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감영공원
화창한 봄날, 경상감영에 다시 들렀다. '감영' 하니 좀 엄숙해져야 할 듯한데, 신록이 우거지고 기화요초가 활짝 아름답게 피어 있어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진다. 뒤에 '공원'이 붙은 이유를 알겠다. '공원' 안에는 천천히 움직이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많고, 곳곳의 벤치가 한가로워서 대구의 도심임을 잊게 하고, 행정 유적이라는 딱딱함도 잊게 한다. 대구의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를 알겠다. 굳이 공원이라 이름붙인 것도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와서 쉬며 새 힘을 얻으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도심에서도 도심을 잊고, 편하게 몸과 맘을 쉬며 힘을 받아보자.
소재지 : 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99 (포정동)
방문일 : 2021.4.21.
1. 소개
경상감영공원은 조선 선조 34년(1601) 경상감영이 있던 장소로서 대구도심 중앙에 위치한다. 1910년부터 1965년까지 경상북도 청사로 사용하였다가 청사가 다른 장소로 이전되고 난 후 대구시에서 1970년 중앙공원으로 최초 개장하였다. 이후 1997년 도시 미관을 해치는 담장을 허물고 공원 전체를 재조성함과 아울러, 대구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경상감영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상도 관찰사의 집무실인 선화당(유형문화재 제1호)과 처소로 사용한 징청각 (유형문화재 제2호) 그리고 관찰사의 치적이 담긴 선정비(29기) 등 대구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존재한다. 선화당은 현재 남아있는 관아건물이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큰 가치를 지닌다. 정면 6칸, 측면 4칸의 단층 팔작기와집으로 주심포 양식과 익공식의 절충형 공포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전재)
경상감영이 오늘 화창한 봄날 햇빛을 비단 삼아 두른 듯하다. 아름답고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는 날씨에 우아하면서도 엄숙한 감영 건물과 뜰이 최고의 아름다운 권위를 보여주었다. 공원 안 벤치가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봄과 감영과 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당신들의 감영이 아니라 우리들의 감영이라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누구나의 감영, 누구나 말에서 내리지 않고도 우아한 인간 권위를 가지고 들어와 봄날도 공간도 즐기면 된다.
경상감영공원 입구. 감영을 공원으로 만들어 모두에게 돌려주었다.
경상감영 하마비. 절도사 이하 개 하마, 절도사 이하 사람들은 모두 말에서 내리란다. 아마 절도사만 말을 타고 들어간 곳인가보다. '절도사지상마'비였으면 더 간단했을 법하다. 이전부터 권고보다 통제를 더 익숙하게 생각해서일까?
선화당
선화당 앞 측우대
종각. 팔각정 모양의 종각이 징청각 옆의 연못에 있어 절경을 완성한다. 못에 물이 없어 아쉽지만, 뜰에 가득한 물오른 나무들이 못물의 부재를 대신한다.
마침 이인성 화가 전시회를 하고 있다. 요즘 다른 공원에서도 비슷한 스타일로 전시를 한다. 영남대 학생들 전시회, 계명대 전시회가 각각 국채보상공원, 2.28공원에 있다.
징청각에서 내다본 건너편.
뒷켠 징청각, 어느새 답사 팀이 떠나 전면을 촬영했다. 날씨가 좋아 자꾸 찍게 된다. 언제 이렇게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겠나.
관찰사 선정비
장독대
3. 구경 후
대구는 전주와 참 비슷하다. 각각 전라감영과 경상감영이 있는 영남과 호남의 행정중심지라는 것도 그렇고, 나중 부산과 광주에 각각 도시 순위가 밀리는 것도 그렇다. 조선조까지 화려한 도시였으나 일제 시대 이후 부산과 광주에 밀려 각각 2위 도시로 내려앉았는데, 오랜 전통 때문에 영호남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도시로서는 여전히 대표적인 도시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전주와 대구는 미나리의 산지라는 것도 같다. 전주는 오래전부터 미나리 산지여서 전주비빔밥 조리에서 중요한 몫을 하기도 하는데, 대구는 최근에 팔공산을 중심으로 한 밭 미나리 재배가 성행하면서 생으로 먹는 미나리삼겹살이라는 새음식 조합을 만들어냈다. 따로국밥이나 추어탕에 이어 새로운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어 영남의 전주처럼 음식의 고장이 되어갈 가능성이 생긴 것인가.
대구에는 왕건과 견훤설화, 전주에는 이성계설화 등등 왕조 발생 관련 설화가 있다. 대구는 위도보다 더운 곳으로 유명한데, 요즘 전주도 이상하게 많이 더워졌다. 이런 것은 같아져서 좋을 거 없는데.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비슷하고 닮아간다. 대구 전주 원래 비슷한 거 많은 만큼이나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대구가볼만한곳 #대구 경상감영공원 #징청각 #대구 휴식공간 #선화당 #하마비