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나물
이희숙
봄은 벌써 서두르고 있었다
흙 속에서 부지런히 써레질을 하면서
포슬포슬 몸채를 부풀리고 있었다
아린(芽鱗) 틈새를 벌려가며
속눈썹 투명한 실눈을 뜨려 한다
청명(淸明)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싹이 난대더니!
산수유는 지려하고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는 지천이다
나는 자꾸 몸이 달았다
벌써 씨를 뿌렸는데 고수는 기척이 없다
세발나물 돌나물물김치 도다리쑥국 냉이무침
방풍나물 참나물 돌미나리냉국꺼정
봄도 끝물 들 무렵
고수나물 대신 고수 향 코카콜라를 찾았다
여름 타는 아이 고수련에 이골이 난 엄마는
텃밭에 고수씨를 뿌렸다
싹이 오르면 솎아서
상에 올렸다
새곰 쌉쌀 달달 짙은 향의 고수나물
웃자라면 줄기는 향신채로, 열매는 약재로
성질이 따듯하니 이열치열한다고 사철 먹였다
고수나물은 엄마 손맛이다
고수나물을 먹으면
고향하늘이 보인다.
* 어머니는 내기 이 시를 쓴 지 한 달 지나 2010년 5월 5일에 곱게 소천하셨다. 40일간 우리 곁에서 기도하며 돌보시다가 여한 없이 승천하셨으리라 믿는다.
<이희숙 시집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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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_ 고수나물
구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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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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