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6. 월요일
딴지상업인증소
그동안 외국의 와인 빈티지는 줄줄 외워대면서, 정작 우리의 전통주에 대해서는 촌스럽다, 맛이 없다며 등한시 했던 독자 제위여. 여기 잠깐 주목 해 주시라! 맛도 좋고, 값비싼 외국 와인과 견주어도 한 점 손색없는 우리의 술이 왔다. 이름도 참으로 곱고나! 오늘 소개할 상업인증소 제품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술, 바로 자희향 이야.
자희향은 크게 탁주와 청주 두 가지로 구분 되어지며 그 이름만큼이나, 요염하기 그지 없는 여인의 술이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겠어. 막걸리가 거친 남정네의 앞섶을 풀어 헤친 느낌이라면, 요 자희향이라는 것은 쫀득쫀득하며 입에 찰싹 붙는 그 맛이 마치 여인의 느낌이라는 거지. 기존에 접해왔던 막걸리나 청주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그런 맛이라니, 궁금하지 않나?
먼저, 자희향의 맛은 참으로 오묘롭고 다채해. 탁주나 청주가 더 이상 외국의 유명한 술보다 뒤진다는 열등감은 이제 그만 버려도 좋겠어.
두가지 술을 다 맛본 경험을 털어 보자면, 먼저 탁주는 뽀얀 흰색을 띄고 있는데 독특한 과일향이 미묘하게 올라와. 누룩향이니 뭐니 안 좋은 냄새가 아닌, 진짜 과실에서 느껴지는 향이랄까. 질감은 마치 농축된 요거트처럼 걸죽하고 목으로 넘기면 단맛이 입속을 적셔. 혀끝에서 느껴지는 탁주의 짜릿한 맛은 술을 먹는 다는 느낌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상상을 하게 해줘. 한 모금 넘기고 나면 그 농염하고 풍부한 맛이 입속에 가득 들어차니, 이거 진짜 물건이야.
이에 비해 청주는 탁한 탁주와 달리, 맑고 화사한 맛이 입속을 채운다. 마치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은 상상에 빠질지도 몰라. 목넘김이 가볍고 먹고 난 뒤에는 역시 탁주처럼 과실향이 우아하게 풍겨. 두 종류의 술은 일반 술에 비해 단맛이 강한 편인데, 이 단맛은 어떤 첨가물을 넣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쌀과 물 그리고 천연누룩이 만들어낸 자연의 맛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야.
사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그 막걸리들! 그게 어디 진짜 우리 전통술이기나 한 거냐? 솔직히 말해서, 우리 민족이 원래 맛있는 술 잘 빚기로는 어디가서 빠지질 않았는데 언제부터 입맛이 요지경에 이르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만, 지금 먹고 있는 시중에 떠도는 막걸리들! 그거 다~ 일본식이라고.
<긴말 하지 않겠다… 일본식이라고>
뭔말인지 통 감이 안와? 왜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 잘 설명 해 줄테니 사연 한번 들어바바.
사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전통 한국식 도가들은 거의 그 명맥이 끊기거나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 그리고 들어서게 된 것이 바로 일본식 양조장들이지! 지금도 한국의 전통 양조장이랍시고 나오는 옛 도가들은 대부분 일본식 구조를 띄고 있는 곳들이니 할 말 다했지 뭐야.
우리가 맨날 웰빙이네, 전통이네 어쩌며 마시는 막걸리들도 알고보면 사실 그 근원은 다 일본식이라는 거지! 어휴, 하여튼간에 요 집요한 쪽바리 놈들은 온통 산에다가 철말뚝 박아놓은 걸 로도 모자라서 요로코롬 우리 들의 깊숙한 음주가무 부분까지 침투해 있단 말이야.
일본식 도가에서 일본식 누룩을 사용해서 일본식으로 술을 빚었으니, 그게 일본술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고. 좀더 쉽게 말해주께. 일본에서 태어나서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일본 천황한테 머리숙여 인사하는 일본식 예의범절을 가졌으니 그게…일본인 아니면 뭐냐는 논리랑 비슷하지.
