞춤법을 중용하면서 한글 맞춤법과 다른 부분을 보존하고 이어나가자는 의미에서 비롯됩니다. 지금부터 제주어만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주어는 언어·역사적인 부분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언어가 이동할 때 자연적 장애물이 있으면 그 이상 이동을 할 수 없게 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언어가 달라집니다. 언어가 강원도로 갈 때는 대관령이 장애가 됩니다. 곧 그 동쪽은 영동 지역이 되고, 언어는 영동방언이 하며, 그 서쪽은 영서 지역, 영서방언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언어가 제주도로 이동할 때는 제주해협이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제주해협은 추자도와 제주도 사이의 해협을 말하는데, 추자도까지가 전라방언이 되고, 그 이남인 제주도는 제주방언이 됩니다. 그러니 제주도에는 새로운 말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자연 예전의 언어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국어사 또는 국어방언학에서 제주방언을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주어는 후설 원순 저모음 ‘ㆍ’가 존재한다는 점과 ‘ㅟ, ㅚ’가 이중 모음으로 발음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중부 방언과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덥 (여덟) , 름 (열매) ’ 등에서처럼 ‘ㆍ’가 연속적으로 발음되는 이중 모음 ‘ㅣ’가 단어의 첫 음절에 한하여 실현된다는 점에서는 다른 방언과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음장이나 고저(또는 성조), 강세 등의 운소는 변별적 기능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제주어는 다른 지역의 사투리와는 달리, 고어가 많이 보존되어 있고, 차용어도 많습니다. ’마(장마), 잇다/이시다/싯다/시다 (있다), 하다 (많다), 우테 (위에) 등은 중세국어의 어형으로 남은 제주어 단어입니다. 고어의 예로 ‘남,낭’은 표준어 ‘나무’에 해당하며 중세국어 ‘나모’의 어형이 남아있습니다. 즉, ‘나모’가 격조사와 결합하여 ‘남기’가 되고 이때 ‘남’ 어형을 제주어 화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궁기(구멍)’은 노인층에서 간혹 들을 수 있는 어휘로 지역에 따라 ‘굼기, 고냥, 구녁, 고망’ 등으로 쓰입니다. 중세국어로는 ‘구무’이며, 여기에 격조사가 결합하면 ‘굼기’가 되는데 이때 중세국어 ‘굼기’가 제주어에 살아있습니다. 제주어 ‘감저’는 중세국어 ‘감져’에 해당하며 표준어로는 고구마입니다. 또한 중세국어 ‘딤치’는 ‘짐치’에서 김치로 변화하였는데, 지금도 제주어 화자들은 ‘짐치’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제주어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아래아(ㆍ), 반치음(ㅿ), 순경음 비읍(ㅸ) 등이 남아있는데, 특히 아래아는 16~18세기에 걸쳐 현대 표준어에서는 거의 손실되었지만,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모음 중 으뜸으로 취급된 중요한 발음입니다. 18세기에 아래아(ㆍ)가 'ㅏ'로 발음되어지면서 발음이 문란해지고 모음 체계가 혼란스러워졌지만,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고 문란해진 발음 체계를 정립하는데 기준점 역할을 하는 제주어는 훈민정음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처럼 제주어는 15세기 언어 모습이 남아있어 언어·역사적 가치가 큽니다.
제주어는 또한 문화적 가치로써 인정됩니다. “이여나 이여나 / 요 넬 젓고 어딜 가리/진도나 바당 항구로 나게 / 요 네착을 심어사민 / 어신설움 절로나네 // 이여나 이여나 /혼착 손엔 테왁 심엉 / 착 손엔 비창 심엉 / 질 두질 저승 길에 / 저승건 당 말리나 강산” . 지금 들려오는 이 민요 ‘이어도사나’ 가사 중 일부분입니다. 제주민요의 한 곡인 ‘이어도사나’는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부르는 구전민요로, 이별이 없는 영원한 이상향에 대한 바다여인들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도사나’를 포함해 ‘오돌또기’, ‘산천초목’, '봉지가‘ 등의 제주민요는 제주도 여성들의 가사, 각종 생활고, 시집살이의 고됨, 남편과의 갈등 등 실생활의 모든 면면과 제주어의 풍광을 제주어 가사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애기상군 (물질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이 가운데 물질 기량이 나은 아이) ‘,’똥꾼(물질하는 기량이 좀 떨어지는 해녀)‘, ’대상군 (물질하는 기량이 아주 뛰어난 해녀) ‘ 등의 해녀방언은 해녀를 부르는 이름, 채취물, 도구 등이 논의 대상이 되어 제주해녀들만의 문화로써 가치를 지닙니다.
’낳기 궂인 애기 낳기도 궂나 (임신하기 나쁜 아기 낳기도 나쁘다)‘, ’비린 사름은 제 안 본다(부정한 사람은 제를 보지 않는다) ‘는 각각 임신했을 때와 집에 제사가 있을 때의 조심스러운 몸가짐을 이야기하는 제주 속담입니다. 이는 제주에 전해 내려오는 일생에 관련된 속담이 제주어로 전승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제주어 속담을 통해 제주 도민들은 삶의 지혜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제주어는 또한 <설문대할망>, <자청비>와 같은 설화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제주어로 쓰여진 설화는 읊조리는 사람에 따라 강조하고 길어지는 부분들이 다르게 됩니다. 제주어 사투리의 특징 상 소리로 전하는 분위기마다의 감수성이 다양성을 가졌는데, 그 다양성 속에서도 커다란 핵심정신은 잃지 않고 전해져 왔습니다. 제주인들은 제주어로 이루어진 설화를 통해 참된 제주정신이나 죽음에 대한 의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주어는 제주의 문화를 드러내는 어휘로써 사용될 수 있는데, 그 예로는 ‘자청비’, ‘설문대할망’, ‘모자반국’, ‘정낭’, ‘곶자왈’ 등이 있습니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며, 다양한 생명체를 품고 있는 자연의 보물창고인 ‘곶자왈’은 숲이라는 의미의 ‘곶’과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로써, 전 세계에서 오직 제주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숲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제주어로 표현한 단어입니다. 제주 문화에 녹아있는 문화어를 제주어에 접목시켰을 때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처럼 제주어는 다른 지역의 방언들과는 달리 제주어만의 언어·역사적 그리고 문화적인 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가치를 지닙니다. 이러한 제주어의 독자적인 가치들은 제주어 보존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고, 제주어가 소중한 언어유산임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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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의 가치.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