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을 위해 체력적인 보강을 하고, 기술적인부분을 연마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9회, 길게는 12회까지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는 심판은 어떨까?
“저희도 올 시즌을 준비하기위해서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등산도 하면서 준비하고 있죠.”무거운 장비, 눈부신 태양, 덥거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면 심판도 선수와 마찬가지로 체력적인 무장이필수다.
선수를 알고 날씨를 알면 백전백승! 심판의 경기 준비 법야구 경기를 너무 좋아해서 경기 시작 전부터 야구장 중앙 출입문에 장사진을 치는 소녀 팬들도 포수마스크에 가려진 외모, 그리고 사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심판의 특성 상 심판의 경기장 출퇴근 시간을 꿰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심판의 경기장 입장 시간은 보통 두 시간 전, 그렇다면 그 사이에 심판들은 어떻게 경기를 준비할까? “제가 주심일 때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볼 판정을 위해 해당 경기 선발 투수의 구질을 분석해요. 예를 들어, 선발 투수가 김선우 선수라면 김선우 선수의 직구, 체인지업 등의 구질에 대한 감을 잡는 거죠. 또한 이용규, 이대형 등 의 발 빠른 선수들이 나오면 더 긴장을 해야 해요. 내야안타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주심과 1루심은 이런선수들이 출전하게 되면 더욱 더 긴장을 해야 하죠.
이와 더불어 종전의 경기에서 판정에 대해 논란이있었다면 이에 관련된 회의를 열어 더 신중해지자는 다짐을 합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과 야구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그리고 심판 모두 날씨가 애매할 때는 애를 먹기 마련이다. 그럴 때 심판들이 가장 눈 여겨 보는 것은
그라운드 상태다. 더불어 강수량을 통해 심판진과감독관의 상의 하에 우천취소 여부가 결정이 된다.
수치로 따져 규칙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때문에 이는 상당히 어려운 판단이다. 다만, 배수가 잘 되는 구장은 우천취소가 다소 완화된다. 임채섭
심판은 부산 사직구장과 인천 문학구장, 그리고 잠실구장을 꼽았다. “이 세 곳은 천연잔디구장이지만 워낙 배수가 잘 되어 있어서 비가 그친 후 한 시
간이면 그라운드 상태가 정상화되죠. 올해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교체하는 광주 무등 구장의 경우에도 배수시설이 잘 될 것으로 믿고 있어요.
대전구장, 대구구장, 목동구장 등의 인조잔디구장의 경우에는 원래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경기하는데 큰지장은 없어요.” 하지만 과거에는 심판에게 우천
취소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구단에서 결정하는 문제였죠. 2군 경기의 경우에는 그라운드 상태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양 팀 감독의 상의 하에 취
소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1군 경기는 그렇게 운영되지 않고, 그렇게 운영 되서도 안 되죠.”
비를 맞아가며 흙투성이의 구장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심판의 역할 중 하나다. 플레이에 대해 판정을 내리는 것만이 심판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심판 생애 최고의 순간 = 한 시즌의 최고의 순간 그렇다면, 임채섭 심판은 23년간의 심판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경기였을까? “영화
‘퍼펙트 게임’과 같은 최고의 순간들이 있었죠.
그 경기의 심판을 맡아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 말이에요. 첫 번째는, 1999시즌 플레이오프였어요. 당시 롯데와 삼성이 붙었는데, 1차전의 주심을
보았죠.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이었어요. 호세가 관중에게 배트를 집어 던져 퇴장을 명령한 경기였어요. 그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갔었는데, 7차전에도
주심을 맡았어요. 마찬가지로 연장전까지 가는 경기였던 터라 기억에 많이 남죠. 또 다른 경기는 2009 시즌, KIA와 SK, 두 팀이 붙은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었어요. 채병용의 높은 공을 나지완이 그대로 쳐내는 순간 홈런이라는 느낌이 왔죠. 사실 심판 입장에서‘연장전’을 치르는 경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어떤 팀이든 빨리 승부가 났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하하하. 그런 바람 때문이었는지 나지완의 홈런이가장 인상 깊었습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심판도 사람이기에 힘들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
에 남는 것 같다. 그렇지만 큰 경기의 판정을 맡는다는 것은 임채섭 심판 본인에게 매우 보람 찬 순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편한 진실경기 중의 이야기를 해보자. 여러분들은 방송사에서 알려주는 ‘스트라이크 존’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심판들은 이처럼 획일화 된‘스트라이크 존’의 시도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평가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엄연히 심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
임채섭 심판도 같은 생각이었다. “매우 불쾌합니다. 방송사에서 보내는 스트라이크 존은 네모난 모양으로 고정이 되어있어요. 실제로 심판이 판단하
는 경우 명백한 볼인 공이 ‘그들만의’ 스트라이크 존에 스트라이크로 판명된다면 억울한 부분이있죠.
