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진도에서
大家로 꼽히는 분들을
면별로
그들의 견해를 모은 것이다.


★林禮三님 (임회면)
어려서부터 개를 좋아했고 철들면서 사냥을 다녔다.
60평생 잡은 노루는 6백마리 가량 될 것이다.
노루가죽이 비싸게 팔릴 때는 개를 네 마리나 길렀다.
1년이면 30∼40마리씩은 잡았고
산돼지도 3마리나 잡았다.
사냥개는 다리가 길고 허리도 길어야 한다.
앞가슴이 벌어져야지만
틀이 잡히려면 세살이 되어야 한다.
꼬리가 말린 낚시꼬리는 참을성이 적어서 오래 뛰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꼬리는 역시 장대꼬리가 힘지고 꾀를 부리지 않는다.
걸을 때 꼬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배는 먹으나 안 먹으나
홀쭉이 착 허리에 달라 붙어야 한다.
코는 납짝한 살코가 좋고
콧구멍은 마치 송곳으로 뚫어 놓은듯
빤히 뚫려야 하며 클수록 좋다.
주둥이는 짧은 것 보다 긴 것이 좋고
입은 짝 찢어져야 한다.
눈은 둥근 것 보다 세모진 것이 좋고
눈빛은 간덩이처럼 검붉어야 욕심이 많지
노란 것은 욕심이 적다.
털은 긴털백이가 몸을 아끼지 않고 용감하고
털빛은 백색이나 검정이 좋다.
발은 크되 말굽처럼 둥글고
땅에서 살작 들려 있는 듯 싶은 것이 잘 뛴다.
콧등빛은 검은 것이 힘이 세고
발목이나 꼬리 빛이 흰 황색 개는
순색개 보다 약한 감이 없지 않다.
황색개 보다는 검정개가 더 힘차고
황색에 검은 털이 섞인 재구가 좋은 편이다.
턱에 검은 털이 박히면
그 개는 독종이라 사냥이나 쌈을 잘 한다.
훈련은 돐 넘겨서 해야 꾀부리지 않지
너무 일찍 시작하면 꾀만 느는 결점이 생긴다.
개나 사람이나 사냥에는
망꾼, 몰이꾼, 길목꾼이 있다.
여름에는 산밑에 노루가 많고
겨울에는 산중턱에 숨는다.
사냥을 나갈 때는 점심밥을 싸가지고 가서
때 맞춰 주어야 개가 열심히 뛰어 준다.


★張子變님 (지산면)
어려서 아버지가 개를 좋아해 일찍부터 사냥을 했다.
일제시대에는 너구리, 삵 등 털이
비싸게 팔려
한때는 생업 삼아 사냥을 다니기도 했다.
사냥이 심할 때는 여러 사냥꾼들이 모여
합동으로 많이 했다.
지금도 취미로 한마리를 기르고 있다.
시장에 나가 보지만 쓸만한 개가 없다.
요즘 개는 어찌 된 일인지 종자가 작아진 듯 싶다.
첫째 개는 머리통이 야무지게 생겼어야 한다.
콧등 색이 붉으스름하게 생겨야 냇질을 잘 하고
끝이 바르고 살이 적어야 하며
콧구멍이 클수록 좋다.
다리에는 힘줄이 솟아 올라야 하고
대롱처럼 생겨야 한다.
꼬리는 길수록 좋고 곧곧해야 하며
호랑이 꼬리, 호랑이 발굽같이 생기면 좋다.
주둥이가 짧으면 콧줄이 짧고
짐승을 물 때도 힘진 맛이 적다고 한다.
귀는 큰 놈이 좋지 너무 작으면 간사하다.