정종알지? 그거 무슨 좋은 우리 술인지 알고 퍼 마시는데, 차례나 제사때마다 조상들께 한잔씩 올리잖아,안돼! 그거 안돼! 말 나온김에 정확히 짚고가자. 정종은 일본의 수많은 사케 브랜드중의 하나야.(마사무네) 한마디로 일제시대때 한국에서 히트한 일본 술 브랜드가 현재에는 마치 술의 한 장르인 것처럼 인식되어 우리의 얼이 담긴 차례상에 올려지고 있는거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또 있어. 제사나 차례 끝나고 술을 데워먹는 것인데, 이거 완전 일본식이거든. 일본은 음식이 차가워서(회) 술을 데워서 먹어야 어울리고, 한국은 음식이 따뜻해서(밥, 국) 차갑게 먹는 것이 맞는 건데 마치 으레 그래야 되는 양 일본식으로 먹고 있으니 허 참…
차례상에서 술은 향과 비슷한 역할을 해. 후손들이 밥같이 먹자고 하늘에 계신 조상신을 부르는 역할이야. 그럴려면 향이 좋은 우리술을 올려야 하지 않겠어? 향도 맛도 없는 게다가 일본술을! 젯상이나 차례상에 아무 거리낌 없이 올렸던 내 모습을 뒤 돌아보니 참 씁쓸하네. 모르는게 죄지 뭐.
우리 고유의 기술이라 함은 국내산 햅쌀을 주재료로 해서, 국내산 생밀을 굵게 갈고 성형하여(원이나 네모로) 한달이상 자연 발효시켜 만든 누룩(전통누룩)을 발효제로 사용해야 우리 술이라고 제대로 인정할 수 있어.
여기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채, 오로지 물만을 비율에 맞춰 적절히 배합하고 옹기에서 최소 30일이상 발효시켜 술을 빚어야 하니, 술 하나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그 과정이 참으로 정성스럽고 힘들지? 쌀 하나를 씻는데도 여간 공이 들어 가는 게 아냐. 찬물에 40분이상 씻어내고 술을 만드는 모든 전과정을 기계없이 일일히 사람의 손으로 한다고. 그래서, 자희향은 많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생산량이 적은 술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정성을 다해 빚어진 술들이 옹기에 담겨진 채로 발효중>
<자희향 탁주 거르기>
<자희향 청주 채주>
사진으로만 봐도 일반 술과는 달리 하나하나 사람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옛날 방식 그대로야. 헌데, 이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제맛이 나질 않는다니 대량화시켜 생산하기도 힘들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술을 만들면서 어려운 단계는 생략해버리고 쉽게 쉽게 해 버리기에 딱 적합한 술이 바로 이 일본식 누룩- 입국을 사용한 술이라는 거지. 우리 술은 제대로 만들려면 그 어떤 단계도 어렵다고 함부로 넘어가선 안된다고. 심지어 술을 보관하는 발효조 마저도 옹기를 사용 해 줘야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빚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 이렇게 약 최소 40일은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맛의 훌륭한 명품술이 만들어진다는 거야. 참고로,자희향의 숙성기간은 90일이야.
헌데, 지금 시판중인 술들? 그거 다 일주일 짜리야. 일주일 만에 술을 만든다는 말은 지나가는 똥개도 웃을 말이지 뭐람. 일주일에서 10일만에 술을 만들어내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의 막걸리가 유일할거야. 그런 깊이 없는 술에 무슨 향과 맛이 있고, 문화가 있을수 있겠어. 막걸리 세계화? 쫌 챙피한 일 아닌가?
거기다가 요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는 90%이상이 국산 햅쌀이 아닌 수입산 재고쌀을 주 재료로 전통 누룩이 아닌 개량 누룩(일본식)을 발효제로 사용해서 만든 술이야.그러면 당연히 맛이 없으니까, 단맛 내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하여 발효조(스테인레스통)에서 최대 7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기 때문에 당연히 맛이 떨어져. 입국의 균 자체가 단일균으로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지.