그래서 저는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지 말자고 강력하게 건의했어요. 이런 시도는 팬들이 심판을 불신하게끔 만들 수 있는 여지
가 있기 때문이었죠.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이‘저 심판 뭐야? 왜 저게 삼진이지?’라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고, 이를 인터넷에 원색적
인 악플이나 이미지로 올리는 거죠. 값비싼 장비를 들여온다고 해서 이왕 시작 하게 된다면 정확히 해달라는 부탁을 했죠. 그래서 방송사의 스트라이크
존이 그런 상황을 잘 못 잡았을 시에는 해당 방송 중계에서도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보충 설명을해주기도 해요.”듣고 보니 그렇다. 심판에 따라 미
세하게 다른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
방송사에서도 중계 초반에 ‘오늘 경기의 OOO 주심은 스트라이크 존이 옆으로 넓기 때문에 코너 워크를 잘 하는 투수에게 유리한 요소가 될 거에요.’라는 식의 언급을 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만큼, 방송사에서도 이 점을 반영
해 야구팬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야구장의 숨은 ‘허슬 플레이어’ 심판은 경기 중 화장실을 갈 수 없는 환경과 타구에 공을 맞을 수 있어 선수만큼의 부상 위험도를 갖고 일한다.
신체 활동과 직결되는 만큼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임채섭 심판은 베테랑으로서 이에 대해 쉽게 정리해주었다. “생리적인 문제는 경기 시작 전에 최대한 물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예방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초봄이나 가을에는 1회부터 화장실 생각이 나기도 하죠. 정 급 하면 공수교대 때 화장실로 달려가는 경우는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5회 말 이후의 클리닝 타임을 이용해요. 그리고 부상 위험에 관해 말씀하셨는데, 쇄골의 경우에는 가장 위험도가 커요. 여기는 맞
으면 그냥 부러져요. 더불어 타구가 마스크에 정통으로 날아오면, 맞는 당시에는 몰라도 그 이후 충격이 매우 크죠. 특히 마스크라고 하면 머리를 포함한
얼굴 부위인데, 머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잖아요? 심판을 하셨던 분들은 대체적으로 수명이 짧아요.
젊을 때에 비해 중년층 때부터는 몸의 회복력이 낮아지니까 그런 것 같은데,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죠. 저도 잠실 경기 중에 응급차에 실려 갔던 적이 있었어요, 사실 투수의 공을 직접 맞으면 그리 큰 충격이 오지 않아요. 타자의 배트에 스친타구에 맞으면 문제가 심각해지죠.
저는 후자의 경우였는데, 팔꿈치에 맞았기 때문에 충격이 컸어요.”
생리활동을 참아가면서, 그리고 아픈 곳을 스프레이 파스로 매만지면서 프로야구의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힘쓰는 심판들. 그들의 희생정신은 ‘허슬
플레이어’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임채섭 심판을 따라다니는 ‘가르시아 사건’ 임채섭 심판은 23년 동안 심판을 보면서, 특히 용병들과의 일화가 많았다. “특히 한화의 용병이었던
데이비스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불만이 많았죠.
2010년 5월 롯데VS기아전 스트라이크 판정후 배트를 부러트린 가르시아
근래에는 로페즈, 브룸바 등의 다혈질적인 외국인 선수들과 종종 언쟁을 벌였어요. 반대로 사도스키,니퍼트 등의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깨끗이 승복해요.”
용병 이야기를 하자니 생각나는 용병이 있었다.
바로 카림 가르시아였는데, 2010시즌 5월 21일에 있었던 군산 롯데 대 KIA 전에서 그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인해 퇴장 명령을 내리면서
오갔던 서로간의 행동으로 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상황을 본 롯데 팬들이 모두 임채섭 심판의 안티가 되었던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그는 어떻게 이 상황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 날 가르시아
가 삼진을 네 개 당했어요. 저희도 경기 끝나면 리플레이를 챙겨 보는데, 가르시아 선수의 퇴장 장면을 재확인했을 때 ‘빼도 박도 못하는’스트라이크였
어요. 다만, 그 전의 공이 애매했던 상황이었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죠. 그 점을 의식 했던 것 같아요.