★具春弘님 (군내면)
얼굴은 고양이 얼굴, 발은 호랑이 발
꼬리는 족제비 꼬리라고 생각한다.
꼬리가 말리면 바람을 탄다.
코문이 덮이고 크며 구멍이 빤히 뚫려 보여야 한다.
거친 털이 거꾸로 꼬여 섞여 나있는 놈이 악종이다.
흰개에 검정털이 섞여도 좋다.
노란개에 흰털이나 검은 털이 섞여도 재주가 있다.
그러나 노란개에 흰털이 많이 섞여 버리면 간사스럽다.
눈알은 붉어야 한다.
개는 3년 커야 제 몸집이 나타나고
7년 지나면 늙어 게으름 피운다.
배는 뒷등에 올라 붙어야지만
뒷이 앞보다 높은 것은 잡종이다.
"개 키우듯 한다고"
못 먹이는 것이 잘 하는 짓 같지만
살이 오르지 않으면 개가 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만 먹이면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먹이고 하루 최소한 2 천리는 뛰어야 한다.
개마다 특성이 있는 법이다.
오소리 같은 굴짐승 잡는 개는
굴개라 해서
허리가 홍두깨처럼 생겨야 하고
노루를 쫓아 잡는 개는
달음질 잘 하도록 발이 잘 생겨야 한다.
외골장사라고
개다리는 골격이 잘 생겨야 한다.
주둥이는 명주 꾸리 감아놓은 것처럼 생기면 좋다.
개가 보기만 좋아서는 키울 필요가 없다.
재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쥐를 잘 잡든지 집을 잘 지키든지
어떤 특징이 없이 보기만 좋은 개는 진도개가 아니다.
나는 20여년전 개 1마리를
나주사냥꾼들에게 말 1필 값에 판 적이 있다.
한 달만에 돌아 왔는데 나룻배로 건너 오더란다.
나주에서 혹시나 하고 찾으러 왔는데
개가 눈치를 채고 집에 들어오지 않고
산에 숨어 버려 3일 만에 잡아 보냈다.
진도면 산월리 김일록씨(55)는
노모가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를 삐어 꼼짝 못하고 죽게 된 것을
개가 뒷따라 오다가 집에 달려와
주인의 옷깃을 물고 안내해 노모를 살린 일이 있다.
덕병사람들은 개를 영암에 팔았는데
한달만에 산에 개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일이 있다.
목에 쇠줄을 찬 채 영암의 주인집을 도망쳐
울돌목을 헤엄쳐
옛주인 집을 찾아 산을 넘던 길에
쇠사슬이 나무가지에 걸려 죽고 말았던 것이다.
의신면에서는 자유당시절
전방에 군용견으로 개를 판 일이 있었다.
이 개가 38선 부근 전방에서 달아나
옛 주인을 찾아 왔다.
몇 달이 지나 전방의 군인들이
다시 그 부락에 개를 사러와서
전에 사간 개를 발견하고는
다시 값을 배나 더 주고 사간 일이 있다.
"몇 달 전 당신이 판 개는 잃어 버렸으나
천리길을 되돌아
바다를 건너 옛 주인을 찾아온 이런 名犬을
옛날 개 값만으로 다시 찾아갈 수는 없으니
두 배 값을 더 받으라"며
값을 다시 치뤄 주더라는 것이다.
그 군인이 개를 찾아가며
부두에서 여객선 선원들에게 개 찾아가는 얘기를 했더니
"주인없는 개들이 배에 올라 건너는 일이 자주 있다" 고
하더라는 것이다.
천리이상 떨어진 옛 주인을 찾아오는 개는
진도개 말고 또 없을 것이다.


★蔡正敏님 (진도면)
장모가 힘차야 꾀부리지 않는다.
수캐는 눈이 작아야 욕심이 많고 독하며
암캐는 눈이 좀 튀어나온듯 싶은 것이 좋다.
털이 단모일지라도 드문드문 장모가 나있으면
틀림없이 성능이 좋다.
역시 황구보다는 백구나 흑구가
사냥개로는 좋고 싸움도 잘 하고 영리하다.
검정개라도 털빛이 햇볕에 쪼이면
반사되는 색이 붉어 보여야 좋다.
털밑의 가죽 피부색은 팥색이 좋은 것 같았다.
눈동자빛은 대추색이 좋고
눈동자가 위로 붙어야 영리하다.
다리는 쭉 뻗어야 하고 대쪽 세워 놓은 것 같아야 하며
근육이 툭툭 튀어나와 보이면 좋다.
개 볼 줄 모르거든 똥구멍 큰놈 고르란 말이 있다.
엉덩이 뼈에 꼬리가 가깝게 붙어 있으면
틀림없이 똥구멍이 크고 달음질을 잘한다.
꼬리는 장대꼬리가 잘 달린다.
또아리꼬리는 휘청거리고
대갱이꼬리는 달리다가 돌 때 딩굴어 버린다.
코는 벌름한 돼지코 생기듯 하면 틀림없이 좋다.
짐승이 지나간 6시간 후에도
냄새만으로 그 짐승을 찾아내고 만다.
등짝은 널등보다 새우등이 좋다는 말이 있다.