비유 하자면, 오뜨 꾸띄르가 우리 자희향과 같은 술이라면, 일본식 입국술은 거기에 비유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기성품이 라고나 할까. 여태껏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술이 최고네, 막걸리가 최고네 웰빙이네 하며 먹었던 걸 생각하니 분통이 터지더라고.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 들(유기농쌀 같은)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일볻식 입국을 사용한다면 그 술은 맛이 없다고 여기서 정확히 말해줄께. 그리고 제 아무리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도, 입국을 사용하여 만든 술은 니미 맛이 다 똑같아.
참고하자면, 된장의 경우도 술과 똑같아. “일본된장 미소”와 “한국 전통된장”의 차이랄까. 여튼간에 정리해보자면, 일본은 배양한 단일균으로 술과 된장을 만든다. 한국은 자연의 무수한 곰팡이와 균이 만든다.맛과 향, 효능이 어찌 자연을 따를 수 있으리오.
여기서 잠깐! 아스파탐이 뭐냐고? 거진 시판되는 모든 막걸리에는 다 이 아스파탐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돼. 우리가 흔히 막걸리를 먹으면 느끼는 달달한 맛을 내도록 만드는 성분이지. 달기가 설탕의 200배이면서 질감은 설탕과 비슷한 식품 첨가물이야
베트남전때 고엽제를 생산했으며, 석유에 이어 식량자원을(유전자 조작-GMO) 통한 세계지배를 꿈꾸는 미국의 대형농업회사 몬산토가 특허를 갖고 있었고 지금은 그것이 풀려 전세계 9,000개 이상의 업체에서 생산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길들여버린 것이 바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야. 부작용? 당근 많지, 하지만 모든 식품첨가물이 그렇듯 숨기고 있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고. 감정절제가 안된 다거나(특히 유아), 미각의 둔화, 특히 당뇨 질환이 있는 사람은 특히 경계해야 해.
<자희향은 2번 빚는 이양주이며, 첫번째 밑술은 위와 같이 불린쌀을 빻고 일정량의 뜨거운물을 부어가며 치대서 만든 범벅으로 만들고, 두번째 덧술은 고두밥으로 빚어. 느긋하게 있다가 뜨거운 물이 약간 식어버리면 뻑뻑해져서 치대지지가 않아. 그래서10분안에 끝내야 하는데, 이 작업이 글쎄 어깨가 빠질만큼 힘들어. 그렇다고 물량을 늘리면 큰일나.자희향 맛이 안나>
일본식 입국을 사용하면 술 만들기가 엄청 쉽고, 실패할 염려도 거의 없는 대신 맛과 향 자체가, 전통식으로 만들어진 우리 술과는 비교할 처지 자체가 못 돼. 반대로 우리 전통누룩은 성공만 하면 술맛이 좋지만, 제조법과 컨트롤이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야. 전통누룩을 사용하느냐, 일본식 입국을 사용하느냐는 문제는 좋은 술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 첫단추를 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해.
어디 세상일이 그리 쉽고 만만하든? 맛 좋고 향 좋은 술을 만드는 건 그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왜 장인이 있고 명품이 있겠어. 그만큼 많은 시간과 고통을 수반하는 작업이라고. 어려운 걸 자꾸만 쉽게, 빨리빨리 하려다 보니까 우리 세상일들이 자꾸만 탈이 나는거야. 술 빚는 것도 그거랑 다를거 하나 없어. 질 좋은 재료로 정성과 노력을 다한다면 좋은 술이 탄생하는 거야.
술은 술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문화산업이잖아, 우리에게도 쌀을 이용하여 와인이나 위스키같은 세계적인 술을 만들 수 있는 양조 기술력이 있어. 물론 쉽지는 않아, 고독하고 힘든 길이야. 그런데 일제시대 이후, 입국을 이용한 왜곡된 양조법이 어느새 우리 술산업의 기득권이 되어 우리의 나아갈 길을 딱 가로막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뭐가 잘못되도 잘못 된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술의 레시피를 문헌에서 복원시키고 지금껏 전통주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박록담 선생과 같은 장인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의 술은 아직도 그 명맥이 끊긴 채로, 우리식으로 둔갑한 일본술이 그저 최고인줄 알고 살아왔을 지도 몰라.한국술의 복원을 위하여 지난 25년간 빚은 쌀의 양이 자그마치 10톤트럭 7대 분이며 그결과 복원에 성공한 한국술의 종류는 600여종이 넘고, 해당 자료들은(레시피, 사진, 술) 현재 서울 녹번동의 (사)한국전통주연구소에 있어.
