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만 / 박지수
엄마는 재작년 11월 15일에 좌측 뇌동맥류가 터져서 뇌출혈을 입었다. 나도 뇌변병(뇌의 기질적 변병으로 인한 보행 또는 행동 일상생활 동작에 제한을 받는 사람) 1급 장애아로 태어났다. 그래서 두 집 건너서 할머니 집이 있어도 다니지 못 하였다. 그리고 작년 연휴부터 할머니가 장손 며느리인 혜인이가 와 있어도 불러서 음식장만을 하라고 시키지 않는다.
특히 명절에도 할머니와 미혼인 막내삼촌이 명태와 굴을 지지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양념게장과 내가 좋아하는 잡채, 돼지갈비 그리고 도토리묵 등을 만들어서 우리 집에 가져다주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평상시에도 맛있는 김치와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다주워서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는 딸을 낳지 못 하였지만 몸이 불편한 엄마를 챙겨주었을 때 외할머니처럼 느꼈다.
부모님이 볼 일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올 때도 할머니는 내 끼니를 챙겨주워서 고마웠다. 그렇지만 내가 흘린 것을 할머니가 치우고 밥과 반찬그릇을 설거지통에 담을 때 내가 스스로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와서 흘린 것을 물티슈로 닦지 못 해서 속상하였다.
외할머니의 첫번째 기일이 9월 13일(음력 8월 4일)이어서 부모님이 영천시에 있는 국립영천호국원으로 추도 예배를 다녀온다고 했다. 그래서 전날 엄마에게 오리훈제를 반찬통에 담아 주라고 하였다. 그리고 새벽 6시에 부모님이 출발하였다. 나는 9시에 일어났다. 할머니는 내 끼니를 챙겨주려고 와서 오리훈제와 밥을 차려주었다. 할머니는 무릎관절이 아프시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이층까지 올라오시면 다리가 아프니 내 걱정 하지 말고 오시지 말라고 하였다.
아침밥을 혼자 맛있게 먹으면서 케이비에스2 텔레비전 재방송 주말연속극 『수상한 삼형제』와 에스비에스 텔레비전 재방송 주말기획 『조강지철클럽』을 시청하였다.
나는 점심식사를 혼자 챙겨먹고 치웠다. 그런데 그때 자존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