★金在源님 (군내면)
선대로부터 개사냥을 해 어려서부터 사냥을 다녔다.
선배들로부터 진도개중 좋은 개는
"머리는 복개뚜겅 엎어놓은 것 같고
콧대는 명주꾸리 같고
발은 옹조리 덮어 놓은 것 같아야 한다. "고 배웠다.
복개란 밥그릇 덮개를 말하며
옹조리란 뚝배기를 말한다.
개는 그 생김새만 보고도
그 성격과 능력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 관상학이 있다면 개에게도 관상학은 있다.
귀와 귀 사이는 넓을수록 좋은 것이
귓사이가 넓으면 머릿통이 크기 때문이다.
귀의 생김새는 작을수록 나쁘고 좀 커야 하지만
너무 커도 좋지 않다.
귀가 얇으면 간사하고 몸에 맞게 두꺼워야 힘차다.
귓속에 털이 많을수록 좋다.
사냥개는 풀이슬을 털고 달리는 경우가 많아서
털이 많지 않고 보면 고개를 숙이고 달릴 때
이슬이 귓속으로 들어가 귓병이 생기고
결국 달리지도 못한다.
귓속털이 많은 놈일수록 열심히 냇걸만을 하면서 뛰고
털이 없고 얇은 놈일수록
냇걸을 하며 달리다가도
고개를 세우고 소리를 들으려 하므로
뜀질이 늦어진다.
걸을 때 꼬리가 휘청거리고 흔들리면
힘도 없어 보일 뿐 아니라 달리는 힘도 적다.
발은 옹조리 덮은 것 같아야 한다고 했듯이
둥그렇게 생겨야지
가운데 발가락이 튀어나와 삼각을 이루면
달리는 성능이 나쁘다.
발이 둥글게 생길수록 발톱이 숨어 땅에 닿지 않는다.
개는 키 높은 놈일수록 좋다는 것은
키가 높게 생길수록 다리가 길어 잘 달리기 때문이다.
사람도 장다리가 잘 달리는 율이
많은 이치와 같다.
장다리도 바삭 마르더라도
근육이 당차게 생겨야지
근육이 강하지 않으면 힘이 적다.
키가 작을수록 다리가 짧고 살만 많아 뛰지 못한다.
코는 들창코를 하면 냄새맡는 품성이 약하다.
진도개는 짐승을 보고 쫓기보다
냄새를 맡아 쫓는 개라
고개를 숙이고 코를 땅에 박고 달리는데
콧구멍이 밑을 향해 숙여 있지 않으면
그 기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꼬리는 체구에 맞게 굵어야 하고
뼈처럼 단단해 보여야 좋다.
흔들거리거나 힘이 없어 보이면
틀림없이 달리는 힘이 적다.
꼬리는 똥구멍을 덮지 않고
직각으로 하늘을 향해 치켜 서야지
똥구멍을 가려 뒤로 향했다가
위로 말아 있으면 약한 꼬리다.
똥구멍 큰 개가 좋다는 말은
꼬리가 똥구멍을 가리지 않고
바로 직각으로 치켜서야 한다는 말과 같다.
꼬리가 등의 선과 90도각을 이루면
똥구멍이 훤히 드러나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주로 사냥개의 특징을 든 것이지만
개가 보기만 좋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가 좋다는 말은
개의 성능이 좋다는 말일 것이다.
개란 원래 사냥하던 짐승인데
사냥에 서툰 개가 좋을 리 없다.
사냥을 잘하는 개일수록 영리하고
주인에게 충성스럽고 의젓하고
집을 잘 지키고 말을 잘 들으므로
사냥개가 진도개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개의 품성과 성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외모만 보는 것 같다.
외모만 취하다 보면
진도개는 모두 똥개가 되고 말 것이다.