<박록담 장인-우리술의 복원 과정에 열심히 설명 중이시다>
한국 전통주연구소에서 직접 박록담 장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깐깐함과 집요함이였어.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바닥을 칠 만큼 무수한 좌절 속에서 사제를 털어 우리 전통주 연구소에 한평생을 바쳤다는 것. 단순히 문헌의 기록에만 의지하지 않고, 수많은 현지답사를 통해 그 맛을 완성시켜 나갔다는 점은 문헌해석 수준에서 주둥아리로만 이루어졌던 우리술 연구과정에 비추어보면 여지껏 전통주 연구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임에 분명해.
그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 전통주와 관련된 문헌과, 샘플로 만들어진 술병을 통해 그가 얼마나 우리 술에 전념했는지 잘 알 수 있었거든. 선생은, 이 전통주 연구에 25년이 넘는 시간을 바친 인물이야. (Daum의 한국전통주연구소 카페에 가면 보물 같은 정보들을 구경할 수 있어) 명맥이 끊긴 우리술을 조선시대 문헌인 양주방과 음식디미방등의 자료를 근거로 수백가지가 넘는 술의 맛을 재현해냈고, 그 기술력을 토대로 더욱 업그레이드 시켜 만든 것이 바로 이 자희향인 것이지. 스스로 그 향을 즐긴다는 뜻의 자희향은 그의 수제자인 노영희씨가 전라남도 함평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 술의 상품화 기간만 약 5년 걸렸어.
<그가 개발한 수백종의 전통주 샘플과 사무실 안을 꽉 채운 전통주 관련 자료들,저런 술샘플이 5배는 더 있어>
단순히 꿈꿈한 누룩향만을 이야기하는 나름 전문가들 틈바구니에서 우리 술에서도 좋은 향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직접양조라는 방법을 통해 입증하기까지 그가 한 고생은 이루말하기 힘들 정도야. 거듭되는 실패와 연구를 통해 우리 술에도 꼬냑이나 와인 못지 않은 고급향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내고 결국 복원에 성공했지. 헌데 전통주를 복원하는 것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기껏 개발한 우리의 술이 마땅한 홍보 대책도, 국가의 지원도 없이 쓸쓸히 묻혀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워 죽겠어.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우리 술을 지켜나가자고 입바른 소리만 하면 뭐해, 번번히 지원해주는 것들은 일본식 막걸리들 뿐인걸.
게다가, 전통주 판매를 촉진하자고 말만 해놓고정작 전통주 인터넷 쇼핑몰 구축은 어찌나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들게 해놨는지 몰라. 다들 자기들 배속 채우는데만 눈이 뻘개져 가지고 인터넷 구입을 위해서는 성인인증이 필요하며, 이는 일반인증서가 아닌 4,400원짜리 범용공인인증서가 필수이며, 이 시스템을 60만원짜리 쇼핑몰에 장착하는 비용은 장장 1천만원에 이르러.
이 시스템 안붙이면 쇼핑몰 오픈 자체를 허락 안해준다니 정말 짜증 지대로네. 한번 해보겠다고 이 난관을 뚫었는데 홍보도 안되니 참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어. 참고로 영세한 수제 전통주 업체에게 1천만원이란 돈은 4대강 예산만큼 어마어마한 돈이야.
<이미 사이트까지 다 오픈되어 있는데, 홍보가 안되서…>
우직하게, 우리의 전통주만을 지켜내오다 보니 사실 상업적으로 셈에는 능하지 못한게 사실이야. 그래서, 딴지가 직접 나선게 아니겠음? 상업인증소가 발굴하고 자신있게 소개하는 우리의 술 자희향. 화끈하고 감칠맛 나는 피니쉬와 향이 인상적인 자희향 탁주, 맑고 입속에 감도는 청아한 맛이 일품인 자희향 청주.
이제, 진짜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만나볼 시간이다. 올 설 선물은 자희향 탁주,청주 세트로 가자, 글고 차례상에 자희향 청주 올리는 거 꼭 잊지 말고.
딴지상업인증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