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혁신과 초심
홍덕기(경상대학교)
2019년 한 해 대한민국 스포츠 분야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1월 초부터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언남 고등학교 축구부 전 정종선 감독의 횡령을 비롯한 학부모 성폭력 사건 등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들은 어느덧 언론과 국민들에게서 잊혀지고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사실 스포츠 분야의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사건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 높아졌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일의 반복은 안타깝게도 스포츠계에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의 활동은 익숙한 풍경에 어느 정도 균열을 일으켰다. 단적으로 정부가 스포츠계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스포츠분야의 낡은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는 올해가 스포츠계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즉,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를 통해서도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으면, 아마도 평생 스포츠계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들을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활동 시간도 한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7차례에 걸쳐서 권고를 하였고, 각 권고에 대한 이행상황 점검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결실이 보이는 권고도 있는 반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권고들도 산적해 있다. 현장의 반응은 기존 체육계의 관성과 맞물려 다양하게 터져 나온다.
“체육이 원래 그렇지.”, “좀 맞아가면서 하는 게 뭐 어때서?”, “현장의 지도자들 싹 다 죽이려는 거지”, “체육인이 범죄자도 아닌데 너무한 거 아냐?”,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 “아이가 원하는 운동 시켜주려 한 것뿐인데 너무 후회되요...”, “이번을 계기로 체육계가 꼭 바뀌길 바랍니다.” 등등.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에게 스포츠는 그동안 어떤 의미였는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 그리고 “모두를 위한 스포츠는 과연 언제쯤,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