네 번째 삼진을 당한 후 제 앞에서 방망이를 ‘쾅’하고 내려쳤죠. 심판의 권위에 도전을 한 것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을 포함한 롯데 측에서도 그 사건 이후로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어요. 저는 그 당시 제 판단이 맞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물론 임채섭 심판도 가르시아를 자극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누리꾼들 에게 몰매를 맞았던 것이고, 임채섭 심판의 감정적인 반응 또한 잘못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심판의 권위가 상실될 정도의 강한 어필이라면 선수의 잘못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선수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야구팬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심판이라는 직업은 참으로 고독하고 외로워보였다.
심판의 실수, 바로잡습니다.
하지만...심판의 판정이 논란이 되는 사례는 또 있다. 명백한 판정 오류로 인해 생긴 문제를 번복하는데 있는데,
실제로 지난 해 잠실에서 LG의 임찬규 선수의 보크를 4심 모두 보지 못해 대주자 정원석 선수를 주루사 처리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있다.
이 때 많은 전문가들은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과연 ‘23년차 베테랑’임채섭 심판의 뇌리에는 이 날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그날 현장에 있던 심판들이 투수인 임찬규가 아닌, 3루 주자였던 정원석을 주시하고 있었어요. 주심은볼을 보고 있는데, 3루 주자가 홈스틸을 시도하다보
니 주자를 더 의식하게 되었죠.
그런 점 때문에 정확한 판정을 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규칙의 적용이 잘못되었거나 홈런에 대한 비디오 판독의 경우에는 심판의 판정이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서 심판의 판정은 번복이 될 수
없어요. 미국의 경우에는 파울라인까지 비디오 판독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야구를 판독한다면경기 진행이 더디어 질 수 있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
고 봐요.”임채섭 심판의 말의 의미는 ‘보크를 보지 못했어도 주루사 판정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가 아니다.
‘경기의 재미를 끊지 않기 위해 무분별한 비디오 판독을 줄이되, 심판진도 이러한 오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고쳐져야 할 것은 거침없이 말하는 임채섭 심판의 모습을 보니 심판은 강직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는, 사나이다운 면모를 지닌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수 뒤 주심. 경기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위치.심판은 정확한 판정을 함과 동시에 포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수들과의 대
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심판 마스크와 포수 마스크 사이에 말이 오간다. “사실 포수들하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경
기 종반에 열 점 차 이상이 벌어져 승패가 거의 확실시 되었을 때, 포수에게 ‘빨리 한가운데 직구 던지고 끝내라고 해.’라며 농담을 하기는 하죠. 포수 중
에서는 진갑용, 강민호 선수가 상당히 말이 많습니다. 가끔 저희 심판들도 사람인지라, 판정에 미묘한실수가 있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포수들이 저희에
게‘선배님, 들어왔는데요.’라고 하면 미안하다는제스처를 취하는 정도에요.”
또한 이러한 심판의 위치로 인해 제 3자로서 공의위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투수의 제구력이나 구위를 보다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이
다. 실제로 제구력이 좋은 투수의 경우 볼의 판정이 수월하다고 한다. “우리 심판들이 가장 좋아하는 투수가 누군지 아세요? 바로 윤석민이에요.
빨리 빨리 던지고, 확실히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던지니까요. 반면 판정을 보기 어려운 선수는 무브먼트가 좋은 류현진, ‘좌완 파이어볼러’권혁 등의 좌완 투수들이에요.”
반면, 선구안이 좋은 타자로는 이용규와 김현수를 꼽았다. “반대로 김상현(KIA) 같은 경우에는 공이라면 다 치니까 선구안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이런 선수들은 파워히터가 많아 홈런이 많이 나오죠.”그렇다면, 야구의 실력에 상관없이 심판이 상대하기 힘든 선수가 있다. 이를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뽑히는 영예(?)를 누린 선수는 다름 아닌 박한이. “준비과정이 상당히 길잖아요? 심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선수에요. 과거에는 성준(현 SK
투수코치) 투수가 심판들의 애를 먹였죠.”성준 코치는 긴 인터벌과 느린 공으로 성급한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투수로 유명했다. 땡볕에서 지켜
보던 임채섭 심판은 느끼는 바가 더 컸을 것이다.
“여름에, 그것도 가장 덥다는 대구에서 이와 같은 경기를 지켜볼 때면 너무 힘들었죠.” 성준과 박한 이가 투타 맞대결을 했다면? 아마 팬들뿐만 아니라
심판의 자제력은 한계에 달했을 것이다. 그저 다른 시대에 야구하는 선수임에 감사할 따름이다.
처우보다 더 중요한 건 존중이다.
