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화살을 맞은 관우
뼈 깎는 고통 참은 관우 오른팔 잃은 넬슨 제독 중상 이긴 용장의 재발견
방탄복 입어도 팔다리는 무방비
전쟁 중 부상땐 ‘환자 이송’ 우선
의무인력 ‘전투부상자 돌봄’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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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독 제거 수술을 받고 있는 관우.삽화=김성욱 |
독상 입은 관우를 치료한 명의 화타
원·명 교체기에 나관중(1330∼1400)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명의 화타(141∼208)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關羽)를 치료해 준 이야기가 전해진다. 관우가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연히 마량(馬良)과 바둑을 두면서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사인 진수(233∼297)의 ‘삼국지 촉서 관우전’은 소설과는 다르다. “관우는 날아온 화살에 팔을 관통당한 적이 있었다. 후에 상처가 낫긴 했으나,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엔 통증이 몹시 심했다. 의원이 이르기를 ‘화살촉에 독이 있어 그 독이 뼛속으로 파고들었소이다. 팔을 절개하고 뼈를 깎아내 독을 제거한 뒤라야 통증이 없어질 수 있겠소이다’라고 했다. 의원에게 자신의 팔을 내민 관우는 그것을 가르라고 했다. 그때 마침 관우는 여러 장수를 불러놓고 주연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팔에서 흘러내린 피가 쟁반에 가득했다. 그러나 관우는 고기를 뜯고 술잔을 당겨 마시며 태연자약하게 담소했다”라는 내용이다.
정사에서는 관우를 치료한 의원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원이 화타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화타는 이 사건(건안 24년)이 일어나기 11년 전인 건안 13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 의원은 동시대의 인물 중 명성 있는 외과 의사였을 것이나 정사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화살에 맞은 팔의 경우 고름 제거술과 죽은 조직 제거술(debridement)을 시행한 데 반해, 팔다리에 총상을 입었을 때는 총알이 주요 혈관을 관통했을 경우 실혈로 사망할 위험이 있으므로 총상 부위보다 윗부분에 지혈대를 감아 지혈한 다음, 즉시 출혈하는 혈관을 찾아 묶고(ligation), 총상 부위보다 먼 쪽의 팔다리는 절단하는 수술이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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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한 넬슨 제독을 후송하고 지혈하는 그림. |
넬슨 제독, 스페인의 총탄에 오른팔 잃어
트래펄가(트라팔가르) 해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넬슨 제독(Horatio Nelson·1758∼1805)은 1797년 7월 테네리페(Santa Cruz de Tenerife)를 점령하려고 상륙 보트에서 해변으로 내리다가 스페인군이 쏜 총탄(musket ball)에 오른팔 위쪽을 맞았다. 심한 출혈이 생기자 수행하던 그의 의붓아들 니스벳 중위(Lieutenant Josiah Nisbet)가 목에 둘렀던 손수건을 잘라 지혈한 다음 모선 테세우스호로 후송했고, 해군군의관(Navy Surgeon) 에셸비(Thomas Eshelby)가 약 반 시간 만에 팔둘레절개법(circular method)으로 팔의 중간 3분의 1을 절단했다. 오른팔을 잃고 감염으로 고생했지만, 넬슨 제독은 일 년 뒤 다시 함대를 지휘해 나일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쳤다.
현대전, 팔다리 폭발손상 노출 쉬워
현대전에서는 각 병사가 방탄복을 입는다 해도 팔다리는 폭발손상(blast injury)에 노출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응급환자에게는 ABCD(Airway: 기도 확보, Breathing: 호흡, Circulation: 혈액 순환, Drug: 약물)의 순서가 원칙이다.
그러나 전투 중에 발생한 부상의 경우에는 기도 확보보다 위험지역에 쓰러진 전상자를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적의 사격에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 ABCD의 순서에 따라야 한다.
미국 국방부의 전투부상자 돌봄(TCCC: Tactical Combat Casualty Care) 교육은 미국 본토 외에는 독일과 한국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우리 의무 인력들도 TCCC 교육을 받아 군 응급구조사들이 유사시 니스벳 중위처럼 동료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충의·무용의 상징으로
팔에 화살을 맞고 합병증이 생겨 수술받았던 관우는 충의와 무용의 상징으로 중국의 민간에서 특별히 숭배되고 있다. 팔을 잃고도 군사를 지휘한 넬슨의 동상은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 우뚝 서 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라는 말이 있다. 관우·넬슨처럼 용감한 우리 지휘관이 젊은 병사들을 이끌어 강한 군대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