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할머니
“엄마,
그러면 많이 사지 그랬어?
“ 으~응 그냥 천원어치만 샀는데,,,
늦은 시간에 시장을 다녀와 물건들을 씽크대에 옮기며 콩나물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꽤 떨어진 골목시장을 갔던 이유는 까지 않은 “홍합을 사기 위해서 였다.
어제저녁 TV에서
맛집 소개가 방영됐는데 그 집에 손님이 줄을 서는 이유가 서비스로 나오는 홍합을 넣은 미역국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림만 봐도 그 맛이 느껴 졌었다. 나는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에 방송에서 통닭을 맛있다며 먹거나, 피자, 탕수육,만두,불고기,족발,,, 그런 것들이 보여지면 이성을 잃고 말기에 딸이 학교 입학
할 때까지 허리 26을 자랑했던 내 빛나던 몸매가 지금은 허리 사이즈
38을 왔다갔다 하게 되였다. 홍합을 사야 되겠다는 결심으로 긴 밤을 축지법으로 접어 보내고, 출근 해서도 내 머리 속은 온통 새까맣고 반짝이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홍합생각 뿐 이였다. 평소 보다 조금 일찍 퇴근 해 20여분을 걸어 시장으로 갔다. 생선 가게에 들려 홍합을 보니 알이 작고 윤기도 흐르지 않아 한참을 올라가서 찾아 낸 홍합 역시 별로 였지만
사지 않으면 않될 것만 같은 절박함으로 그냥 2천원어치를 샀다. 검은
봉지가 거의 찰 만큼 꽤 많았다. 홍합과 함께 미역국을 끓여야 하겠다는 기쁜 상상을 하며 시장 통을
걸어 오는데 빵 굽는 냄새가 내 두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빵 냄새를 풍기는 그 집은 비록 시장 한
켠에 있는 이름없는 작은 빵집이지만 빵 맛은 메이커 빵들이 울고 갈 정도로 맛 있었다. 얼마 전에 3500원짜리 빵을 하나사서 들고 가다가 그냥 맛만 보려고 했던 것이 그 맛에 반해,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길에서 다 먹어 버렸었다.
이제 다이어트에 도전한지 3일째로 빵 으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며 “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를 중얼거리며 빵집 앞을 통과했다. 겨우 한숨 돌리려는데 이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이 앞을 막아 섰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시루떡이 아니고, 하얀 속살에 샛 노랑 호박오가리를 품고 있지 않은가? 호박오가리는 꿀에 버물린 것처럼 꿀물이 흘러 내리고 있는 듯 보였다. 갈수록
태산 이였다. 하지만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떡집도 눈물을 삼키며 지나쳤다. 내 자신이 자랑 스러워서 어깨가 들썩였다. 빵집도 떡집도 지나쳤으니
이젠 정육점만 남았지만 유리 벽에 걸려있는 생고기에게 식욕은 느끼지 않기에 무사히 통과할 꺼라 생각하였는데 그 것이 오산 이였다.
“보쌈용 돼지고기
“한근 600g에 2500원
하고 사인펜으로 크게 써 붙여있었다.
마침 김장하고 남아있는 배추와 양념 속이 있었기에 이천 오백원 이라는 보쌈고기 유혹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정상가격 한근 값이면 4근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내 몸은 정육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저씨 만원어치
주세요” 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저울에 올려진 고기를 보니 고기가 아니고 비계덩이였다.
“아저씨 그게
뭐에요? 비계 뿐 이잔아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이런 것이니까 2500원에 팔지요, 이것은 밑지고 판다니까요?
“ 아니, 그것 말고 요쪽 살이 많은 곳으로요,,,
“아줌마, 그쪽은 3500원이고 2500원은
이쪽 끝이라고요,,
“그러면 보쌈용이라고
써놓지 말고 2500원짜리는 비계가 90이고 살이 10프로인 것입니다 하고 써 놓으셔야 되는 것 아네요?.
나는 물건 살 때 까다롭거나 피곤한 손님은 아니 였는데 정육점주인의 상술이 얄미워서 볼맨 소리를 하였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집에서 고기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싫었지만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3500원짜리 만원 어치를 사 들고 나오며 눈을 흘켰다. 기분이
나빠져서 걷다 보니 시장입구에서 바람막이 하나 없이 콩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비닐로 덮혀
있는 콩나물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 콩나물 곁으로 다가섰다.
“ 할머니
콩나물 천원어치 주세요.
“예 어서와요, 에고 ..이제 개시라우, 장사가
않된다, 않된다 해도 어쩜 이리도 않될 수 있담 말유,
할머니는 천원어치 콩나물의 숫자보다도 많은 하소연을 짧은 시간에 늘어 놓으셨다. 저녁어둠이 몰려드는 지금, 콩나물 천원어치로 개시를 하신다니 착하지도
못한 내 가슴도 시려 왔다. 잠시 할머니의 저 콩나물을 모두 팔아 드릴까 하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고기와
홍합과 콩나물을 들고 20여분을 걸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섰는데 집에 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딸하고 이야기를 하였던 것이다. 매사에 쌀쌀하기만 한 딸이 왠일로 “많이
팔아 드리지 그랬냐고 대꾸를 하기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동지를 얻은 것 같아 길게 대화를 나눴다.
사실 내 딸이라서가 아니고 딸은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속은 바게트 빵처럼 보드랍 다는 것을 엄마인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딸과 함께 시장을 향해 바삐 걸었다. 어둠은
이미 불빛을 삼켜 버렸고 , 콩나물 할머니의 굽은 등이 보였다.
“할머니 그
콩나물 다 주세요.
“콩나물을
다 달라고? 이거 아까 천원어치
팔고 그대로 인데 만 천원만 줘요.
할머니는 좀 전에 천원어치를 사 갔던 나를 몰라 보시는 것 같았다.
콩나물을 딸과 함께
들고 오며 다정한 모녀의 대화가 수다처럼 길었다.
많은 콩나물은 1층
입구에 놓고 이런 메모를 붙여놨다
201호입니다. 콩나물이 필요하시면 맘껏 가져가세요,
우리 집은 9가구가 한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아침에 내려 가 봤더니 잘 먹겠다는
메모도 있고 콩나물은 남아있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기뻤다
첫댓글 어쩌면 춘몽씨는 마음이 그렇게 넓으세요. 저도 마음이 넓고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 해요.
저는 애들한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시장 가거든 할머니 물건값 깎지 마라. 항상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돼."
춘뭉씨의 봄꿈은 바로 이렇게 널찍한 마음이었나요?
정말 그러시겠어요? 에고,,, 꽃의 눈으로 보면 향기도 난다는데 회장님은 꽃이였나봅니다.
저요 정말 좋은 사람 아니라구요,,,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ㅠ ㅠ 또 그러시면 글 쓰지 않을꺼에요,,,과분한 칭찬 금지요,,,
@신춘몽 아이구!
전 이 글을 보며 얘기한건데.....
그리고 춘몽씨가 궁궐클럽을 활기차게
만들고 계셔서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안 착하다 하시면서 착한 마음 자랑하시네요~~♡
길거리 노첨상에서 과일 한개
콩나물 한줌 더 달라는 사람들보면 쥐어박고 싶어요~~~^^
딩댕동,,, ㅋㅋㅋ 수현씨 놀려 먹기는 지난번 나에게 준 마카롱 맛 이지요? ㅋㅋ 글구요,,, 난요, 더 달라는 말은 해 본적이 없는것 같아요, ㅋㅋ근대요,,,나는 정말 착하지는 않거든요,,,수현씨 는 보여지는것 보다 더 착한사람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