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로 정년을 했습니다.
다시 어린이들 곁에 있게 됐습니다.
여기는 진도의 끝자락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입니다.
작년에 담임했던 어린이가 있는 목포미항초등학교 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다시 세상을 보는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작년 3-3반 어린이들에게
정말 시간은 빨리 간다.
너희들하고 헤어진지가 벌써 한달이 되어가는구나.
어떤 때는 너희들이 나를 부르는 환청이 있어 멍하니 정신을 놓고 꿈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한마디로 사랑했던 너희들이었는데 이젠 멀리 떨어져서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구나.
너희들도 그동안 바빴겠지?
4학년이 되고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을 뵙고 환경이 바뀌어 낯설고 좀 어색하고 친구들도 새롭고 이젠 어느 정도 많이 적응이되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겠지?
이름을 부르고 하나하나 얼굴을 떠올려본다.
너희들이 마지막 과제로 선생님한테 쓴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도 흘렸다.
그렇게 퍽퍽 울던 우리 박승훈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승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짜안하다.
륜정아?
수민아?
우진아?
채연아?--광주로 전학을 갔지. 가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어. 채연이 필통만 선생님 방에 덩그만이 있다.
해성아?
가영아?
경리야?
세린아?
혜린아?
이솔아?
예빈아?
찬란아?
우정아?
희윤아?--희윤이도 많이 보고 싶다. 많이 많이 사랑했는데 그만 떠나고 말았지.
그리고
정현이
성훈이
주영이
원빈이-원빈이는 가끔 문자도 보내고 참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지. 남악으로 전학을 갔어.
민준이
승훈이
경수
규형이
명준이
준용이
태규
유성이
화범이
동혁이
또 미국으로 간 재형이
전학온 준범이--화범이하고 같은 반을 만들어 줬는데 같이 공부 열심히 하고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야한다.
선생님은 지금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의동초등학교에 있다.
1.2학년이 복식수업을 하는데
1학년이 2명
2학녕이 1명 이렇게 한교실에서 공부를 해.
꼭 선생님이 어렸을 때 자랐던 그런 환경같다.
물론 그 때보다는 ******급한 일이 생겼다. 또 쓰마.
3월 17일
어제는 쓰다말고 바쁜 일이 생겨 다른 일을 봤단다.
관사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아침에 나와 다시 너희들을 만난다.
우리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22명이란다. 모도 분교가 있는데 그곳에 2명이 있어 그래서 본교하고 분교를 다 합해야 24명이지.
아마 너희들은 상상이 되질 않는 그런 학교일지도 모른다.
이 학교는 허정무 전 감독이 다녔던 초등학교야. 허 전감독의 동네앞을 지날 때면 허전감독의 큰 사진이 걸려있어. 아이들도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일학년 학생도 3.4학년들하고 같은 팀을 이루어 축구를 하는데 잘 해.
사랑하는 작년 3-3반 어린이들아?
교실에서 보면 파아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어.
이번주말 18.19.20일 바다가 갈라진대. 해마다 축제를 했는데 금년에는 구제역 때문데 축제를 생략한다더구나.
뒷쪽으로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앞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아주 좋은 장소의 학교야.
조그마한 고개를 넘으면 신의면 면사무소가 있는데 그 동네가 백구마을이더라.
백구마을 앞에 보신탕을 하는 집이있어서 참 아이러니해.
길거리에 돌아다는 개가 모두 진도개처럼 느껴져. 우리 학교앞에도 개를 많이 묶어놓고 길러.
선생님 산보코스에는 산소들이 많아.
고려개국공신인 신숭겸후손들의 묘를 너무도 잘 단장해 놓았더라.
신씨. 허씨. 박씨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우리 반은 1.2학년이 같이 공부하는데
1학년에는 남학생 박두혁 여학생 허예린. 2학년에는 여학생 신소연이 그래.
아이들이 순박하고 소리지를 일이 없어.
공부도 잘해. 그래서 소연이한테는 좀 힘든 공부를 시키고 있지. 단원이 나아가는 대로 문제지를 뽑아 문제를 풀어주고 있는데 수학은 영락없는 100점이야. 심화문제도 척척풀어.