INSIDE THE PARK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주인공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처우인데, 심판에 대한 처우는 만족스러운 선이라는 것이
임채섭 심판의 평가다. “많이 좋아졌어요. 연봉도 많이 늘었고, 4대 보험이 모두 보장되게 되었죠.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님께서도 저희들의 처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계세요.”하지만 처우 측면에서 개선되었다고 할지라도, 우리나라 프로야구심판의 권위는 다른 나라의 심판에 비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명백한 오심이라면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과도한 항의, 그리고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은 심판의 권위를 땅으로 떨
어뜨린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옛날에는 병이 날아오는 등 위험한 상황도 많았죠. 특히 마산 등의 열광적인 구장에서는 대개 그런 위험요소가 따랐기에 이에 대해 따로 회의를 가지기
도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죠. 대우도 좋으면 힘이 나겠
지만, 중요한 것은 심판의 권위에요. 특히 미국 메이 저리그의 경우 심판은 모든 면에서 최고의 대우를받고, 그들의 권위를 존중받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특유의 ‘위계질서’가 있어 하극상이 일어나는 일은 없지만,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판정이 논란을 일으켜 자신
의 팀이 이기지 못함에 분함을 느낀 일부 팬 분들께서 악플을 다실 때가 있어요. 저에 대한 욕설도 분명 불쾌한 부분이지만, 가족까지 ‘매장’하다시피 하
는 악플은 위험합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왜 악플에힘들어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여러 분야의 스포츠에서 ‘승부조작 파문’이있었다. 그 여파로 인해 프로야구 종사자들 또한 의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스트라이크 판정
을 심판이 한다는 점에서 심판에게 의심의 눈총이가기도 한다. 하지만 임채섭 심판은 그럴 일은 절대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누군가가 사석에서 저
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프로야구도 그럴 수 있는것 아니냐’고 말이죠. 장담컨대 제가 아는 프로야구는 다를 것입니다.
투수가 고의사구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사구를 허용했다면 심판들은 이에 대해 놓치지 않겠죠. 하지만, 현재 국내최대의 관람스포츠는 프로야구 아닙니까?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프로야구가 팬들에게 헛된
희망과 꿈을 심어주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겠죠. 600만 관중을 넘어 700만 관중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야구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다면
야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스포츠에 크나큰 악재일 것입니다. 다른 종목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에요.”프로 선수는 사명
감도 있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뛰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한 순간 돈에 혹해 자신의 분야의 근간을 흔들
어 버림과 동시에, 팬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 ‘승부 조작’에 대한 임채섭 심판의 확고한 자세는 ‘프로야구는 승
부조작이 없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채섭 씨가 심판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이 있다. 바로 ‘베테랑’이 되었다는 것.
“프로야구 심판들은 야구를 잘 해서 들어온 이들이 아니에요. 야구를 못해서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저도 OB 베어스에서 프로생활을 한 선수 출신인데, 제가 스타플레이어였다면 훗날 심판이 아닌 코칭스 태프를 했을 거라고 봐요. 그렇지만 1군 심판으로
데뷔해 2000경기 이상을 책임졌다는 것, 이게 바로 저의 자부심입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23년간 2000번의 경기를 치른 심판은 많지 않기 때문이죠.”빗
맞은 타구가 몸을 향해 날아 올 때도, 새카만 후배선수들과 싸워야 할 때도, 그리고 야구팬들의 악성댓글 단골손님이 되더라도 임채섭 심판이 이를 버
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심판이기 이전에 가장이요, 인격체다.
마지막으로, 임채섭 심판은 프로야구 심판을 대표하는 베테랑으로서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먼저 선수 여러분들께 말씀 드릴게요. 현직 심판들도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인 만큼, 판정에 대해 과도한 항의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간혹 아쉬운 판정이 있을 수 있죠. 그리고 최근 심판과 감독관들이 뽑는‘페어플레이 상’이 생기는 등선수 분들도 심판에 대해 점차 인정을 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홈런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나 심판의 규칙 불응에 따른 오심이 아니라면 번복이 안 됩니다. 이점을 유념하시고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팬 여러 분들께는 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물론 자신의 팀이 판정으로 인해 경기 결과에 변화가 있을 수 있고,
그게 잘못된 판정이라면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일부 팬 여러분들이 인터넷에 올리시는 악플에는 가족들이 봐서는 안 되는 글이 많아요.
그런 것만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들도 심판이라는 직업 이전에 한 집안의 가장이자 인격체다. 자신의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지 못할망정 가족들에게도 두려운
악플을 남긴다면, 그들이 받는 정신적인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나도 에디터이기 전에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가끔은 심판의 판정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점들 때문에 그들이 회생하지도 못 할 정도의 악플
을 남긴다면, 팬 여러분들께는 순간일지 몰라도 심판들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촬영장소 대단한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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