★申均님 (의신면)
4대째 사냥개를 길러왔다.
그는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개보는 법을 배우고 사냥법도 익혔지만
「구상서」란 책에서
우수 진도개의 외양보는 법을
많이 배웠다.
구상서란 책은
1백여년전 지산면의 한학자가
우수 진도견의 특징을 기술한 책으로
군내면 송산리 이달재씨가
필사해 가지고 있던 것을 구해다 읽었다.
이 책은 수년 전에 잃어 버렸지만
영암군 학산면장을 했던 박영효씨가 필사해 가
그 자손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면장은 진도에서 흑구 한 마리를 사가지고
오소리 사냥으로 그의 지병이던 폐병을 완치했으며
흑구가 죽은 뒤 그 은혜를 잊지 못해
비를 세워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일제 때 구장일을 보았는데
공출문서를 가지고 초하리를 지나다가
바람에 이 문서를 날려 바다에 떠내려 가던 것을
나와 같이 가던 개가 물어온 일도 있다.
조부님 말씀에 일본개는
우리 진도개를 가져다가
개량한 것이란 말을 수 없이 들었다.
昭和 13년께부터 5년간
일본인들은 진도개 가죽을 공출해 갔는데
이때 좋은 종자는 죽이지 않고 일본으로 가져 갔다.
당시 이 일의 책임은
일본인 水池란 자가 주로 맡아 했으며
韓末에도 많은 개가 일본으로 뽑혀 갔다고 들었다.
우리개도 水池란 자에게 한 마리를 빼앗겼는데
당시 황소 두마리 값인 12원을 받았다.
水池의 말로는 이 개들은
九州(일본 규슈)에 있는 어느 농대와
四國(시코쿠)으로 보내 연구대상이 된다고 했다.
일제말 일인들은 우수견 등록을 시키고
주재소 순사를 시켜
좋은 종자는 감언이설로 꼬이거나 협박해 빼앗아 갔다.
우리집에 기르던 개중 사냥 잘하던 개중에
흑구가 있었는데
우는 소리가 쇳소리가 났고
첫째 어금니 안쪽에 라이터 돌 만한 흑점이 있었다.
진도개는 모두 입천장이 검정빛이지만
특히 천장 주름 네 번째 줄에
검정점이 있으면 그 품성이 특출했다.
개 짖는 소리가 호랑이소리를 내면
명이 짧고 사냥도 못한다.
콧등 살이 얄팍해야 냄새를 잘 맡고
수염은 앞으로 뻗으면 순하고 약하다.
아랫턱 수염이 뒷쪽으로 뻗고 굽어야 강하고 악종이다.
수염털은 굵어야 한다.
턱 아래 수염난 가죽은
사마귀처럼 툭 튀어나온 곳에 박혀 있어야 좋다.
앞다리가 곧은 것 보다는 활처럼 휜듯 하여야 하며
암캐의 뒷다리 사이는 넓어야 좋다.
40∼50년전 진도개는
지금 개보다 훨씬 컸으며
개가 커야 힘지고 사냥도 잘 한다.
대개 개는 앞이 높고 뒷이 낮아야 한다고 하지만
뒷 높은 놈이 더 사냥을 잘하는 개도 있었다.
앞다리에 며느리발톱(날치)이 있어도 되지만
그 발톱은 위를 향해야
사냥 나가 달릴 때 걸리지 않고
귀를 앞발로 털 때 상처가 나지 않는다.
발굽은 고양이 발굽 같아야 하고
똥구멍이 커야 하며
수컷의 고환은 작고 올라 붙을수록 좋다.
좋은 사냥개일수록 새끼를 많이 낳지 않는다.
한해에 두 마리를 낳아야 그 종자가 좋았다.
꼬리는 장닭꼬리 같아야 하고 왼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꼬리를 말아 올린 놈은 게으르고
달릴 때 옆으로 벗어나기 일쑤다.
꼬리 길이는 절대로 뒷 오금 이상으로 길어서는 안된다.
옛날 할아버지로부터 듣기를
진도개는
옛날 어느 선비가 여귀산에
공부를 하러 들어갈 때
암캐 한 마리를 데리고 갔는데
늑대와 교미를 하여 낳은 새끼 3마리가 번진 것이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백여우와 교미했다고도 말한다.
새끼 세 마리는 황색, 재색, 백색이었는데
황색이 제일 나빴고 백색이 좋았으며
재색에서 나온 흑색개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같은 전설이 있기 때문에
진도개는 백여우같이 영리하고
늑대같이 민첩하고 악하며
입천장이 검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말과 일제초기에
많은 진도개가 부산항을 거쳐
일본에 건너간 것은
실제로 日人들에게 고용되어
진도견을 부산에까지 운반했던 사람이
진도면 신흥리에서 살다가 몇 년 전 죽었다.


글의 출처: <진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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