그래서 카이스트에 가서 공부를 하라고 꿈을 심어주고 있지. 이소연 언니도 카이스트 출신이라고....
그런데 그아이 꿈이 요리사래.
꿈은 바뀌니깐 ........가슴에 아름답고 웅대한 꿈을 지니고 자라가도록 노력해주고 싶다.
선생님 생활은
아침에 일찍 나와
아이들이 몇명안되니깐 도서관에 다 모여.
30분정도 영어. 역사 기타 종합특강을 해.
그리고 1교시가 시작되지.
선생님 마음은 너무도 행복하고 평안해.
4교시가 끝나면 도서관으로 와서 아이들하고 같이 책을 읽어
커다란 책임도 없고 특별히 맡은 업무도 없으니 마음이 한가롭고 차분해.
퇴근해서 관사로 돌아가면 헤드폰을 쓰고 산책을 해.
바다가 보이고
산이 있고 아담한 학교가 보이고
집에서 소곤소곤 꿈이 영그는 소리가 들려.
바다에서는 살아가는 뱃고동 소리 엔진소리가 들리고 삶의 내음이 물씬 나.
선생님은 이렇게 살고 있다.
너희들은 4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꿈과 계획을 가지고 생활하겠지.
선생님도 4학년 때가 있었어.
11살 때였지.
아버님이 군에서 예편하고 나오셨지.
온몸이 모두 전쟁통에 다치신 몸으로 돌아오셨어.
일도 많이 했고 공부도 죽어라고 시작했던 시절이 아마 11살 초등 4학년 때라고 생각된다.
너희들도 이젠 꿈을 영글도록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만한 나이가 됐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부모님이 가장 너희들을 사랑하는 분이시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좋은 책을 읽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점심시간에 세명을 앞에두고 식사를 한다.
꼭 식사전에 기도를 한다.
세명의 이름을 부르고 하나님께 꼭 이 세명의 어린이 기억해 주시고 건강하고 꿈을 이루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하나님이 꼭 붙잡아 이끌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한다.
선생님은 이 기도가 반드시 하나님께 도달해 기도대로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너희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니 꼭 선생님의 기도를 들어주시리라 확신한다.
작년의 3-3 어린이들아?
어디에 있던지 선생님의 기도소리를 듣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거라.
기회가 있으면 또 소식전하마.
부모님께도 안부전하고
답글을 보내주면 얼굴을 그려보마.
날씨가 차다.
감기 조심하고 ...............................
안녕
너희들을 사랑하는 안치운 선생님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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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여!!
여기는 진도의 끝자락입니다.
아주 멀리 멀리 세상을 등지고 있는 듯 합니다.
항상
고요가 잠들어 있습니다.
주변도
바다도
학교도
교실도
아이들 목소리까지 조용합니다.
도시의 소란과 번잡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행복이란 것이 따로 있겠습니까?
고요와 평화가 깃든 마음의 둥지를 가지면 행복이겠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뜻 이루시길 빕니다.
천리도 더 멀리있는 벗이 그리워하며. 안치운 드림.
첫댓글 스승의 사랑을 깊이 느끼며 자랑스럽게 생각하오. 그간 수고 많았오.
안선생님과 함께 꿈을 키운 그 어린 학생들이 언젠가는 나라의 기둥으로 성장할 것이네 그리고 한사람의 훌륭한 스승이 여러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작은 변화의 진동으로 작용했을테고 그 역할 계속 이어가기를 기원하네
글 속에서 제자들을 사랑하는 센님 맘이 물씬 물씬 묻어 납니다.
안센님 안내로 유달산에 올라 목포시내를 내리다 보며 즐건 시간을 가졌던 게 엊그제 같이 아직 생생한데...
내외분 건강하시고 향기나는 진도얘기 마니 들려주길 바랍니다.
감격스러운 스승의 덕목을 펼침이 메마른 삶에 따듯한 온기를 채워줍니다. 정말 멋지고 아름답소. 감사랑하오.
이 나라에 안샘 같은 샘만 있다면 인성교육이 따로 필요 없을텐데 행복 해 하는 안샘이 부럽고 자랑스럽소. 재임 중 꼭 진도에 한 번 가고 말꺼야.
선생님의 상 을 볼수있어 자랑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